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한다고 딸을 주민등록 말소시킨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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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과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엄마친구아들’에 출연하며, 수십 년의 연기 내공을 자랑한 배우 김금순.

대중에게는 다소 낯선 배우이지만, 연기 경력 30년에 달하는 베테랑 배우입니다. 김금순은 중학교 시절 영화학도였던 선생님을 만나면서 연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지만, 선생님인 아버지의 격렬한 반대에 부닥치게 됩니다.

호적에서 파 버린다?!

자식과의 분쟁이 생기면 으레 “호적에서 파버린다”는 말을 하곤 하는 부모님들처럼, 김금순 역시 아버지에게 같은 말을 들었고, 어린 마음에 더욱더 격렬하게 연기자의 꿈을 고집하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성인이 된 김금순은 연극 무대를 기반으로 배우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등본을 떼러 갔다가 실제로 자신의 기록이 말소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하게 됩니다.

말소가 되어도 다시 등록은 가능하지만,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었죠. 그렇게 꿈에 그리던 배우로 활동을 이어가던 김금순은 결혼 후 두 아들의 엄마가 되어 연기를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그 공백기는 무려 10년.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가 유치원에 다닐 무렵, 김금순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내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사기를 치고 있다는 생각에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마침 그녀의 고민을 알고 있던 지인이 영화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며 추천을 해주었고, 덕분에 김금순은 온라인 사이트에 프로필을 올렸습니다. 이를 본 한 관계자의 제안으로 단편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당시 거마비라며 받은 돈 덕분에 ‘이거 해야겠다. 집안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김금순. 그리고 10년 만에 딸의 복귀 소식을 전해 들은 아버지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됩니다.

그렇게 오래 연기할 줄 몰랐으며, 그럴 줄 알았다면 그때 잘 도와줄 걸 그랬다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공백기를 가진 덕분에 지금 하는 생활연기를 위한 토대가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김금순입니다.

올해 두 편의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단단히 찍은 김금순에게 경사가 이어졌습니다. 배우로 복귀한 지 10년 만에 영화 ‘정순’으로 들꽃영화상과 부일영화상의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게 된 것입니다.

‘정순’은 중년 여성의 뒤늦은 사랑, 그리고 디지털 성폭력과 그에 따른 개인의 파괴와 회복을 담은 영화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소개된 후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받았고, 로마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는 등 현재까지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4일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김금순은 패션 회사에 다니는 큰 아들이 맞춰준 정장을 입고, 고등학생 둘째 아들이 선물한 보디로션을 바른 채 무대에 올라 영광의 순간을 만끽했는데요.

특히나 독립영화에는 아직 눈에 띄지 않았을 뿐, 정말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들이 많다며, 대중이 독립영화를 더욱더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며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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