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악성 뇌종양 ‘수모세포종’, 치료 성과 더 높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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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모세포종 환자의 뇌 및 척수 MRI. 소뇌의 종양(왼쪽) 및 광범위한 연수막 전이(오른쪽)가 나타남 / 출처 : 서울대병원
수모세포종 환자의 뇌 및 척수 MRI. 소뇌의 종양(왼쪽) 및 광범위한 연수막 전이(오른쪽)가 나타남 / 출처 : 서울대병원

소아 악성 뇌종양인 ‘수모세포종’의 진단 정확도를 높일 가능성이 제시됐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뇌 척수액 분석을 통해 수모세포종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특이점을 확인, 이와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수모세포종이란?

‘수모세포종(medulloblastoma)’은 소뇌에 발생해 주로 뇌 척수액을 따라 전이되는 경향을 보이는 악성, 침습적 배아성 뇌종양이다. 소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며, 악성 소아 뇌종양 중 가장 흔한 유형으로 꼽힌다. 서울대병원 측에 따르면 수모세포종 환자의 약 80% 이상은 뇌 척수액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수두증’을 동반한다.

기술의 발달과 각종 치료법의 발전으로 치료 성과는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의 환자에게서는 ‘연수막 전이’가 나타난다. 뇌와 척수를 보호하는 연수막으로 종양이 퍼질 경우, 뇌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이런 경우는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아 치료에 한계가 발생하곤 한다.

‘민감도’가 떨어지는 기존 검사법

연수막 전이 여부를 사전에 식별하기 위해, 수모세포종 환자에 대해서는 치료 중 척수 MRI 및 뇌 척수액 검사 등이 진행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민감도가 떨어져 연수막 전이 여부를 정확하게 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MRI는 기본적으로 높은 해상도의 이미지를 제공하지만, 연수막에 전이된 종양의 크기가 작거나 전이 초기일 경우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뇌 척수액 검사도 마찬가지다 연수막에 이미 전이된 상태에서도 종양 세포가 충분히 발견되지 않을 경우 전이 여부를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모세포종의 연수막 전이는 치명적이지만, 전이가 발생하기 전, 혹은 전이 초기에 탐지해낼 경우, 예후를 훨씬 좋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성공률이 높아진다. 이런 의미에서 보다 정확하게 진단해낼 수 있는 지표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뇌 척수액 단백질 포괄분석으로 열쇠 찾아

이에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뇌 척수액 단백질 포괄분석’으로 접근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수모세포종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 21명, 그리고 뇌종양 없이 수두증으로만 수술을 받은 대조군 환자 14명을 대상으로 뇌 척수액의 모든 단백질을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평균 1,100여 개의 단백질이 확인됐다. 이들 중 수모세포종 환자들의 뇌 척수액에서 상대적으로 농도가 높게 나타난 단백질 4종류를 찾아냈다. (SPTBN1, HSP90AA1, TKT, NME1) 다음 효소면역 분석을 실시했다. 특정 단백질이나 항체 농도를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분석 방법으로, 특정한 단백질의 농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를 통해 4종류 단백질의 농도를 확인한 결과, ‘TKT 단백질’의 농도만 유의미하게 높았다. 뇌 척수액에 포함된 단백질 중 종양세포의 발달 및 진행과 관련됐다고 알려진 단백질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뇌종양 전이를 조절한다고 알려진 ‘세포 외 소포(EVs)’에서도 TKT 단백질이 검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수막 전이가 발생한 환자의 경우, 전이가 없는 환자군에 비해 TKT 단백질이 검출되는 EVs 개수가 더 많았다. TKT 단백질이 검출된 EVs 개수가 많을수록 연수막 전이 정도도 심해졌다. 

즉, TKT 단백질의 농도, 그리고 TKT 단백질이 검출된 EVs 개수가 수모세포종의 연수막 전이 여부를 진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TKT 양성 세포외소포 개수 비교. 수모세포종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TKT 양성 세포외소포의 개수가 많았고(왼쪽), 연수막 전이 그룹은 무전이 그룹보다 TKT 양성 세포외소포의 개수가 많았다(오른쪽) / 출처 : 서울대병원
TKT 양성 세포외소포 개수 비교. 수모세포종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TKT 양성 세포외소포의 개수가 많았고(왼쪽), 연수막 전이 그룹은 무전이 그룹보다 TKT 양성 세포외소포의 개수가 많았다(오른쪽) / 출처 : 서울대병원

TKT 단백질이 포도당 대사 활성화에 기여

한편, 연구팀은 이번 뇌 척수액 분석 과정에서 또 다른 사실을 확인했다. 단백질 경로분석을 통해 수모세포종 환자군의 뇌 척수액에서 ‘당 대사 관련 경로’가 활성화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으며, TKT 단백질이 이러한 경로 활성화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당 대사 작용이 활성화돼 있다는 것은, 뇌의 에너지원이 되는 포도당을 생성하고 분해하는 과정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는 수모세포종 세포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성하고 공급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종양 세포가 성장, 생존, 전이할 수 있는 발판이 되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사실들을 종합해, 수모세포종의 연수막 전이를 보다 정확하게 진단해낼 수 있는 검사법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진단 정확도 향상과 더불어, 고위험 환자군의 예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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