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간담회서 “AI 저작권 기준 없다”…8개사 제도 정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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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콘텐츠 제작 공정에 실제로 투입되기 시작하면서, 기술보다 제도가 병목이라는 지적이 업계 안에서 반복되고 있다. 국내 AI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25% 성장한 6조 4,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국리서치그룹)되지만, 정작 완성된 결과물의 권리 관계를 판단할 잣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장의 문제의식이 정책 집행 기관과의 대면 자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지난 6일 서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신기술 활용 콘텐츠 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산업 현안과 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11일 밝혔다. 빠르게 변하는 신기술·생성형 AI 환경에 맞춰 지원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려는 취지다. 참석 기업은 여덟 곳으로, 확장현실(XR)·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신기술 기반 기업과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영상·미디어아트·음악 기업, 콘텐츠 유통·플랫폼 기업이 고르게 포함됐다. CJ 4D플렉스 오윤동 본부장, 현대백화점 이직형 책임, 디스트릭트코리아 최은석 부사장, 엠83 정성진 대표, 크리에이티브멋 김태환 대표, 쏠트메이커스 허성호 대표, 벤타엑스 전우열 대표, 포자랩스 허원길 대표가 자리했다.
기업들이 내놓은 제안은 제작 공정 혁신, 저작권 등 제도적 기반 마련, 전문인력 양성, 중소기업 성장 단계별 지원, 기업 간 기술 협력 확대 등으로 모였다. 이 가운데 가장 무게가 실린 대목은 제도 공백이다. 김태환 크리에이티브멋 대표는 “저작권·초상권·생성형 AI 유사성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사업화의 가장 큰 불확실성”이라며 “정부 차원의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국내 콘텐츠 사업화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접근성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이미지·영상·음악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AI 기술을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형태로 지원한다면 새로운 창작 시도를 촉진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콘진원은 올해 ‘AI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규모를 전년보다 200% 늘려 51개 과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업은 글로벌 진출을 겨냥한 선도형, 장르융합·신기술융합·플랫폼 및 솔루션 실증을 다루는 진입형, 대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형으로 나뉜다. 올해 신설한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수요 맞춤형 컨설팅과 기업 간 협업 기회를 제공하며, 제작지원부터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체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김윤지 콘진원 원장은 “AI 기술 발전에 맞춰 지원 정책도 지속해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기업 간 기술 교류와 협업 기회를 확대하고, 규제·제도 연구와 AI 인재 양성 등 산업 성장을 뒷받침할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 확대는 본지가 지난 2월 24일 보도한 ‘AI 콘텐츠 제작지원 역대 최대 198억 투입’ 동향의 연장선에 있다. 해당 사업 예산은 2025년 본예산 80억 원에서 1차 추가경정예산 165억 원을 거쳐 2026년 198억 원으로 늘었다. 수요도 이미 확인된 바 있다. 2025년 본예산 80억 원 공모 당시 17개 과제 선정에 315건이 접수돼 약 1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예산과 과제 수는 2년 새 배 이상 늘었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확인된 병목은 자금이 아니라 판단 기준에 있었던 셈이다.
제도 정비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은 올해 1월 22일 시행됐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월 26일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에 대한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를 발간한 뒤 5월 18일 영문본까지 배포했다. 다만 이 안내서는 AI가 저작물을 학습하는 단계의 공정이용 판단을 다룬 자료로, 제작사가 실제로 부딪히는 산출물 단계의 초상권과 유사성 문제는 직접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개발사 중심으로 마련된 기준과 제작 현장이 요구하는 기준 사이에 간극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6월 12일 임명돼 두 달째 조직을 이끄는 김윤지 원장이 규제·제도 연구를 검토 대상으로 직접 언급한 점은 콘진원의 역할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다. 제작비 지원 기관에 머물지, 산출물 권리 기준을 정리하는 정책 논의의 통로 역할까지 맡을지가 하반기 AI 콘텐츠 정책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