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물다섯 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한 김새론은 ‘천재’로 불릴 만큼 연기에 처음 발을 들인 순간부터 남다른 연기력으로 평단과 대중을 사로잡았다. 영화와 드라마 다수의 작품에서 ‘아역 배우’가 아니라 그저 나이 어릴 뿐인 배우로 다른 성인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몇 안 되는 배우였다. 아홉 살 때부터 연기를 하며 많은 대표작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김새론을 주목하게 한 작품들을 살펴봤다.
●’여행자’, 모두를 놀라게 한 시작점
2009년 영화 ‘여행자’는 2001년 아기 모델로 데뷔한 김새론의 배우로서 첫 작품이다. 김새론은 10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작품에 발탁됐다. 이창동 감독이 제작하고, 우니 르콩트 감독이 연출한 한국과 프랑스 합작 영화이다.
‘여행자’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홉 살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새론은 자신을 고아원에 맡긴 아버지(설경구)를 기다리며 지내다가 입양되는 아홉 살 소녀 진희를 연기했다. 김새론은 어린 나이에도 낯선 환경에서 겪게 되는 외로움과 쓸쓸함을 빼어나게 표현해내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 작품으로 2009년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최연소 배우가 되면서 ‘연기 천재’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저씨’, 김새론의 출세작
김새론을 대중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작품은 이정범 감독의 2010년 영화 ‘아저씨’다. 납치당한 이웃집 소녀를 구하기 위해 범죄 집단과 싸우는 전직 특수 요원의 이야기로 원빈과 김새론이 주연했다.
태식(원빈)과 소미(김소미)가 서로의 상처와 외로움을 보듬으며 나이를 초월한 우정을 그리는 이야기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617만명이 봤다. 원빈의, 원빈에 의한, 원빈을 위한 작품으로 봐도 무방한 ‘아저씨’에서 김새론은 상대에 주눅 들지 않는 당찬 소미 역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고, 이 작품을 계기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아역 배우로 독보적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도희야’, 또 한 번 증명한 이름값
2014년 영화 ‘도희야’는 김새론의 연기력과 이름값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 작품이다. ‘도희야’는 할머니와 의붓아버지에게 폭행과 학대를 받고 살아가는 열네 살 소녀 도희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골로 좌천된 파출 소장 영남(배두나)과 만남을 통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이야기이다.
김새론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도희 역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10대 소녀의 어두운 심연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두 번째 칸 국제영화제 초청을 받기도 했다. 연출자 정주리 감독은 “김새론 외에는 그 또래에 이런 연기를 해낼 수 있는 연기자가 떠오르지 않았다”며 시나리오를 쓰고 나서 김새론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눈길’, 위안부 소녀 연기로 호평
연기력이 뛰어났기 때문인지 김새론에게는 어려운 작품들이 주어졌다. 앞선 작품들도 그렇지만 김향기와 함께 주연한 이나정 감독의 2017년 영화 ‘눈길’도 대표적이다. ‘눈길’은 1944년 일제강점기 말을 배경으로 같은 마을에서 전혀 다른 운명을 타고난 두 소녀의 아름답고도 가슴 먹먹한 우정을 그렸다.
김향기와 김새론이 각각 종분과 영애 역으로 그 시절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뒤 지옥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소녀들의 아픔과 괴로움을 성숙한 연기로 표현해내 호평을 얻었다. 김새론은 당시 인터뷰를 통해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표현해야 하고 모두가 알아야 하는 기억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할 것 같아서 용기 내어 참여했다”고 말했다.

●’기타맨’, 복귀작이 유작으로
김새론의 승승장구하던 연기 인생에 제동이 걸린 건 2022년 5월 일으킨 음주 운전 사고였다. 당시 사고로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김새론은 계속해서 복귀의 문을 두드렸다. 지난해 5월 연극 ‘동치미’에 출연을 하려고 했다가 무산됐고, 같은 해 11월 독립영화 ‘기타맨'(감독 이선정)을 촬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기타맨’은 인디밴드에 한 천재 기타리스트가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로, 김새론이 ‘이선정밴드’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인 이선정과 호흡을 맞췄다. 김새론의 복귀작으로 알려졌는데 안타깝게도 그의 유작으로 남게 됐다. 현재 후반 작업 중으로 올해 상반기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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