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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시 일어서기까지… 김미조의 ‘경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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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조 감독이 영화 ‘경주기행’으로 관객 앞에 섰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이 영화 ‘경주기행’으로 관객 앞에 섰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경주기행’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복수를 결심한 네 모녀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복수극이다. 이정은이 엄마 옥실을, 공효진·박소담·이연이 각각 세 딸 장주·영주·동주로 분해 가족으로 호흡을 맞췄고, 변요한이 이들이 쫓는 살인범 백상현으로 특별출연했다.

메가폰은 ‘갈매기’로 장편 데뷔한 김미조 감독이 잡았다. 김미조 감독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가족에서 출발한 이야기에 복수극이라는 장르를 입히고,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유머를 더해 자신만의 색깔을 완성했다.

특히 용서 대신 끝까지 가는 옥실과 그 여정을 함께하는 세 딸을 통해 가족이라는 관계를 들여다보는 동시에 상처를 품은 이들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그려내 깊은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미조 감독은 ‘경주기행’의 시작부터 실제 가족에게서 가져온 네 모녀의 모습, 복수와 용서에 관한 고민, 첫 상업영화를 완성하기까지의 치열했던 과정 등을 솔직하게 들려줬다.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개봉 소감은.

“오랜 시간 작품을 준비했다. 촬영이 2023년 8월에 끝났는데 딱 2년 만에 개봉하게 됐다. 정말 기쁘다. 이 영화를 처음 기획한 게 2014년이고 시나리오를 쓴 건 2021년이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품어온 이야기인데, 드디어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감개무량하다.”

-이 이야기를 처음 떠올리게 된 계기는.

“처음 이 이야기를 기획한 건 2014년이다. 당시 영화를 시작하면서 가족들과 경주로 여행을 갔다. 제가 생각했던 경주는 밝고 흔히 수학여행지로 떠올리는 곳이었는데, 실제로 가족들과 2박 3일 동안 여행하며 본 풍경은 굉장히 달랐다. 비도 많이 오고 스산하기도 했다. 무덤이 많은 도시다 보니 무덤 옆에 빨래가 널려있는 모습도 봤다. ‘이런 도시가 다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묘하게 다가왔다. 

결정적인 계기는 대릉원에서 생겼다. 갑자기 비가 와서 가족들이 편의점에서 산 우비를 입고 제 앞을 걸어가는데, 마치 사람 하나 죽이고 내려온 듯한 비주얼이었다.(웃음) 그래서 ‘뒤돌아봐’라고 한 뒤 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 한 장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당시 막 영화를 복수전공하며 시작했을 때였는데, 언젠가 이 이야기로 꼭 한번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나리오 초고를 쓴 건 2021년이다. 시나리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처음 썼다. 당시에는 딸들의 이야기보다는 옥실의 복수극에 가까웠고, 장르적인 요소보다 드라마적인 요소가 짙었다. ‘이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를 고민하며 만든 뼈대였다.”

김미조 감독이 영화의 출발을 떠올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이 영화의 출발을 떠올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족 이야기를 복수극으로 풀어내게 된 과정도 궁금한데.

“저라는 사람의 관심사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작품에 담긴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많이 봤고,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 늘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를 궁금해했다. 사건 자체보다 ‘왜 그랬을까’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을까’가 궁금했다. 그만큼 심취했다. 이 가족의 이야기를 만들면서도 그동안 벌어진 수많은 안타까운 사건들을 떠올렸다. ‘왜 이런 일들이 단 한 번도 끊이지 않고 계속 일어날까’라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섞이게 됐다. 의식적으로 어떤 사건을 작품에 반영했다기보다는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평소의 관심사가 이야기 안에 녹아든 것 같다.”

-실제 가족과의 관계가 ‘경주기행’ 속 네 모녀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나.

“제가 실제로 딸만 넷인 집의 막내다. 어렸을 때부터 언니들과 엄마의 관계를 보면서 재미있다고 느꼈다. 아버지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늘 똑같은 아버지인데, 어머니는 달랐다. 각자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이 전부 다르더라. 저는 막내라 사랑만 받고 자랐다.(웃음) 그래서 언니들에게 ‘엄마가 그랬다고? 우리 엄마가?’라고 한 적도 있다.

그때 ‘엄마라는 사람은 자식의 수만큼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걸 포착했던 것 같다. 특히 큰언니의 모습이 장주에게 많이 투영돼 있다. 예전에 큰언니가 저한테 ‘이 아줌마(엄마)를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지 늘 고민한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저는 그런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좇으며 살았지 엄마를 만족시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언니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그런 관계와 감정들을 작품에 많이 담아보고 싶었다.”

-세 자매는 각각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모든 캐릭터에 언니들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나 제 안에 있던 것들을 투영했다. 장주는 굉장히 중요했다. 옥실이 장주에게 ‘네가 나고 내가 넌 줄 알았다’고 하지 않나. 장주의 절대적인 지지가 없었다면 옥실이 과연 딸들을 데리고 갈 수 있었을까 싶었다. 다른 딸들은 자신의 마음을 계속 털어놓지만 장주는 계속 엄마에게 복종한다. 그러다 후반부에 처음으로 자기 마음을 털어놓는다. 그 순간 옥실이 받는 정서적인 충격이 훨씬 클 거라고 생각했다.

