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기능 저하, 몇 세대 걸쳐 유전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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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건강은 ‘무엇을 먹는지’가 가장 근본이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영양’을 강조하는 이유다. 식단의 중요성은 자기자신의 건강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부족한 영양으로 인해 몇 세대에 걸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 툴레인 대학 연구팀이 학술지 「Heliyon」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부모 세대의 단백질 부족’이 자녀를 포함한 여러 세대에 걸쳐 신장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을 다뤘다.

단백질 결핍, 대를 이어 영향 미쳐

툴레인 대학 연구팀은 한 쌍의 쥐에게 의도적으로 단백질 함량을 낮춘 식단을 먹인 다음, 이후에 태어나는 새끼들을 관찰했다. 새롭게 태어나는 새끼들은 출생 시 체중이 상대적으로 낮았고, 신장 크기가 더 작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현상은 태어난 새끼가 다시 짝을 이뤄 새끼를 낳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4세대에 걸쳐 동일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이 주목한 신장 기능은 ‘네프론 수치’였다. 네프론 수치는 신장의 기본적인 구조 단위다. 네프론이 혈액 속 노폐물과 잉여 수분을 걸러내고 다시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네프론 수치는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네프론 수치가 낮으면 신장의 핵심 기능인 노폐물 처리와 수분·전해질 균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혈액 내 독소 축적을 비롯해 혈압 조절기능 약화, 나아가 점진적인 신장 손상으로 인한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태어난 후 식단 교정해도 해결 안 돼

선천적인 문제는 이후 영양 보충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보통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신장 기능이 약하게 태어난 새끼들의 식단을 교정해도 영향이 없었다. 

이들이 새롭게 짝을 지어 또 다른 새끼를 낳아도, 그들은 네프론 수치가 낮은 상태로 태어났다. 또한, 마찬가지로 새롭게 태어난 새끼에게 정상적인 식단을 공급해도 신장 발달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총 4개 세대에 걸친 자손을 연구했다. 모든 세대의 네프론 수치 변화를 연속적으로 살펴본 결과,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세대부터 낮아졌던 신장 기능이 정상화되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구팀은 신장 기능이 약화된 채 태어나는 특성이 유전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약해진 신장 기능이 정상화되는 시점은 정확히 언제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간에게도 적용된다면 중요한 위기

일반적으로 유아의 발달에 있어 어머니의 영양 섭취는 항상 강조돼 왔던 부분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여기에 더해 아버지 쪽 유전적 요소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즉, 아버지 쪽의 신장 기능이 약화돼 있는 상태라면, 어머니 쪽의 임신 중 영양 섭취 여부와 무관하게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이자 툴레인 대학 소아 신장학과 소속의 지오바니 토르텔로트 조교수는 “네프론 수치가 낮게 태어나면 혈압 조절 기능이 약해져 고혈압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고혈압은 다시 신장 손상을 유발하는 악순환이 된다”라며 “이를 인간의 수명에 적용한다면, 50~60년에 걸쳐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중보건상 위기가 된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쥐에게서 나타난 현상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별도의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쥐의 생물학적 특성과 그간 여러 연구에 사용돼 왔던 이력을 고려하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르텔로트 조교수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지금 시점의 중요한 두 가지 질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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