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한 끼에 수십만 원에 달하는 오마카세의 인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업계를 불문하고 수요를 잡기 위해 외식 매장이 급증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특급 호텔에서나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오마카세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비교적 친숙해졌습니다.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오마카세 열풍을 보고 혹자는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허세, 사치로 보는 게 맞을까요?
오마카세란?
주로 일식당에서 사용되는 ‘오마카세’라는 단어는 셰프에게 전적으로 요리를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그날 가장 신선한 제철 재료나 최고급 지역 특산물 등을 이용해 셰프가 자신만의 레시피로 수준 높은 요리를 선보이는 상차림입니다. 보통 정해진 메뉴가 없어 가격이 천차만별이며 비싸지만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일 정도로 어려운 것이 특징입니다.
고물가 속 작은 사치
오마카세는 최근 나타나는 젊은 층의 소비 양극화 현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로 짠테크를 시작한 청년들도 많지만 동시에 명품과 프리미엄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 SNS에서는 오마카세와 관련된 태그만 60만 개가 넘을 정도로 그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허세일까, 문화로 인정해줘야 할까?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도 있지만 사실 평범한 가격이 아니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도 따릅니다. ‘엔트리급’이라고 해도 한 끼당 8~10만 원 정도의 비용은 부담 없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단순 허세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오마카세의 유행을 기존 문화가 해결해주지 못했던 결핍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즉 소비자들이 단순히 먹는 목적보다 하나의 콘텐츠와 문화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등급 나뉘는 스시 오마카세
스시 오마카세의 등급은 엔트리, 미들, 하이엔드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요새는 물가가 올라 1인에 각각 8만 원, 10만 원, 20만 원대 이상일 경우를 일컫는 말인데, 한 끼 식사로 여전히 고가이긴 하지만 몇 년 새 엔트리 등급 스시야가 부쩍 늘면서 접근성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하이엔드 등급의 오마카세는 재료 사용의 자유도가 높고, 엔트리 등급의 오마카세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주류를 필수로 주문해야 하는 곳들이 많습니다.
스강신청을 아시나요?
유명 스시 오마카세 셰프가 있는 업장은 예약 잡는 일이 대학교 수강신청만큼 어렵다 하여 ‘스강신청’이라는 유행어도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인기가 많은 곳인 국내 특급 호텔 3사의 경우 2~3달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하는데, 예약일이 오픈되면 1분 컷으로 마감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에도 쉽게 가지 못하는 탓에 소비자들은 ‘스강신청’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평일엔 가난하게, 주말엔 부자처럼
젊은 층에서 다양한 오마카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른바 ‘소확행’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평일은 가난하게, 주말은 오마카세 형태의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인 사람도 많은 것처럼 다들 비싼 코스 요리만 생각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오마카세 요리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음식에서 하나의 문화로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이미 SNS상에는 ‘오마카세’ 해시태그로 게재된 글만 수십만 개가 넘습니다. 평이 좋다고 입소문 난 곳이 있으면 몇 시간 줄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데, 이들 사이에서는 친구나 연인, 가족들과 함께 조용하고 프라이빗한 분위기에서 음식을 즐기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셈입니다.
‘이모카세’도 덩달아 인기
최근에는 ‘이모카세’도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모’에 오마카세의 ‘카세’를 붙인 말인데 이모님이 알아서 차려주는 음식과 안주가 나오는 형식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입니다. 기존에는 중장년층의 손님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엔 MZ세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맛이면 맛, 인심이면 후한 인심으로 소문이 난 곳이 많고 허름한 곳에 위치해 있거나 포장마차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디저트 오마카세도 있어
오마카세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스시뿐 아니라 한우 오마카세, 디저트 오마카세 등 이색 오마카세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롯데백화점은 잠실점에서 디저트 오마카세 팝업스토어를 열었으며 고급스러운 디저트 4종을 90분 동안 코스로 즐길 수 있게 마련하였습니다. 1인당 가격은 3만 원이며 밥이 아닌 디저트를 먹기 위해 90분과 3만 원을 투자할까 싶었지만 MZ세대에서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당초 계획한 기간보다 연장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성비와 플렉스 그 사이
MZ세대를 중심으로 플렉스 소비 문화가 유행하며 오마카세도 그 일환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나를 위한 투자’ 혹은 ‘나를 위한 식사’를 위한 소비가 이루어지며 외식업계에서도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춘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이러한 문화는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를 위해 소비하는 경향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글 : 전신영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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