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두나 “좋은 작품, 좋은 감독이 부르면 어디서라도 연기하겠다”
한국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그 첫 출발인 배우 배두나의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배두나는 2012년 워쇼스키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시작으로 ‘주피터 어센딩’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8’ 등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를 넘어 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배두나의 또 다른 할리우드 작품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벨 문:파트2 스카기버'(감독 잭 스나이더)가 4월19일 오후 4시에 베일을 벗었다.
‘레벨 문’은 평화로운 변방 행성에 지배 세력이 위협을 가하자 신분을 숨기고 마을에서 조용히 살던 이방인 코라(소피아 부텔라)와 여러 행성의 아웃사이더 전사들이 모여 은하계의 운명을 건 전투에 나서는 내용이다. 총 2부작으로 이뤄진 영화는 지난해 12월22일 파트1 공개에 이어 이번 파트2로 후속 이야기를 이어간다.
19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커뮤니티하우스에서 열린 ‘레벨 문:파트2 스카기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배두나는 “2022년에 LA에서 8개월 정도 영화를 촬영했다”면서 “타지에서 오랫동안 있어서 외롭기도 하고 고충도 있었다. 그만큼 애정도 있다”고 돌이켰다.
이어 “파트2까지 공개되니 완전히 끝난 느낌이라서 섭섭한 기분이다. 함께한 배우들이 식구 같은 느낌인데 그립기도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에서 배두나는 한쪽 팔에 기계를 달았지만, 한계를 뛰어넘는 검객 네메시스 역이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의아했다”는 배두나는 “캐릭터를 확인한 뒤에는 몰입해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트리트 액션 작품에 출연한 적도 없고 즐겨보는 사람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캐릭터에 스며들 수 있다면 어떤 장르라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모험에 나섰어요.”
● “네메시스는 번뇌와 고통을 겪는 사람”
배두나는 네메시스를 “외강내유”라고 표현했다. 겉은 강해 보이지만, 내면은 부드러운 캐릭터라는 설명이다.
“파트1에서는 여전사로서 의지할 수 있는 모습이 나오지만 그녀는 번뇌와 고통을 겪은 사람”이라고 밝힌 배두나는 “과거의 아픔과 후회, 복수심을 가슴에 안고 잘 싸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어서 참여했고, 그 부분은 잘 산 거 같다”고 자평했다.
영화에서 네메시스는 조선시대 전통 모자인 갓을 머리에 쓰고 쌍칼을 활용한 액션을 펼친다. 짙은 메이크업에 검도복을 연상케 하는 하의를 입고 남다른 비주얼을 갖췄다. 잭 스나이더 감독은 배두나가 주연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보고 네메시스의 비주얼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두나는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갓이 아니었는데, 의상 피팅에 가니 갓이 이미 제작돼있었다”며 “반갑고 뿌듯했고, 연기할 때 남자 선배들이 쓰던 건데 저도 쓸 수 있어서 신났다”고 미소 지었다.
배두나는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할 때와 한국 작품에 참여할 때 역할과 장르의 차이가 분명하다. 할리우드에서는 주로 판타지와 액션 등의 장르에서 개성 강한 캐릭터를 맡는다. 이는 배두나가 의도한 것이기도 하다. 그는 “30살 이후에 서양 작품을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것을 흉내를 낼 수밖에 없는데, 그보다 저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역할을 선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판타지의 요소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 편이 연기하기가 수월하죠. 그렇지만 언젠가는 한국에서 했던 생활 연기를 (할리우드에서도)할 거예요. 아직까지는 그 바람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는 느낌입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지금처럼 국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부터 배두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에 출연했다. 2015년 ‘센스8’을 선보였고 이후 2019년 시작한 ‘킹덤’ 시리즈와 2021년 공개한 ‘고요의 바다’ 등에 출연하며 ‘넷플릭스의 딸’로도 일컬어진다.
이런 평가에 배두나는 “이제는 딸들이 너무 많아서 이모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웃었다.
“‘센스8’ 때에는 넷플릭스 한국 지사도 없었거든요. 오랫동안 관계를 이은 배우이기는 하죠. 지금은 워낙 넷플릭스가 많은 작품을 내놓고 배우들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서 그 수식어에서는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
그러면서 배두나는 “그때도, 지금도, 어느 플랫폼에서 일하는 건 상관이 없다”면서 “좋은 작품과 좋아하는 감독이 부르면 어디라도 가서 연기를 할 거고,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과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배두나의 새로운 도전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레벨 문:파트2 스카기버’이다.
파트1에서는 코라가 마을을 떠나 은하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전사들을 한데 모으는 과정이 그려졌다면 ‘레벨 문:파트 스카기버’는 은하계 전사들의 과거사와 함께 은하계를 뒤흔들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이 펼쳐진다.
배두나는 “굉장히 빠른 전개로 전투가 시작되고, 캐릭터들의 개인사가 밝혀지면서 재미있을 것”이라며 “CG도 화려하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장면도 많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파트1때도 그렇지만 외계 생명체를 구현해낸 잭 스나이더만의 비주얼도 놀랐다. 그 부분이 관전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레벨 문:파트2 스카기버’의 한 장면. 배두나는 “‘레벨 문’ 배우들이 식구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