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로 불리는 군기 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이틀 만에 사망한 육군 훈련병의 사인이 공식 확인됐다.
12일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훈련병의 강릉아산병원 사망진단서 등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사인은 ‘패혈성 쇼크에 따른 다발성장기부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망 당시 병원 기록에 적힌 직접 사인은 ‘패혈성 쇼크’였으며, 사망진단서에 기록된 직접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다. 직접 사인의 원인은 ‘열사병’으로 기록됐다.
앞서 숨진 훈련병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께 군기 훈련을 받던 중 쓰러져 신병교육대 의무실로 옮겨졌다.
그곳에서 군의관의 지시로 수액을 맞다가 오후 6시 50분께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다. 후송 당시 훈련병은 기면(자꾸 잠에 빠져들려는 것)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의식을 찾았을 때는 자신의 이름과 몸에서 불편한 점을 설명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다.
센터에 따르면 속초의료원 간호기록지에는 ‘군대에서 뛰던 중 쓰러지면서 환자 확인 후 열 40도 이상이어서 군 구급차를 타고 내원함’이라고 적혔다.
이후 전원한 강릉아산병원 입원 기록에는 ‘부대 진술상 4시 반쯤부터 야외 활동 50분가량 했다고 진술. 완전군장 중이었다고 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같은 의료 기록에 대해 센터는 가혹한 얼차려에 대한 내용은 기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11일 유족이 군 병원을 찾아 12사단 신병교육대 의무실 의무기록 사본 발급을 신청했으나 어떠한 의무기록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훈련병이 쓰러진 뒤 의무실부터 간 것이 사실이고 군의관이 응급조치를 진행한 것, 응급의료종합상황센터와 연계해 긴급 후송한 것도 사실이라면 전산상 의무기록이 존재해야 한다. 기록이 없다는 건 명백히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며 “수사를 통해 사건 초기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송 과정에서 훈련병에게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이 차량 조수석에 앉는 선임 탑승자로 동행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가혹행위가 사실이라면 가해자가 인솔을 맡아 사건 발생 전후의 상황을 의료기관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거나 축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센터는 “경찰은 최초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신병교육대 군의관, 간부, 의사 등에게 진술한 사람이 중대장이 맞는지, 완전 군장을 하게 하고 선착순 달리기, 구보 등 가혹한 얼차려를 강제했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했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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