영주는 실제 둘째 언니에게서 가져온 부분이 많다. 둘째 언니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여러 형제 사이에 낀 둘째나 셋째는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어떻게 증명할지 고민했을 것 같다. 동주는 사고를 치고 자신의 감정을 욕으로든 무엇으로든 끊임없이 분출하지만 영주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외로운 섬 같은 인물이다. 겉으로는 고고한 학처럼 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사랑을 갈구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 사이의 온도 차도 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트레이닝복 위에 재킷을 입는 식으로 인물의 아이러니함을 의상으로도 표현하고 싶었다.

동주는 실제 셋째 언니에게서 직업적인 설정을 가져왔다. 언니가 프로레슬러로 활동하기도 했고 스턴트우먼도 했다. 그런 역동적인 면을 많이 가져오되 더 극단으로 끌어올렸다. 이들의 여정에서 몸을 쓰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반부 백상현과 만났을 때 모두 우왕좌왕하기만 하면 장르적인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피지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인물로 동주의 특성을 극대화했다.”

김미조 감독이 백상현(사진) 구축 과정을 언급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이 백상현(사진) 구축 과정을 언급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무거운 복수극이지만 곳곳에 유머를 배치하며 희극과 비극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 이러한 톤을 택한 이유는.

“결국 이 영화는 저와 많이 닮아 있다. 저 역시 비극적인 상황이나 힘든 순간을 겪었지만 그때마다 비극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가장 큰 유산인 것 같다. 아버지가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웃으면서 넘기는 분이다. 그런 성향이 자연스럽게 가족의 문화와 분위기가 됐고, 저 역시 그렇게 된 것 같다. 가족의 이야기이지 않나. 이 가족이 복수를 하려고 떠났다고 해서 과연 복수에만 몰두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평소 캠핑이나 차박 유튜브도 많이 보는데, 감성적인 음악을 틀어놓고 예쁘고 멋있게 캠핑하는 모습을 좋아하면서도 ‘화장실은 어떻게 가지?’ ‘자다가 갑자기 누가 나타나면 어떡하지?’ 같은 걸 상상한다.(웃음) 아마 제가 그런 성향인 것 같다. 그래서 이 가족도 복수를 향해 돌진하면서 한편으로는 서로 투닥거릴 것 같았다. 유머를 계산해서 넣었다기보다 이 인물들이 모여 있다면 그런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 같았고,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구상했다.”

-살인범 백상현 구축 과정에서는 어떤 고민을 했나.

“백상현은 정말 어려웠다. 다른 인물들은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군상이지만 백상현 같은 사람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할 법한 말을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래서 자료 조사를 많이 했다. 여러 충동형 범죄자의 특성을 응축해 만들었다. 살인을 저지른 뒤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옷을 갈아입었던 범죄자의 사례나 출소 후 누군가에게 복수하겠다고 했던 범죄자의 말 등을 참고해 캐릭터를 구축했다. 백상현은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기보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그런 특성을 변요한과 이야기하면서 극대화하려고 했다.

고민은 너무 잔혹해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경주기행’에 범죄 스릴러로서의 장르적인 요소도 있지만, 이 범죄자가 얼마나 극악무도한지를 공들여 묘사하는 것이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도움이 되는지 면밀하게 고민했다. 촬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편집 과정에서 덜어낸 장면 중에는 절단된 시신이 떨어져 나오는 장면도 있었다. 다만 경주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건 이 작품의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 장면이 있어야 장르적인 긴장감을 높이고 백상현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다. 하지만 처음 이 작품을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는 옥실 가족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백상현의 살해 장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게 과연 맞을까 싶었다. 작품의 방향과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최종 편집 과정에서 덜어냈다.”

김미조 감독이 결말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이 결말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옥실은 결국 복수를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간다. 다른 결말은 생각하지 않았나.

“어떤 일은 끝까지 가야 비로소 끝이 난다고 늘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서운한 감정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말하지 않거나,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풀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는 것들이 있지 않나. 옥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딸을 죽게 만든 범인을 용서하는 것이 과연 옥실에게 회복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옥실의 대사 중에 ‘내 마음속에는 불덩이가 있는데 내가 어떻게 사냐’는 말이 있다. 그 불덩이를 꺼뜨리기 위해서라면 옥실은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대안은 떠오르지 않았다.

늘 궁금했다. 나에게 정말 돌이킬 수 없는 일을 한 사람을 과연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하면 정말 해결되는 걸까. 실제로 유가족 심리상담센터 센터장과 인터뷰도 했다. 사적제재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복수한다고 해서 누군가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안다. 실제로 복수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도 제 안에서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그래서 끝까지 용서하지 않고 가보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이렇게 하면 옥실은 어떻게 될까’가 궁금했던 것 같다. 그 사람이 끝까지 이행한 뒤 어떻게 회복하는지도 궁금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회복을 표현하기 위해 다시 그날로 돌아가게 했다. 미련으로 남아 있던 배웅의 순간으로 돌아가 딸을 진짜 떠나보내는 진짜 이별을 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첫 상업영화 연출이었는데 어땠나. 

