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파친코’가 결정적인 계기였다”
중국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삼체’, 베트남 전쟁을 다룬 소설을 원작으로 한 HBO ‘동조자’. 글로벌 OTT와 방송사의 시선이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HBO 오리지널 시리즈 ‘동조자'(The Sympathizer) 언론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 같은 흐름을 진단했다.
이날 박 감독은 “‘파친코’가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도 작용을 했다. 그런(흥행 작품) 영향이 있는가 하면 시대가 이들 작품의 성공을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삼체’ 같은 작품에 거대한 자본이 투자될 수 있었던 데에는 시대의 영향이 필수적”이라면서 “서양 사회, 특히 다양한 인종과 문화로 이루어진 미국 사회에서 일부 특정한 인종의 목소리만 들려왔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 분명히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체’의 원작은 중국 작가 류츠신 작가의 SF 소설 ‘삼체’ 3부작이다. 1966년 중국의 문화대혁명에서 시작해 수백 년 후 외계 문명과 인류의 전면전으로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SF 대서사로, 중국 과학소설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삼체’의 회당 제작비는 2000만달러, 약 268억원에 달한다. 총 8부작에 쏟아부은 제작비가 1억6000만달러(2153억원)다. 이는 넷플릭스 사상 가장 비싼 시리즈로 알려졌다.
박찬욱 감독은 “소수 집단이 점점 힘을 가지게 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고 있다”면서 “경제의 논리로 봐서도 이것은 하나의 시장이 됐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한 것에 대해서 너무 따져서 피곤하다는 말도 있다. 예술 창작에서 그런 것이 항상 좋지만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번에 ‘동조자’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이런 기획을 가능하게 했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동조자’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은 베트남전쟁 직후 베트남과 미국 사회의 이면을 이중간첩 스파이인 주인공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내용을 그린다.
이를 드라마 시리즈로 옮긴 작업 과정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베트남 문화나 언어 등을 철저하게 수행해야 했다. 대충해서는 안 됐다”며 “욕먹는 건 물론 쇼가 망가지는 인식을 HBO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 문제(베트남 문화를 다루는)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고, 그 부분에 돈을 쓰는 걸 아끼려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독에 따르면 7부작인 ‘동조자’의 총 제작비는 1억달러(1384억원) 이상이다.
“1억달러 달러가 넘는 시리즈에 처음 보는 베트남 배우들이 등장하고, 대사의 절반이 베트남어”라고 밝힌 감독은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놀랍고 어찌 보면 늦은 일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박찬욱 감독은 ‘동조자’의 공동 쇼러너(co-showrunner)이자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제작, 각본, 연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2018년 방영된 BBC ‘리틀 드러머 걸’에 이어 두 번째로 연출한 글로벌 TV 시리즈로도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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