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밀착 히어로’의 시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그리고..
우울증, 불면증 그리고 비만까지… 현대인의 질병은 초능력자라고 해서 비켜가지 않았다.
지난 4일부터 방송 중인 JTBC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극본 주화미·연출 조현탁)은 현대인의 고질병에 걸려 능력을 상실한 초능력 가족의 이야기로 주목받고 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초능력을 지닌 가족이 상처를 딛고 사랑의 감정을 쌓아가면서 한동안 잃었던 능력을 점차 회복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들의 설정은 그동안 익숙하게 봐 왔던 히어로들과는 차이가 분명하다.
주인공 복귀주(장기용)는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초능력을 지녔지만 과거 교통사고 현장에서 아내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무력감에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의 어머니인 복만흠(고두심)은 예지몽을 꾸면서 미래를 보는 능력을 활용해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불면증에 걸렸다. 누나 복동희(수현) 역시 비만 때문에 하늘을 나는 초능력을 잃어버린 상황. 각자의 아픔과 사연으로 능력을 잃은 이들은 상처를 딛고 능력을 회복하고자 고군분투한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의 주인공들은 특별한 초능력을 가졌지만 평범한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결핍’과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모습으로 공감을 이끌었다. 초능력마저 잃게 만드는 만성질환의 위력 또한 ‘웃픈'(웃기면서 슬픈) 감정을 안겼다.
이 작품은 초능력을 지니고도 아무도 구하지 못한 복귀주가 마침내 운명의 사람 도다해(천우희)를 구하게 되는 내용을 다루면서 판타지 로맨스에도 집중한다. 히어로물이라고 했을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세상을 구하는 초능력자’가 아닌, 우리와 별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인물들이 상처를 딛고 능력을 찾아가는 모습으로 흥미를 안기고 있다.
● ‘무빙’으로 시작된, 한국형 히어로 전성시대
초능력을 지닌 히어로를 내세운 드라마가 안방극장의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을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생활밀착형 슈퍼히어로들의 세계를 그린 ‘캐셔로’를 선보인다. 또한 ‘하자 있는 초능력자들’을 내세운 시리즈 ‘더 B팀’도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모두 우리 주변에서 볼법한 친근하고 평범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생활과 밀착한 엄청난 능력을 숨기고 있는 ‘K히어로’의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실에 기반을 둔, 생활밀착형 K히어로들의 활약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연출 박인제)이 시작이다.
‘무빙’은 능력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액션 히어로물로 지난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다. 원작인 동명 웹툰을 집필한 강풀 작가가 시리즈의 극본까지 직접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무빙’은 초능력 소재를 내세웠지만 그동안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흔히 봐왔던 슈퍼 파워를 지닌 영웅의 이야기와 달리 가족애가 밑바탕이 되는 한국형 히어로를 내세워 성공을 거뒀다.
세상과 인류를 구하겠다는 대의만큼이나 소중한 나의 가족을 위해 싸우는 모성애와 부성애는 기존 할리우드에서 봐왔던 히어로물과의 차별화를 이뤘다. ‘무빙’이 시작한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JTBC ‘힘쎈여자 강남순’ ‘힙하게’ 등으로 이어졌고, 작품에서 활약한 친근하고 인간적인 히어로들도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형 히어로의 전성시대를 이어가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과 ‘캐셔로’, ‘더 B팀’가 다루는 이야기 역시 궁금증을 자극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캐셔로'(극본 이제인·전찬호, 연출 이창민)는 손에 쥔 캐시만큼 힘이 세지는 초능력을 얻게 된 평범한 공무원 강상웅(이준호)이 월급을 털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를 다룬 생활밀착형 ‘흙수저 슈퍼히어로’ 장르를 내세운다.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준호는 주인공 강상웅 역을 맡아 가진 것 한 푼 없지만, 인간미만큼은 넘치는 새로운 히어로의 모습을 예고하고 있다. 강상웅은 평범한 주민센터 공무원이지만 어쩌다 초능력을 계승 받는다. 손에 쥔 현금만큼 초능력을 쓸 수 있지만, 쓰고 나면 돈이 없어지는 현실 속 강상웅의 고군분투를 다이내믹하게 그려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의 유인식 PD가 연출을 맡은 ‘더 B팀’은 현재 박은빈이 주인공으로 출연을 검토 중이다.
이 작품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초능력을 구사하는 ‘하자 있는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다. 특히 ‘마블 히어로의 아버지’로 통하는 고 스탠 리가 원안을 직접 구상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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