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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자 속의 양’ 고레에다 히로카즈, AI 시대의 인간다움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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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상자 속의 양’으로 관객을 찾는다. / 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상자 속의 양’으로 관객을 찾는다. /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어느 가족’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괴물’ 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꾸준히 탐구해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새 영화 ‘상자 속의 양’으로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가족의 곁으로 돌아온 휴머노이드라는 설정을 통해 상실과 기억, 그리고 인간다움의 본질을 들여다본다.

‘상자 속의 양’은 죽은 아이를 대신해 한 집에 들어온 7세 설정 휴머노이드가 비로소 가족이 된다는 것의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돼 주목받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인공지능이라는 동시대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기술 자체보다 인간의 감정에 주목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니게 되는 인간다움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꼭 필요하다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유사한 기술을 사용하는 일들이 몇 년 사이 굉장히 많이 생겨났다. 그것을 개인적인 일로 받아들여 생각했을 때, 나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버지가 만약 지금 내 눈앞에 나타난다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전하지 못한 말이 있다는 마음을 강하게 갖고 있다. 그 감정은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마음대로, 원한다고 해서 돌아가신 분을 살릴 수는 없지만 눈앞에 계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해볼 수 있지 않나. 사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감정이고, 그 감정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휴머노이드를 얼마나 인간과 닮은 존재로 설정했나.

“휴머노이드의 외부 모습은 인간 그 자체로 보이도록 하고 싶었다. 물론 메이크업을 통해 피부 질감을 매트하게 표현해 다소 기계 같은 느낌이 나도록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과 큰 차이가 없게 하려고 했다. 부모가 휴머노이드를 만났을 때 영혼이 있지 않을까 착각할 정도로 그리고 싶었다. 그 정도로 인간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만약 인간성과 그 자체가 다르다고 느껴진다면 답은 전혀 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가 착각할 정도의 존재로 설정했다. 실제로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갑자기 어떤 말을 했을 때 ‘얘가 이런 것까지 느끼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영화 속 휴머노이드는 ‘엄마는 내가 없는 편이 행복해?’라고 묻는다. 기계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 실제 아이가 그런 식으로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던 것인지, 그래서 엄마가 그 말을 듣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것인지 그런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다. 결국 부모가 접했을 때 오해할 정도로 인간과 닮은 존재라고 말하고 싶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의 출발을 떠올렸다./ 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의 출발을 떠올렸다./ NEW

-그 닮음이 만들어내는 감정은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오히려 굉장히 많이 닮아 있을수록 조금 닮지 않은 부분이 더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마 ‘불쾌한 골짜기’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카케루(죽은 아이)와 닮은 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부분이 더 크게 두드러지고, 주변 사람들, 특히 부부가 더 불쾌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굉장히 똑같은 존재가 눈앞에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눈앞에 있지만 없어’라는 느낌을 ‘눈앞에 없지만 있어’로 바꾸고 싶었다. 그 과정에는 부부 두 사람의 감정과 상상도 관여한다고 생각했다. 후반부 폐교의 불이 꺼졌을 때 ‘나 여기 있어, 보이지 않지만 곁에 있어’라는 말이 나온다. 결국은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휴머노이드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을까.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다. 이 아이가 살아서 돌아왔을 때 부부는 각각 후회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싶어 하고, 어머니는 자신이 했던 말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아이가 살아 돌아왔다면 엄마와 아빠는 같은 실패를 하고 싶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어머니는 또 같은 실수를 하고, 아버지는 결국 사과를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범인을 찾으러 다닌다.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부모든 사람이든 간단히 성장하지는 않는다. 또다시 후회할 일을 반복하게 된다는 과정도 보여주고 싶었다. 동시에 그들의 과정을 마치 페이지를 넘기듯 그려내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가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숲에 가는 존재들을 모두 휴머노이드로 설정했다면 인간과 휴머노이드를 갈라버리는, 분단시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로 끝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숲속에 있는 죽은 사람, 산 사람, 기계, 나무 등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형태로 표현하고 싶었다. 주인공 부부는 숲에서 살지 못하고 결국 돌아오게 된다. 그런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마도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줬을 것이다. 목공소 직원이었던 인물이 마지막에 ‘내가 여기 남아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누군가가 인간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형태의 결말을 만들고 싶었다. 이질적인 존재들이 공생해 나가는 것이 이번 영화의 테마기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색으로 끝나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NEW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 NEW