“12시간 촬영 시간을 지키는 게 정말 쉽지 않았다. 독립영화를 할 때는 친한 친구들과 소규모 인원으로 아웅다웅하면서 찍었다. 어떤 실수를 해도 배우나 스태프들이 많이 이해해 줬는데, 상업영화는 이해보다는 책임의 영역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12시간을 지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제도적으로 정해져 있기도 하고. 문제는 여름인데 밤 장면이 정말 많았다는 거다. 촬영하다 보면 피가 끓어올랐다.(웃음) 밥을 먹는 중에도 ‘지금 당장 찍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마음을 다스리는 게 힘들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한 컷 한 컷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회차까지는 디테일에 집착하면서 한 컷 한 컷을 세공하듯 찍었다. 그런데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영화는 한 컷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여러 조각이 모여서 완성되는 것이지 않나. 이 시스템 안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각각의 컷을 세공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잘 조합해서 큰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마음을 바꿨고 촬영도 정말 괜찮아졌다.”

-상업영화로 규모가 커진 만큼 달라진 점도 많았을 텐데, 창작자로서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가장 크게 지키고 싶었던 건 ‘그래서 뭐?’라는 질문에 답을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비극적인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그 비극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가 한마디를 더 해주고 싶었다. 그게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도 하고, 제가 이야기를 쓰다 보면 캐릭터들에게 너무 몰입하게 된다. 인물들이 고통스러워지는 게 마치 제 일처럼 느껴져서 나중에는 견디기 힘들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인물들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무책임하고 싶지 않았다. ‘경주기행’을 만들면서 가장 지키고 싶었던 부분이 그것이었던 것 같다.”

세 자매로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박소담과 이연, 공효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세 자매로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박소담과 이연, 공효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후반 작업 과정은 어땠나.

“개봉 일정이 확정되지 않다 보니 계속 수정할 수 있었다. 예전부터 현장에서 테이크를 여러 번 가는 편인데, 단편영화를 찍을 때 ‘한 번 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미안해서 그냥 ‘오케이입니다’라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편집할 때 ‘그때 눈치 보지 말고 한 번 더 갈걸’이라는 후회가 남더라. 그런 경험을 하고 나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영화를 하는 건 아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현장에서 1분, 10분 미안한 마음을 참으면 10년, 20년 뒤의 김미조가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았다. ‘경주기행’을 촬영할 때도, 편집할 때도 계속 그렇게 생각했다.

후반 작업이 정말 힘들었다. 탈모약까지 바르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웃음) 그래도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경주기행’을 만들면서 세운 목표가 세 가지였다. 첫째는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 둘째는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 셋째는 이 작품이 다음 작품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는 것이었다. 그 목표들을 이루려면 결국 첫 번째부터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반 작업을 함께한 분들도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시사가 끝난 뒤에도 다시 믹싱을 했는데, 사운드 작업을 해주신 대표님이 ‘다시는 이 영화로 보지 말자’고 할 정도였다.(웃음) 그럼에도 끝까지 함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영화를 만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미칠 정도다.(웃음) 그런데 몸은 하나이지 않나. 가끔은 ‘김미조1, 김미조2, 김미조3’으로 분리되고 싶다. 정말 공장처럼 계속 작업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연상호 감독님처럼 되고 싶은 게 꿈이다. 수다스러운 사람이라 하고 싶은 이야기도, 꺼내고 싶은 이야기도, 열광하는 이야기도 너무 많다. 재미있는 걸 보면 다른 사람에게 링크를 보내면서 같이 보자고 하지 않나. ‘나는 너무 재미있는데 같이 보면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무엇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정말 힘든데, 완성된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볼 때 느끼는 쾌감이 그 모든 걸 상쇄한다. ‘내가 이 힘든 과정을 뚫고 결국 해냈구나’라는 카타르시스가 굉장히 중독적이다. 이미 거기에 조금 중독된 것 같다.(웃음) 그래서 계속 영화를 만드는 것 같다.”

-‘갈매기’에 이어 ‘경주기행’까지 여성의 이야기를 중심에 뒀다. 앞으로도 여성 서사를 이어갈 생각인가.

“‘여성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기보다는 제가 여성이고, 여성이 많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작품마다 제 관심사도 조금씩 옮겨왔다. ‘갈매기’에는 당시 제가 천착했던 주제를 담았고, ‘경주기행’에서는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여성의 이야기만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는 제 관심사와 제가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캐릭터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성의 이야기를 해왔다. 앞으로는 얼마든지 확장하고 싶다. 저는 한 번에 두 계단씩 가기보다는 한 계단씩 걸어가는 게 좋다. 그렇게 조금씩 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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