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비공식작전’ 부진이 남긴 교훈을 이야기하다
참여한 모든 작품이 성공할 수는 없다. 관객이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에 대한 예측이 늘 적중하지도 않는다.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고 마침내 성적표를 받아들었을 때, 해야하는 것은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완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일이다.
배우 하정우는 이를 “오답 노트에 적어 넣겠다”고 표현했다. 올 여름 기대 속에 내놓은 200억 대작 ‘비공식작전’의 흥행 실패가 그에게 남긴 교훈이다.
하정우가 돌아온다.
27일 개봉하는 새 영화 ‘1947 보스톤’을 통해서이다. 영화는 해방 직후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한 마라톤 선수들의 실화를 다룬 이야기. 하정우로서는 불과 한달전 내놓은 주연작 ‘비공식작전’에 이어 또 다시 관객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분주한 행보다.
‘1947 보스톤’에서 하정우는 일제강점기 일장기를 달고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해 마라톤 금메달을 딴 국민영웅 손기정 역을 앝았다. 나라를 잃은 설움을 딛고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이 돼 제자들을 이끌고 다시 한번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손기정의 이야기가 영화의 큰 축이다. 그의 제자 서윤복 역은 임시완이 맡았다.
앞서 ‘비공식작전’에서도 1980년대 후반 레바논에서 납치된 외교관을 구출하는 실화 사건을 소화했던 하정우는 시간을 더 앞으로 돌려 1940년대로 관객을 안내한다.
추석 명절을 겨냥해 극장에 다시 나서는 하정우이지만 마냥 기대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앞서 ‘비공식작전’이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데 그쳤기 때문. 손익분기점에도 한참 미치지 못했다. 영화의 얼굴인 주연 배우로서 누구보다 큰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하정우는 8월31일 열린 ‘1947 보스톤’ 제작보고회에서 ‘비공식작전’의 성적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너무 속상하고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영화에 참여한 제작진은 어느 정도의 흥행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정우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다. 내 영화 인생에서 고배를 마신 게 처음이 아니기에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답노트를 만들어서 앞으로 (흥행의)확률을 높이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하정우의 심기일전은 ‘1947 보스톤’으로 이어진다. 물론 영웅 손기정을 연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 인물이 지닌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매료돼 부담을 딛고 도전에 나섰다.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까진 손기정 선생님은 민족의 영웅으로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안의 사정은 몰랐다”고 밝힌 하정우는 “어떻게 태극마크를 달게 됐고 보스톤 마라톤에 참여했는지 알게 됐을 때 나에게 큰 울림이 있었다”고 돌이켰다.
이에 더해 ‘1947 보스톤’을 연출한 강제규 감독에 대한 믿음도 하정우의 도전을 이끌었다. 앞서 ‘쉬리’를 시작으로 ‘태극기 휘날리며’ 등 한국영화 흥행사를 쓴 작품들을 기획하고 연출한 감독이다.
하정우는 “가슴 뭉클하고 웅장해지는 작품”이라며 “시나리오를 보고 느낀 작품의 힘이 온전히 관객에게 잘 전달돼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