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과 만난, 차승원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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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 란'(왼쪽)과 ‘어쩔수가없다’의 차승원. 사진제공=넷플릭스·CJ ENM 

전쟁 중에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무능한 왕에서 자존심을 내려놓고 고객 응대에 최선을 다하는 구두 가게 매니저가 된다. 배우 차승원이 박찬욱 감독과 연이은 작업을 통해 의미심장한 이야기와 색다른 캐릭터로 관객을 찾아온다. 지난해 영화 ‘전, 란’에 이어 이번에는 ‘어쩔수가없다’로 연기 도전을 잇는다. 

차승원은 오는 9월 말 개봉하는 ‘어쩔수가없다'(제작 모호필름)에서 제지 업계에서 오래 일한 실력자인 시조를 연기한다.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뒤 구두 가게의 매니저로 일하지만 애착을 가진 제자 업계를 그리워하면서 재취업의 기회를 엿보는 인물이다. 영화는 하루아침에 해고된 제지 회사의 직원 만수(이병헌)가 가족과 집을 지키려고 재취업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만큼 차승원의 시조와 이병헌의 만수는 깊게 얽힌다.

차승원은 ‘어쩔수가없다’를 통해 박찬욱 감독과 두 번째 손을 잡았다. 첫 만남은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공개한 ‘전, 란’. 조선 시대 임진왜란이 벌어진 혼돈의 시기를 그린 영화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친구이지만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왕의 편에 선 무사와 백성의 편에 선 의병으로 만난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렸다. 차승원은 왜란이 벌어지자 백성을 버리고 도망쳤다가 혼란이 끝난 뒤에는 백성을 탓하는 무능하고 부패한 왕 선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의병 강동원, 무사 박정민 사이에 있는 상징적인 존재로도 활약했다.

‘전, 란’은 박찬욱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영화다. 전쟁을 다룬 작품인 만큼 다양한 상황과 위치에 있는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은 차승원이 맡은 선조로 각인돼 있다.

특히 ‘전, 란’의 선조는 지난해 말 일어난 12·4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자주 거론되기도 했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지난 5월 열린 백상예술대상에서 ‘전, 란’으로 각본상을 받은 뒤 6월3일 열리는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듯 “이제는 위대한 국민 수준에 어울리는 리더를 뽑아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며 “차승원씨가 연기한 영화 속 못되고 못난 선조 같은 사람 말고,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사람을 뽑아야겠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차승원은 ‘전, 란’에서 임진왜란이 벌어지자 백성을 버리고 도망친 왕 선조를 연기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 차승원 “시조를 세 가지 색깔로 나눴다”

‘어쩔수가없다’는 ‘전, 란’에 이어 차승원의 낯선 얼굴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생계를 위해 구두 가게 매니저가 된 시조는 제지 업계와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면서 매상을 위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고객 응대에 매달린다. 하지만 마음에는 반드시 제지 회사에 다시 취업하겠다는 열망을 품고 있다. 자식을 위해 헌신하는 아빠이자, 실직한 노동자, 재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라는 상황이 만수와 겹친다.

박찬욱 감독인 차승원에 시조 역할을 맡긴 이유에 대해 “키도 크고 인상도 강렬한데, 반대로 큰 키로 구부정하게 굽신굽신 연기를 하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차승원은 “딸을 대할 때, 같은 업계에서 일했던 사람을 만날 때, 손님을 응대할 때의 모습까지 시조를 세 가지 색깔로 나누어 영화에 재미를 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2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차승원이 출연한 영화가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기는 처음이다. 박찬욱 감독과 작업을 통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둔 차승원은 9월17일 개막하는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막작으로 ‘어쩔수가없다’를 선보인다. 지난해 개막작인 ‘전, 란’에 이어 2년 연속 주연작을 개막작으로 선보이게 됐다.

‘어쩔수가없다’에서 차승원은 제지 회사에서 실직한 뒤 구두 가게 매니저로 일하는 시조 역이다. 사진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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