-숲과 나무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 

“그 숲을 그려냄으로써 실현하고 싶었던 것은 숲이 만들어내는 하나의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숲속의 집은 휴머노이드와 식물이 연계해 하나의 집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간인 부부가 그곳에서 사는 것은 힘들 것이다. 소통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두 번째 자리에 위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냄으로써, 아이가 성장해 부모를 뛰어넘어 더 큰 존재가 되는 모습을 영화의 설정과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쓸쓸한 미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미래는 생성형 AI와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숲의 집과 나무는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이미지를 담고 싶었다.”

-이 작품은 SF를 가미한 가족 드라마인가, 가족 드라마를 가미한 SF인가.  

“두 개가 다른가.(웃음)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내가 쓴 글과 영화에는 반드시 죽은 사람이 나온다고 하더라. 눈앞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이미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나오고, 동시에 아이도 반드시 등장한다고 했다. 내 영화에는 죽은 사람의 시선과 아이의 시선이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말을 듣고 수긍했다. 그런데 ‘상자 속의 양’은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죽은 사람이 곧 아이다. 그 두 존재가 하나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하나가 된 존재가 가족 안으로 들어오면서 가족이 다시 재생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결국 이 작품은 죽은 사람이 돌아온 상황을 활용한 가족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내 입으로 SF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다만 룸바(로봇청소기)나 다마고치(게임기) 같은 것들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결국 죽은 사람, 즉 휴머노이드가 돌아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 

-각본 작업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기도 하나. 

“평소에는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번역 기능 정도만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들면서 AI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프로듀서가 했다. 그래서 각본을 쓰고 AI에게 읽게 했다. 공을 주고받듯 의견을 주고받으며 각본 작업을 했다. 처음에는 ‘아주 훌륭한 각본’이라고 칭찬하면서도 ‘어머니의 인물상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면 아이의 고뇌가 더 드러나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줬다. 옳은 이야기이기는 했지만 재미가 없었다. 계속 옳은 이야기는 하는데 전혀 재미가 없었다. 왜 이렇게 재미있는 답을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AI의 충고를 모두 반영하면 옳은 각본은 될 것 같지만, 결국 모든 사람이 쓰는 것이 비슷해지고 같은 스토리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의 피드백은 아니었다. 나는 그것을 읽은 사람이 가진 일그러진 부분까지 담긴 의견을 듣고 싶었고, 배경이나 인물에 대해 여러 가지를 보고 이야기해 주길 바랐다. 그런데 너무 바른 대답만 해줬다. 나는 영화에 나오는 관계도 잘되는 관계가 있고 잘되지 않는 관계가 있고 실패하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그렇고 부부의 관계도 그렇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없다고 느꼈다. 나는 AI와의 관계를 이 영화로 끝내려고 한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인간들의 힘을 결집해 영화를 만들 생각이다.”

-어린 배우들의 연기를 이끌어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일단 기다려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역 배우가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절대로 재촉하지 않고, 빨리하라고 서두르지 않는다. 특히 쿠와키 리무(카케루 역) 정도의 나이인 아이들은 갑자기 졸리다고 하거나 배고프다고 할 때가 있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그래서 억지로 무리해서 진행하지 않고 아역 배우를 기다려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태프들에게도 철저하게 아이들을 기다리라고 이야기한다. 쿠와키 리무 역시 집중력이 있을 때는 정말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졸리게 되면 전혀 달라진다. 때로는 촬영 중에 잠들 때도 있다. 현장에서 자고 있으면 스태프가 와서 ‘지금 리무는 충전 중입니다’라고 휴머노이드처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면 한 시간 정도 잔다고 해도 모두가 기다려주고, 그 사이 스태프들도 쉬면서 그렇게 아이의 연기를 이끌어냈다.”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인간이 마지막으로 지니게 되는 인간다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 생각을 계속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인간다움은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프로세스, 과정이라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또 하나는 상상력이라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보면서 전혀 다른 것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상상력. 정원에 있는 레몬 나무와 올리브 나무를 보면서 단순히 나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한 명씩 겹쳐서 생각하게 된다. 그런 능력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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