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 바닷가에서 펼쳐진 아름다운 ‘영화’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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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깃든 ‘부안 무빙’ 출발 “이렇게 세련된 야외상영 처음”

변산 바다로 뉘엿니엿 떨어지는 붉은 노을이 최종적으로 도착한 곳은 수평선 너머가 아니라 스크린 너머였다.

'팝업시네마: 부안 무빙'의 전경. 사진=김대일 작가
‘팝업시네마: 부안 무빙’의 전경. 사진=김대일 작가

영화 ‘변산’과 변산 해수욕장의 만남은 스크린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영화적 경험을 선사하며 황홀한 순간을 만들었다.

25일 오후 6시30분 아름다운 노을로 물들어가는 변산의 바닷가에서 청춘을 주제로 5편의 영화를 무료 상영하는 프로그램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Pop-Up Cinema: Buan Moving)이 성공적 출발을 알렸다.

이날 개막식은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타라의 감미로운 선율에 맞춰 하늘을 붉게 수놓은 행사장을 유유히 날아오른 패러글라이딩의 오프닝 세리머니으로 시작됐다. 국내는 물론 세계 어떤 영화제에서 볼 수 없는 장관에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무대인사하는 이준익 감독과 김세겸 작가. 사진=김대일 작가
무대인사하는 이준익 감독과 김세겸 작가. 사진=김대일 작가

개막식에는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를 비롯해 정지영 감독,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이남 미디어아트 작가, 이능호 도예작가, 그리고 이날의 주인공인 개막작 ‘변산’의 이준익 감독과 김세겸 작가가 참석했다.

권 군수는 “비치파티에 이어 팝업 시네마로 부안이 또 한 차례 업그레이드 되는 것 같다”며 참석한 내빈과 관객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어 일몰 순간의 지는 해를 보며 “앞으로 3일간 행사가 열리는데 얼마나 아름다우냐”며 “매일 오셔라. 여기 계신 여러분이 청춘이다”며 자연과 영화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의 개막을 축하했다.

인사하는 . 사진=김대일 작가
인사하는 . 사진=김대일 작가

개막식 이후 이준익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박정민‧김고은이 주연한 ‘변산’이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영화의 실제 무대 변산에서 상영돼 의미를 더했다.

영화는 가난한 래퍼인 학수(박정민)가 아버지의 병환 소식을 듣고 고향 변산을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건달로 살면서 가정을 전혀 돌보지 않은 아버지(장항선)에 대한 원망, 첫사랑 미경(신현빈)과 재회에 대한 설렘, 어린 시절의 괴롭힘을 복수라도 하는 듯 자신을 괴롭히는 건달 친구 용대(고준)로 인한 굴욕, “값나가게 살지는 못해도 후지게 살지는 말라”며 자신의 치부를 찌르는 선미(김고은)로 인한 수치심과 깨달음, 관객들은 학수의 감정을 따라서 때로는 박장대소하고 때로는 공감하며 영화를 즐겼다.

'변산'을 관람하는 전혜정 대표(가장 왼쪽), 김세겸 작가, 이준익 감독,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 사진=김대일 작가
‘변산’을 관람하는 전혜정 대표(가장 왼쪽), 김세겸 작가, 이준익 감독, 권익현 전북 부안군수. 사진=김대일 작가

상영 후에는 이준익 감독과 김세겸 작가 그리고 맥스무비가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변산’은 과거의 아픔을 마주하고 극복하는 청춘의 성장통을 그린 영화다. 영화계의 달변가로 알려진 이준익 감독은 부끄러움 많은 성격 탓에 수업 시간에 발표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매일 이른 아침 등교해 어두컴컴한 교실에서 혼자 선생님처럼 떠들어대는 연습을 통해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런 시절 이야기로 호기심을 모았다.

이준익 감독은 “누구에게나 부끄러움, 상처와 아픔이 있다”며 “그때는 정말 창피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과거의 상처를 마주보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것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피하면서 가능성이 펼쳐지지 않은 지점들을 돌파할 수 있다”고 영화와 자신의 경험담을 토대로, 또 청춘을 먼저 보낸 인생 선배로서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이준익 감독. 사진=김대일 작가
이준익 감독. 사진=김대일 작가

김세겸 작가는 자신은 “어린 시절 실수했던 것, 부끄러웠던 것을 돈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하면 시가총액으로 세계 최고 재벌일 거다”는 얘기로 현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는 뻔뻔하게 돌파하고 있다”며 “‘그때는 내가 그거밖에 안되는데 어쩌란 말이냐’ 대신 ‘같은 실수 되풀이하지 말자’면서 뻔뻔하게 돌파하고 있다”는 호쾌한 얘기로 박수를 받았다.

이준익 감독과 김세겸 작가는 “세계 많은 영화제를 다녔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멋진 영화제는 처음이다”고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을 처음 찾은 소회를 전하며 “이를 계기로 부안이 문화생활을 확장하는 새로운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세겸 작가. 사진=김대일 작가
김세겸 작가. 사진=김대일 작가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은 26일과 27일에도 계속된다. 26일에는 두 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난다. 이날 오후 5시에는 거침없는 여대생과 평범한 복학생의 사랑을 그린 ‘엽기적인 그녀’ 상영과 주연 차태현과 곽재용 감독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가 열린다. 오후 8시에는 방황하는 청춘들의 욕망과 좌절, 희망을 그린 이정재‧정우성 주연의 ‘태양은 없다’가 상영한다. 상영 뒤에는 연출자인 김성수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전혜정 카다 크리에이티브 랩 대표는 “‘팝업 시네마:부안 무빙’을 위해 한걸음에 달려와준 게스트분들과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삶의 터전을 가진 부안 군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윤여수 맥스무비 대표는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도 영상콘텐츠 문화에 대한 부안의 관심과 지원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며 “행사가 27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관심 갖고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은 영화 상영과 함께 야외 전시를 진행,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련했다. 붉은 노을이 깃든 서해 해변에 밀라노 한국공예전 초청작가 출신인 이능호 도예작가의 대표 시리즈 ‘집’ 작품이 30여점 설치돼 야외 상영의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이번 전시는 ‘무빙하는 미술 작품’을 콘셉트로, 영화와 미술의 조화를 시도한다.

‘팝업 시네마: 부안 무빙’은 전북 부안군(군수 권익현)이 주최·주관한다. 서울과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영화를 비롯한 전시·공연 등 다양한 한국문화를 글로벌 무대에 소개해온 기획사 ‘카다 크리에이티브 랩'(대표 전혜정), ‘영화 중심’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맥스무비’, 헤리티지 아웃도어 브랜드 ‘Snow Peak'(스노우피크)가 함께한다.

※이 콘텐츠는 부안군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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