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득 채워진 돼지 저금통과 함께 2년마다 기아대책 방문해
14년간 커다란 돼지 9마리를 잡아(?) 총 1억 원을 기부한 63세 남성의 사연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7일 서울 강서구의 희망친구 기아대책에는 현금 2,400만 원이 들어있는 커다란 돼지 저금통 하나가 도착했다. 후원자는 다름 아닌 지난 2010년부터 현금이 가득 찬 돼지 저금통을 들고 2년에 한 번씩 기아대책을 찾는 63세 박성일씨였다. 그가 가져온 돼지 저금통은 가로 32cm, 세로 35cm, 높이 26cm의 크기로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저금통의 최대 크기다.
승강기 시공업체를 운영하는 박성일씨의 기부는 과거 함께 교회를 다니던 한 신도로부터 ‘밥그릇 저금통 후원’을 소개받으면서 시작됐다. 일상생활을 하며 남는 지폐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에 대해 ‘해볼 만하다’고 느낀 박씨는 이후 사무실 책상 아래 커다란 크기의 돼지 저금통을 두고 남는 지폐를 모두 저금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돼지 저금통에 모은 300만 원을 들고 기아대책을 찾기 시작한 박씨의 선행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돼지와 함께 14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기아대책에 도착한 9번째 돼지의 무게는 50kg이 넘었으며 2,400만 원의 기부액이 더해지며 그의 기부금액은 총 1억 원이 넘게 됐다.
마지막 저금통 보낼 때는 잘키운 딸아이 시집보내는 듯한 기분느껴
현금을 잘 이용하지 않는 시대에서 직접 돈을 만지며 몸으로 선행을 느끼기 위해 현금을 통한 ‘돼지 저금통 기부’를 고집해 왔다는 박씨는 “저금통에 일일이 돈을 넣고 저금통을 들어보며 무게를 들어봐야 ‘내가 어디까지 왔구나’라는 체감이 됐다”고 말했다. 직접 모은 현금들이 돼지 저금통에 가득 쌓이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가득 채워진 돼지 저금통을 기부하는 방식이 꾸준한 기부를 할 수 있게 동기부여 해 줬다는 것이다.
박씨는 “하루라도 돈을 넣지 않으면 ‘우리 돼지가 배고프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외로 정이 붙었다. 마지막 돼지 저금통을 보낼 때는 잘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듯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제까지 박씨의 기부금은 케냐 리무르 재봉기술학교 설립, 자카르타 빈민촌 무료 급식 등 외국 취약 계층 아동을 위해 사용됐다. 박씨가 지난달 보내온 9번째 돼지 저금통은 오는 9월 열리는 기아대책의 ‘호프컵(Hope cup)’개최에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호프컵은 전 세계 결연 아동들이 한국을 찾아 축구 경기를 비롯한 문화 체험, 교류 활동 등에 참가하는 행사다.
한편 박씨는 “1억 원이라는 금액을 채웠으니 1차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새로운 기부 방법을 고민해야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조만간 교회 신도들과 함께 130곳의 필리핀 취약 계층 가구를 방문해 기부와 선교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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