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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진 위상, 넓어진 영화 축제… 부산국제영화제 31번째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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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31번째 축제를 시작한다.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부산국제영화제가 31번째 축제를 시작한다.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시사위크|중구=이영실 기자  부산국제영화제가 변화와 확장을 이어간다.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발판 삼아 경쟁부문을 한층 강화하고, 상영 기회를 늘려 관객과의 접점을 넓힌다. 애니메이션의 약진부터 세계적인 영화인들의 부산행, 한국영화의 재도약을 향한 기대까지 더해 한층 풍성한 영화 축제를 예고한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 개최 기자회견을 열고 영화제 특징과 개막작을 비롯한 공식 선정작, 주요 이벤트 등 올해 영화제의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열흘간 부산 지역 8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진행된다.

박광수 이사장은 “2024년 2월 부임한 뒤 부산국제영화제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처음 영화제를 만들었을 때 세웠던 방향과 개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며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영화제로서 지난 30년 동안 역할을 충실히 해왔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프로그램을 현실에 맞게 보완하고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가 국제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영화제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아직 부족한 점과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서 어떻게 독창적이고 우리 현실에 맞는 영화제로 발전할 것인지가 큰 고민이다. 이러한 지속적인 고민이 새로운 영화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높아진 국제적 위상을 바탕으로 영화제 안팎의 변화를 이어간다. 국제영화제작자연맹(FIAPF)의 ‘A-리스트(A-list) 영화제’로 공식 선정됐고, 경쟁부문 최고상인 ‘부산 어워드-대상’ 수상작에는 미국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출품 자격이 새롭게 부여됐다. 오는 9월에는 한국과 프랑스 정상이 공동으로 이끄는 첫 ‘뤼미에르 서밋’에도 참가한다.

박광수 이사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공식적으로 전 세계 영화계에서 평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짚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 역시 “30회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의 국제적 위상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라며 “한 해에 세 가지 정도의 글로벌한 교류와 인정을 부산국제영화제가 맡게 됐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의 특징으로 △글로벌 위상 강화 △관객 관람권 확장 △경쟁부문의 역량 강화 △애니메이션의 약진 △성대한 게스트의 참석 △여성 영화인의 목소리와 성취에 대한 헌사 등 여섯 가지를 꼽았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낮과 밤은 서로에게’.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낮과 밤은 서로에게’.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상영작은 공식 초청작 59개국 246편(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5편, 월드 프리미어 95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0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69편 등 총 315편이다. 공식 초청작은 지난해 241편에서 5편 늘었다. 개막작으로는 김종관 감독이 연출한 ‘낮과 밤은 서로에게’가 선정됐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김종관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빛나는 작품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인 만큼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이 중요한데, 공간의 분위기를 섬세하게 조성하면서 여덟 배우의 빛나는 연기를 끌어냈다”며 “대형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작품의 크기나 규모와 무관하게 충분히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매력을 지녔다. 개막식을 찾은 관객 모두가 함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판단해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관객의 관람 기회도 넓힌다. 올해는 기존 수요일이었던 개막일을 하루 앞당겨 사상 처음 화요일에 막을 올린다.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하루 상영 횟수도 기존 4회에서 5회로 늘린다. 관객들이 주로 개막일부터 첫 주말 사이 부산을 찾는다는 점을 고려한 변화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화요일 개막에 대해 “열흘 동안 하는 영화제에서 개막일을 하루 당긴다는 것은 굉장히 큰 결단”이라며 “대부분의 관객이 개막일부터 주말까지 영화제를 많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들에게 물리적인 시간을 늘려주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 상영을 한 회차 더 늘리는 것도 영화제 입장에서는 고려할 것이 많아 고민이 컸지만 스태프들이 헌신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신설된 경쟁부문은 두 번째 해를 맞아 한층 강화됐다. 올해는 한국·일본·중국·대만·이란·우즈베키스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14편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4편은 데뷔작이며, 여성 감독의 작품도 4편 포함됐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처음 시작한 지난해에는 기본부터 신뢰를 쌓아야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올해는 출품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고르게 향상됐고 수작들의 층위도 훨씬 두터워졌다. 아시아 영화산업 관계자들도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온도로, 훨씬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협의에 임해줬다”고 말했다.

