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각성 효과를 얻기 위해 가장 널리 소비되는 음료다. 커피 자체를 즐기기 위해 마시는 경우도 있지만, 졸음을 쫓고 집중력을 끌어올릴 목적으로 마시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습관처럼 마시게 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커피 취향은 가지각색이다. 어떤 사람은 꿋꿋하게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를 고집하는가 하면 달달한 라떼나 카푸치노, 마키아토, 프라푸치노 등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의 경우, ‘자신만의 단골 레시피’를 추구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커피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 특히 각성 목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주목해야 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커피에 설탕, 시럽, 인공 감미료 등 ‘단맛’을 첨가하면 각성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일본 히로시마 대학 연구팀이 「npj Food Science」 저널에 발표한 오픈 액세스 논문 내용을 살펴본다.
단맛 추가하면 행동 패턴 달라져
늦은 밤이나 새벽에 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저녁형 인간’ 또는 ‘올빼미형 인간’이라고 이야기한다. 기존의 여러 역학 연구에서 저녁형 인간들은 아침형 인간에 비해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를 많이 마시는 편이라는 점이 밝혀진 바 있다. 카페인의 각성 효과에 대해서는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백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연구를 통해 카페인과 단맛의 조합이 더 강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같은 양의 카페인 음료에 설탕 또는 인공 감미료를 섞었을 때, 행동에 뚜렷한 차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히로시마 대학 생물의학 및 건강 과학 대학원 연구팀은 0.1% 농도의 카페인을 함유한 물을 준비한 다음, 그 물의 1% 분량에 해당하는 자당(설탕), 그리고 물의 0.1% 분량에 해당하는 사카린을 함께 준비했다. 그런 다음 같은 조건의 쥐에게 보통의 카페인 물, 설탕이 추가된 것, 사카린이 추가된 것을 마시도록 했다.
연구 결과, 카페인에 단맛을 추가한 물을 섭취한 쥐들에게서 뚜렷한 행동 변화가 관찰됐다. 본래 쥐는 야행성 동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에 잠을 자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카페인에 단맛을 첨가한 물을 섭취한 쥐들은 26시간~30시간에 걸쳐 수면 패턴의 변화를 보였다. 일부 쥐들은 타고난 생체 리듬이 반전돼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
카페인과 감미료, 서로 도파민 방출
보다 명확한 검증을 위해 쥐를 계속 어두운 곳에 있도록 했다. 하지만 주위의 어둠과 무관하게 변화된 수면 패턴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이는 뇌의 시상하부가 빛과 어둠을 받아 조절하는 ‘생체 시계’와 별개로 효과가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카페인과 단맛의 조합이 몸 안에서 서로 상충되는 신호를 생성한다고 보고 있다. 카페인은 정신을 맑게 하고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으며, 설탕을 비롯한 감미료는 단맛을 통해 기분을 좋게 한다. 구체적인 효과는 다르지만, 둘 모두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해 도파민을 방출하게끔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때 카페인과 감미료가 동시에 도파민을 방출하게 되면, 뇌는 서로 다른 원인으로 방출되는 도파민으로 인해 혼란을 겪게 된다. 이 복잡한 신호로 인해 생체 리듬은 더 강한 영향을 받게 되고, 그 결과로 쥐가 더 오랫동안 잠들지 않고 활동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 연구팀의 1차적인 결론이다.
연구팀의 다음 과제는 이러한 효과가 인간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쥐에게서 나타난 현상이 인간에게서도 나타난다면, 그로 인한 건강상 영향은 없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단 음식을 곁들이는 것까지 포함해야
‘단맛’을 내는 물질은 다양하다. 이 연구는 종류에 관계 없이 ‘단맛’을 내는 모든 물질이 카페인과 만났을 때 더 강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꽤 많은 사람들이 커피에 단맛을 첨가해 마신다.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펌핑해서 마시는 사람도 있고, 헤이즐넛 향을 즐기는 사람들 역시 헤이즐넛 시럽을 활용한 커피를 마신다. 그밖에 연유, 꿀 등도 마찬가지로 봐야 한다.
또한, 단순히 커피에 단맛이 나는 재료를 첨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달콤한 음식을 곁들여 먹는 경우도 같은 효과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긍정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늦은 시간까지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있거나, 오랜 시간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러 잔의 카페인 음료보다 한 잔의 음료에 단맛을 첨가하는 쪽이 더 나을 수 있다. 카페인을 더 많이 섭취하는 쪽보다는 한 잔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편이 나을 수 있으니까. 아침에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커피와 달콤한 음식을 먹는 식으로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후속 연구를 통해 단맛과 카페인의 조합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밝혀진다면, 그에 맞춰 식습관을 다시 한 번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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