겨울, 따뜻한 이불 속에서 숙면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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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질수록 잠자리 환경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침실은 바닥부터 내부 공기까지 적절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편이 좋다. 깊게 잠들기 위해 필요한 기본 조건은 ‘심부체온’을 평상시보다 낮추는 것이다. 

심부체온이란 심장, 폐, 간, 신장 등 장기들이 원활한 기능을 위해 유지하는 온도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체온’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심부체온을 가리키는 말이다. 개인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보통 18℃~20℃ 정도의 실내 기온에서 심부체온을 수월하게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추운 날씨에 실제로 잠을 잘 때는 따뜻하게 덥혀놓은 이불 속에서 더 쉽게 잠들 수 있고 숙면을 취할 가능성도 높다. 심부체온이 낮아져야 잠들 수 있다지만, 실제로는 주변 환경이 따뜻해야 더 쉽게 잠들 수 있다. 과연 ‘최적의 수면환경’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 걸까?

따뜻한 환경에서 숙면할 수 있는 이유

심부체온을 이해할 때 가장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 ‘기온’이다. 신경계는 주변 환경의 기온에 따라 체온을 조절한다. 주위 공기가 뜨거우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열을 발산하고, 주위 공기가 차가우면 체온을 높이기 위해 진동을 일으킨다. 피부의 온도 변화가 심부체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경계가 이를 감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쉽게 정리하자면, 기온과 체온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심부체온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온이 그보다 높아지면 신경계는 체온을 낮추는 쪽으로 반응한다. 반대로 심부체온보다 기온이 낮아지면 신경계는 체온을 높이는 쪽으로 반응한다. 더울 때는 체온을 낮추려 하고, 추울 때는 체온을 높이려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해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로세스를 수면에 적용해보자. 두꺼운 이불로 덮인 잠자리는 따뜻한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환경이다. ‘체온보다 더운 한정된 공간’인 셈이다. 이때는 피부가 열을 흡수하며 ‘덥다’고 느끼게 되므로 몸은 땀을 흘리는 등 체온을 낮추기 위한 반응을 일으킨다. 즉, 심부체온이 낮아지거나 낮은 상태를 유지하며 숙면 상태가 지속된다.

따뜻하면 숙면 가능? 꼭 그런 건 아니다

체온에 비해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 숙면이 가능하다? 그렇게만 정리하면 이상한 대목이 있다. 바로 여름의 열대야다. 여름에도 체온에 비해 높은 온도의 환경이지만, 숙면은커녕 잠을 설칠 때가 많다. 이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름의 열대야는 기본적으로 공간 전체의 기온이 높다. 마찬가지로 피부에 가해지는 열에 대응해 체온을 조절하려는 작용이 일어난다. 하지만 열대야는 한 가지 변수가 더 있다. 바로 높은 습도다. 공기 중 수분이 많기 때문에 땀을 내보내는 방식의 체온 조절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열대야는 야간 최저 기온이 25℃ 이상이 경우를 가리킨다. 앞서 이야기한 최적의 수면 환경보다도 5℃~7℃ 가량 높은 환경이다. 땀을 원활하게 배출할 수 있다고 해도 이상적인 수준의 심부체온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열대야에 얕은 잠을 자거나 잠에서 깨기 쉬운 이유다.

즉, 대체로 따뜻한 환경에서 숙면이 가능한 건 맞지만,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자율신경에 의한 체온 조절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름밤에 제습기나 냉방 기기를 이용해 공간 전체 온도를 어느 정도 낮춰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너무 더운 잠자리는 오히려 문제

열대야는 잠자리의 온도를 무조건 높게 유지하려 하는 것이 오히려 숙면을 방해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들은 날씨가 추울수록 난방을 강하게 하고, 잠자리 온도도 높이는 경향이 있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오히려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더워서’ 자다가 깨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에 따라 다른 사람보다 높은 온도에서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개인의 타고난 체질이나 건강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 그런 사람도 일정 수준 이상의 더운 환경에서는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는 점은 같다. 이런 사람들은 반대로 보편적인 수준의 기온에서는 추위를 느껴 깊게 잠들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의 심부체온은 보통 36.1℃에서 37.2℃ 사이를 유지한다.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범위 안에 있거나 벗어나더라도 그리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평상시보다 심부체온이 1~2℃ 정도 낮아지면 멜라토닌이 더 왕성하게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졸음이 몰려온다. 몸이 ‘잠자기 좋은 상태’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때 잠들면 보다 깊은 숙면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 환경 조절하기

보통 잠들기에 최적의 온도는 18℃~20℃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개인의 체질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적절한 온도는 달라진다. 만약 위와 같은 온도에서 숙면을 취할 수 없다면,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를 찾기 위해 몇 번의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추워서 못 자겠다’라든가 ‘더워서 자꾸 깬다’라는 식의 감각만 있어도 훨씬 수월하게 적정 온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단, 너무 극단적으로 온도를 바꾸기보다는 1~2℃ 범위에서 온도를 조절해가며 적정 온도를 찾는 것이 좋다.

이는 침실과 잠자리 모두에 적용되는 이야기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구분하자면 약간의 차이를 두는 것이 좋다. 침실은 공간 전체이므로 자신에게 맞는 온도를 유지하되, 어느 정도 통풍이 되는 환경을 갖춰두는 것이 좋다. 수면 중 원활한 산소 공급도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편, 직접 잠을 자게 되는 이불 속은 좀 더 공기 흐름을 차단해도 좋다. 특히 겨울에는 통풍으로 방 안 공기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유입돼 기온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이는 숙면에 방해가 되므로 가급적 두꺼운 이불로 공기 흐름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좋다. 

온도를 조절해도 최적의 수면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매트리스의 딱딱한 정도와 이불의 소재, 베개 높이 등도 눈여겨보도록 하자. 사람에 따라 너무 푹신한 매트리스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조금만 베개가 높아도 깊게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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