박가언 부집행위원장도 “전체 출품작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쟁부문에 올릴 만한 일정 수준 이상의 작품들이 많아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작품을 초청하기 위해서는 출품자와 영화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야 하는데, 아카데미 출품 자격이 생기면서 저희에게도 좋은 카드가 하나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애니메이션 영화 ‘긴긴밤’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애니메이션 영화 ‘긴긴밤’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경쟁부문에는 △임하연 감독의 ‘그날의 태주’ △염규복 감독의 ‘긴긴밤’ △김정훈 감독의 ‘면도’ △천지원 감독의 ‘디센던트’ △히로세 나나코 감독의 ‘비트윈 투 러버스’ △가토 타쿠야 감독의 ‘일요일 다음날’ △구유 감독의 ‘처음 만난 외로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빵과 책’ △에디 카효노 감독의 ‘마이 마더’ △요셉 앙기 노엔 감독의 ‘바다에 새겨진 이름’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사토코는 언제나’ △다나카 미키 감독의 ‘실버 익스프레스’ △리윈찬 감독의 ‘평범하기 위하여’ △보티르 압두라흐마노프 감독의 ‘힐롤’ 등 14편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경쟁부문에 ‘긴긴밤’이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올해 영화제에서는 애니메이션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동시대 영화계에서 커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영향력을 반영해 일본 애니메이션 특별전을 마련했다. 한국 극장에서 좀처럼 접하기 어려웠던 일본의 걸작과 신작을 아우르는 13편을 선보이고, ‘올나잇 애니메이션’과 포럼 비프의 관련 프로그램까지 연계한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영화제가 가져야 할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동시대 영화의 변화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기민하게 반영하는 것”이라며 “특별전 13편을 제외하고도 올해 선정작 가운데 애니메이션이 14편 정도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렇게 애니메이션이 약진한 것은 초유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전에 대해서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관객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아주 좋은 극장 체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계적인 영화인들도 대거 부산을 찾는다. 올해는 배우이자 감독인 매기 질렌할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고,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양자경이 15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한다. 이자벨 위페르는 신작 ‘내일은 이름이 있다’로 관객과 만나며, 허안화 감독은 까멜리아상 수상을 위해 부산을 찾는다. 이밖에도 마지드 마지디·린타로·라브 디아즈·고레에다 히로카즈·차이밍량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세계 영화사에 발자취를 남긴 여성 영화인들의 성취도 조명한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세계 영화사의 중요한 페이지에 기록된 위대한 여성 영화인들이 부산을 찾는다”며 “그들의 성취에 헌사를 보내는 순간들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곳곳에서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영덕 마켓위원장·박광수 이사장·정한석 집행위원장·박가언 부집행위원장. / 시사위크 DB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 참석한 (왼쪽부터) 김영덕 마켓위원장·박광수 이사장·정한석 집행위원장·박가언 부집행위원장. / 시사위크 DB

관객과 영화인이 직접 만나는 자리도 풍성하게 마련된다. 문화계 인사가 자신의 예술 활동에 영감을 준 작품을 골라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까르뜨 블랑슈’에는 김지운 감독과 판빙빙, 홍경표 촬영감독이 참여한다. 김지운 감독은 ‘매드 맥스’, 판빙빙은 ‘아가씨’, 홍경표 촬영감독은 ‘세 가지 색: 블루’를 각각 선택했다.

배우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액터스 하우스’에는 김고은·김민하·류승룡·신민아·이민호·주지훈이 나선다. 이들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와 연기 철학,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관객과 나눌 예정이다. 이 밖에도 마스터 클래스와 씨네 클래스·스페셜 토크·오픈 토크·야외무대인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커뮤니티비프와 동네방네비프는 관객의 자발적 참여를 더욱 확대한다. 커뮤니티비프에서는 임순례 감독과 배우 박해일,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을 비롯해 뮤지션 장기하, 문화평론가 신형철, 천문학자 심채경, SF소설가 김보영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인물들이 영화를 매개로 관객과 소통한다. 동네방네비프에는 청년일경험프로젝트 팀과 청년 스타트업, 대학생 동아리 등이 참여해 한층 젊어진 축제의 장을 예고한다.

한국영화의 재도약을 향한 기대도 이어간다. 지난해 한국영화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을 기원했던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부흥을 향해 나아가는 한국영화의 여정에 힘을 보탠다. ‘도라’ ‘정가네’ ‘세대유감’ ‘사피엔스’를 비롯해 김혜자가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여전히 찬란하게’, 김재원·조이현 등 신예 배우들이 출연하는 ‘최종면접’ 등 다양한 한국영화를 선보인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아직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낙관적인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고 있다”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가 더욱 활황과 부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간 지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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