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으면 실격”… 시각장애인 마라토너, 파트너 경련 일으키자 결승선 2m 남기고 놓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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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선 2m 남기고 실격된 ‘패럴림픽’ 마라토너 

GettyImagesKorea

패럴림픽에 출전한 마라톤 선수가 결승을 불과 2m 남겨두고 가이드의 손을 놓았다가 실격 처리된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8일 ‘THE Sun’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페인 국가대표 마라톤 선수 엘레나 콩고스트는 퇴행성 시각 장애를 앓고 있어 가이드 러너 미아 캐롤 브루게라와 함께 T12/B2 패럴림픽 무대에 섰다. 

콩고스트는 T12 마라톤 경기에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우며 3위까지 올라섰다. 결승선이 불과 2m 남겨진 시점, 그대로만 달리면 동메달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4위 선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벌어져 있었다.

경련 일으킨 가이드 위해 테더 놓아줘

그러나 콩고스트에게는 시련이 닥쳤다. 함께 달리던 가이드가 경련을 호소하기 시작한 것.

경기 당시 영상을 보면 가이드는 다리를 가누기 힘들 정도로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콩고스트는 혹여 가이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며 넘어질까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테더(러너와 가이드 러너를 연결하는 끈)를 잠시 놓았다.

문제는 T12 마라톤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는 항상 테더를 통해 가이드와 연결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규정이라는 것이다.

콩고스트는 얼마뒤 가이드의 손을 잡고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처리됐다. 동메달은 일본의 스타 미치시타 미사토에게 돌아갔다.

The Sun

사실 콩고스트는 누구보다 마라톤 규정을 잘 알고 있었다. 테더를 놓으면 열심히 달려온 자신의 기록은 무산될 것을 알면서도 본능적으로 메달보다 가이드를 먼저 챙긴 셈이다.

그는 경기 후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콩고스트는 “나는 부정행위를 해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넘어질 때 그들을 돕거나 지지하려는 본능 때문에 실격됐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이룬 모든 것이 정말 자랑스러운데 테더를 놓아버려 결승선 앞에서 실격당했다”며 “옆에 쓰러진 사람을 붙잡는 것은 모든 인간의 반사 작용”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콩고스트의 사연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패럴림픽 마라톤 규정을 일부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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