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아카데미상, ‘콘클라베’·’브루탈리스트’ 나란히 4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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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클라베’의 한 장면. 사진제공=디스테이션

올해 영국 아카데미상은 최고 영예인 작품상으로 교황 선출을 둘러싼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다룬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콘클라베’를 택했다.  

17일(한국시간) 런던 로열페스티벌홀에서 열린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콘클라베’는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을 포함해 각색상, 편집상, 최우수 영국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차지했다. 작품상을 놓고 겨룬 ‘브루탈리스트’는 브래디 코베의 감독상과 애드리언 브로디의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촬영상과 음악상까지 수상하면서 나란히 4관왕에 올랐다.

작품상의 영예를 안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콘클라베’는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음모와 권력 다툼을 그린 영화다. 선거를 총괄하는 단장 로렌스(랄프 파인즈)를 중심으로 벨리니(스탠리 투치), 트랑블레(존 리스고), 아녜스(이사벨라 로셀리니)가 교황의 자리를 두고 각자의 욕망을 드러낸다. 영국의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제목은 교황의 서거 등으로 새로운 교황을 뽑아야 할 경우 전 세계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성당에 모여 교황을 선출하는 과정을 뜻하는 라틴어다. 

에드워드 버거 감독은 작품상을 받고 “우리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처해있다”며 “우리를 하나로 묶는데 익숙한 기관들이 우리를 분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때로는 신앙을 지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영화를 만든다”고 밝혔다.

독일 출신인 감독은 2023년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로 국제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콘클라베’는 오는 3월3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영화 ‘브루탈리스트’의 한 장면. 사진제공=유니버설픽쳐스

● ‘브루탈리스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브래디 코베 감독과 애드리언 브로디가 수상했다. 이를 비롯해 촬영상과 음악상도 함께 받았다. ‘콘클라베’와 더불어 올해 영국 아카데미상의 주요 부문을 휩쓸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정착한 헝가리 출신의 유대인 건축가의 삶을 그린다. 전쟁 중 가족들과 헤어진 상흔을 지닌 라즐로 토스(애드리언 브로디)는 이러한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건축을 설계한다. ‘브루탈리스트’는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을 이어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유행한 단순한 형태의 콘크리트 건축 양식을 뜻하는 브루탈리즘에서 따온 제목이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남우주연상을 받고 “저와 저의 창의적인 노력을 포용해주신 영국 관객에 감사를 표한다”며 “‘브루탈리스트’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남기려는 추구에 관한 영화”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월5일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영국 아카데미상까지 받으면서 미국 아카데미상에서도 가장 유력한 남우주연상의 후보가 됐다. ‘브루탈리스트’는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화 ‘아노라’의 마크 아이델슈테인(왼쪽)과 미키 매디슨. 사진제공=유니버설 픽쳐스

● 여우주연상 ‘아노라’ 미키 매디슨 

여우주연상은 션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의 미키 매디슨이 받았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노라’는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미키 매디슨)이 러시아 재벌2세 이반(마크 아이델슈테인)을 만나 충동적인 사랑으로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반의 부모님은 아들의 결혼 소식에 혼인무효소송을 진행할 것을 지시하고, 두려움에 빠진 남편 이반은 아내 아노라를 버린 채 홀로 도망친다. 

미키 매디슨은 1999년생의 미국 배우로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스크림 5’ 등에 출연했다. 이번 ‘아노라’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배우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여우주연상에 호명된 뒤 무대에 올라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홍보 담당자의 말을 듣고 수상 소감을 미리 준비했어야 했나 보다”고 놀라워 하면서 “복잡하고 흥미롭고 나와 너무 다른 사람을 연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션 베이커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아노라’는 미국 아카데미상에서도 작품상과 함께 감독상·여우주연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미키 매디슨은 영국 아카데미에 이어 미국 아카데미상도 노린다.

한편 영국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BAFTA)가 주관하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1947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78회를 맞았다. 매년 미국 아카데미보다 먼저 개최돼 오스카의 결과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는 지표로도 통한다. 

[제78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주요 수상작(자) 목록]

♦ 작품상 ‘콘클라베’ 

♦ 영국 영화상 ‘콘클라베’ 

♦ 감독상 브래디 코베 ‘브루탈리스트’ 

♦ 남우주연상 애드리언 브로디 ‘브루탈리스트’ 

♦ 여우주연상 미키 매디슨 ‘아노라’ 

♦ 라이징 스타상 데이비드 존슨 

♦ 각본상 제시 아이젠버그 ‘리얼 페인’

♦ 각색상 피터 스트로갠 ‘콘클라베’ 

♦ 비영어영화상 ‘에밀리아 페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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