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를 그려서” 또는 “세상에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두 소녀가 있다. 초등학교 4하년생 후지노와 쿄모토.
후지노는 친구들의 찬사 속에 학년 신문에 4컷 만화를 연재하며 자신의 재능에 대한 자신감을 잔뜩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신문에 실린 다른 아이의 만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세상 밖으로 나오길 거부하는 동급생 쿄모토를 후지노는 그렇게 맞닥뜨린다.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이 극장가에서 잔잔한 화제를 모으며 느린 걸음으로 관객에게 다가가고 있다. 작품은 2019년 만화 ‘체인소 맨’의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2021년 단편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바람이 분다’의 원화와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작화를 맡은 애니메이터이터 오시야마 기요타카 감독이 영화화했다.
지난 5일 개봉한 영화는 ‘베테랑2’의 폭풍 같은 흥행 질주가 장악한 극장가에서 하루 1만여명 가까운 관객을 불러 모으며 누적 15만여명에 육박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메가박스가 단독 개봉했다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은 규모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메가박스가 상영 중인 영화 가운데 ‘룩백’은 ‘베테랑2’에 이어 예매율 2위에 올라 있다. 또 10점 만점의 실관람 평점에서 9점을 기록하며 관객의 지지를 얻고 있다. 관객들은 실관람평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펑펑 울음”(an******) “먹먹하고 따뜻한 영화”(mo******) “추석인 오늘 마음에 큰 울림을 채워간다”(ha****) 등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1. 등(back) 그리고 돌아보다(look back)
영화는 두 소녀가 만화를 매개로 서로에게 다가가 위로와 우정의 손길을 잡는 이야기를 큰 줄거리 삼는다.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지닌 후지노와 세상과 단절한 채 그림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쿄모토가 만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함께 자라나면서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은 관객에게 감동과 따스한 감성을 안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관객들의 평가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영화의 제목은 이 같은 얼개를 제대로 드러낸다. 제목은 ‘돌아보다’는 의미. 여기서 ‘백’은 사람의 등을 가리키기도, 또 ‘배경’을 뜻하기도 한다.
영화는 두 소녀가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기 전까지 서로의 등을 바라보며 만화를 그려가는 모습을 통해 이들의 따스한 우정을 키워간다. 후지노가 자신의 손을 잡고 이끄는 쿄모토의 시선에 후지노의 등은 의지와 기댐의 상징이며, 함께 만화를 그리며 바라보는 서로의 등은 이들의 우정을 든든히 지켜주는 배경이 된다.
하지만 사건이 몰고 온 아픔은 후지노에게 후회를 남기지만, ‘룩백’(돌아보다)이라는 행위를 통해 그는 새롭게 쿄모토를 또 다른 세상 밖으로 이끌어낸다. 그러는 사이 후지노가 관객에게 드러내보이는 등은 고요함 속에 자신이 친구와 함께 걸어온 길을 묵묵히, 여전히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58분
“짧지만 격한 이야기.”
메가박스 한 관객(ny*****)이 ‘룩백’에 남긴 평이다. 여기서 “짧다”는 것은 실제 58분 ‘밖에’ 되지 않는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을 말한다. 영화는 채 1시간을 넘지 않는 분량을 통해 “격한 이야기”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룩백’은 극장 영화가 대체로 2시간 안팎의 상영시간으로 만들어진다는 통념을 부수고 있다. 결코 길지 않아도, 그래서 비교적 단순하지만, 무엇보다 집약된 스토리로 더 긴 분량의 이야기에 뒤지지 않는 감성을 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4월 미국 설문조사 전문회사 토커 리서치는 2000명에게 ‘영화의 이상적인 길이’를 물었다. 가장 많은 답변은 ‘92분’이었다.
‘룩백’은 그보다 훨씬 짧은 분량. 그러면서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관객들의 반응이 말해준다. 영화는 가능한 두 소녀에게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며 확실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방식을 취한다. 핵심만을 파고드는 집요한 그래서 세밀한 감성도 거기서부터 나온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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