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다주 내세운 박찬욱 감독의 ‘미드’ 뚜껑 열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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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포테이토 지수 87%] ‘동조자’, 스파이의 모순 그린 박찬욱의 탁월한 시선

(‘동조자’ 1~2회에 관한 리뷰입니다.)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밀정.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모든 일의 양면을 보는 저주를 받았죠. “

박찬욱 감독이 제작, 각본, 연출을 맡은 미국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는 독방에 갇힌 대위(호아 쉬안데)의 이 같은 독백으로 시작된다.

1970년대 자유 베트남에서 공산주의 스파이 활동을 대위는 남베트남 장군을 모시는 비밀경찰이자 북베트남의 남파 간첩이다. 공산당 간첩을 색출하면서, 자유 베트남 군사기관의 기밀 정보를 빼돌린다. 그러면서 대위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그는 두 개의 언어, 두 개의 정체성으로 형성된 역할을 가졌다.

들여다보면 대위의 내면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있다.

대위에게 남베트남 방식을 가르친 이가 장군(토안 레)이라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클로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로부터는 미국의 방식을 교육받았다. 그렇지만 대위는 북베트남 정보요원인 친구 만(듀이 응우옌)의 지령을 받는다.

북베트남의 사이공 점령이 다가오고 대위는 미국으로 떠나지 않으려고 하지만, 만은 미국으로 가서 장군을 감시하라고 한다. 남아서 “조국의 미래에 보탬이 되고 싶다”던 대위에게 만은 “넌 영어로 꿈을 꾸고, 미국을 사랑해. 인정해”라고 말한다.

이는 미국에 “매료됐으면서도 혐오한다”던 대위가 자신을 두고 “나는 모순의 결합체”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대위는 공산주의 간첩이지만, 미국을 사랑하는 아이러니와 모순을 간직한 인물이다.

● 인물의 딜레마를 그려낸 박찬욱의 탁월한 시선

‘동조자’는 2016년 퓰리처상 받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한다. 시리즈화하면서 박찬욱 감독이 직접 각색했다.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2022년)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뒤 내놓는 첫 작품이자 2018년 방영된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시리즈물이다.

박 감독은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 딜레마에 빠진 인물의 심리와 상황을 플래시백(과거 회상 장면 또는 기법)과 특유의 강렬하고 감각적인 미장센, 블랙코미디적 요소로 그려냈다. 이중생활을 하는 대위의 불안감과 위태로움, 모순되는 상황을 긴장감 있게 연출했다. 박 감독은 배우들에게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와 패러독스를 명심하라”고 주문했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는 케이블 채널 HBO와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에서 공개되며, 국내에서는 지난 4월15일부터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1회에서는 스파이 임무를 수행하던 대위의 모습과 그의 또 다른 친구 본(프레드 응우옌 칸), 장군 등이 베트남을 탈출하는 극적인 과정이 그려졌다. 2회는 베트남을 탈출한 대위가 미국에 정착함과 동시에 공산주의 스파이 활동을 이어갔지만, 장군이 베트남 난민들 사이에 스파이가 있다고 의심하며 ‘두더지 색출’에 열을 올려 대위를 불안하게 하는 모습이 담겼다.

‘동조자’는 일찌감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서로 다른 네 명의 인물을 연기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1회에서 대위를 미국 스파이로 키운 CIA 요원으로 나왔다면 2회에서는 아시아 문화에 심취한 동양학 교수로 등장했다. 이후 회차에서 국회의원, 영화감독으로 역할을 바꿔 나올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력을 뽐내기 위함은 아니었다. 박 감독은 그가 맡은 네 명의 백인 남성들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보여주는 네 개의 얼굴일 뿐, 결국 하나의 존재”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존재”라고는 하지만, 각기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연기 쇼’가 극의 재미를 더한다.

‘파란 눈의 베트남인’인 호아 쉬안데는 베트남계 호주 배우다.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지만, 능청스러운 미소로 상대를 속이고 위험한 상황에서는 불안에 떠는 대위의 심리를 묘사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간다.

● 한국 감독이 그린 베트남전과 이념전쟁

한국인 감독이 1970년대 베트남과 미국에 시선을 둔 원작을 영상화했지만, 이질감은 없다.

동족상잔의 비극과 분단, 이후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과 이념 투쟁은 물론 미국이라는 외세의 존재감 등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역사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베트남인도, 미국인도 아니”지만 박 감독은 비슷한 역사를 경험하며 느낄 수 있는 시선을 ‘동조자’에 담았다.

박 감독은 “(베트남과)근현대사의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동병상련의 마음도 있고, 주인공이 미국의 대중문화에 매몰된 마음도 이해할 수 있다.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 저의 정체성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냉전이 끝났다고 하지만, ‘신냉전’이라는 말이 있고, 남한 사회의 이념 갈등은 격렬하다. (‘동조자’ 속 상황이)저에게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진 않고, 숨 쉬듯이 쉬운 일이고, 우리를 둘러싼 공기 같은 것이기 때문에 미국인보다는 (연출)적임자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조자’는 박찬욱 감독이 공동 쇼러너(show runner)로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총 7부작으로 이뤄진 ‘동조자’에서 박 감독은 전반인 1~3회의 연출을 맡았다. 나머지 편은 브라질 출신의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과 영국 감독 마크 먼든이 나눠 연출했다. 매주 월요일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를 공개한다.

연출 : 박찬욱,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마크 먼든 / 각본 : 박찬욱, 돈 맥켈러 / 출연: 호아 쉬안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산드라 오 외 / 플랫폼: HBO, 쿠팡플레이 / 공개일: 4월14일 / 등급: 회차별 상이 / 장르: 시대극, 전쟁, 스릴러 / 회차: 7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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