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군 면제’를 받을 수 있었던 직업이 있었으니, 바로 ‘수유를 만드는 장인’이었다.
‘고려사’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원에 인삼과 탐라 수유(酥油)를 바치다” – 1297년 11월 19일
여기서 수유는 소나 양의 젖을 가공해 만든 식품으로,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버터’를 의미한다.
조선 시대에 수유, 즉 버터는 임금만이 먹을 수 있던 ‘보약’이었다. 임금은 늙고 병든 신하에게 버터를 나눠주기도 했다.
수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축의 젖을 짜서 달인 뒤, 위에 뜨는 부유물을 걷어내고 이를 뭉쳐 만들었다.
왕에게 바치는 음식인 만큼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갔고, 뛰어난 장인의 기술을 필요로 했다.
이러한 이유로 조선에서는 버터 만드는 사람에게 ‘군 면제’라는 특혜를 줬다.
하지만 ‘군 면제’ 혜택에 폐단이 발생했다.
‘세종실록’ 세종 3년 11월 28일자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수유를 만드는 집으로 위장전입을 했다.
실제로 당시 황해도 서흥군에는 한 집에 21명의 남자가 등록돼 적발되기도 했다. 모두 군대를 피하고자 ‘꼼수’를 부린 것이다.
당시 태상왕이었던 태종은 이에 격분하고 수유 만드는 사람들의 군 면제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신하들은 “수유는 임금의 약으로 사용되며, 또 늙어 병든 신하들에게 내리기도 하니 이를 폐지하지는 못할 듯합니다”라며 반발한다.
하지만 태종의 뜻은 강했다. 태종은 “그대가 알 바가 아니다”라며 수유 만드는 사람들의 군 면제 혜택을 박탈해버렸다.
임금을 비롯한 일부 고위층만 누릴 수 있었던 수유. 그러나 조선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했던 태종에게는 수유를 즐기는 것보다 군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먼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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