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1000만] ‘해석 욕구’와 ‘밈’이 만든 오컬트 최초·최고의 기록
장재현 감독의 새 영화 ‘파묘’가 1000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오컬트 영화로는 처음으로, ‘서울의 봄’ 이후 3개월 만에 1000만 영화가 또 한번 탄생하며 마침내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렸다.
● 오컬트 최초·최고 기록…장재현 데뷔 9년 만에 1000만 흥행
20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전산망)에 따르면 2월22일 개봉한 ‘파묘'(제작 파인타운프로덕션)는 19일까지 945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개봉 첫날 33만명을 동원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린 ‘파묘’는 3일째 100만, 4일째 200만, 7일째 300만, 9일째 400만, 10일째 500만, 11일째 600만, 16일째 700만, 18일째 800만, 24일째 900만명을 돌파했다.
‘파묘’의 900만명 돌파는 지난해 최고 흥행작으로 최종 1312만명을 모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의 흥행 속도를 7일이나 앞당겼다.
‘파묘’는 개봉 5주차에 접어들었는데도 평일 하루 7~8만명대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오는 23일과 24일 중에는 10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파묘’가 1000만 영화에 등극하면 전산망 내 ‘공식통계’ 기준 한국영화로는 23번째,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통틀어 32번째 1000만 고지를 밟는다.
‘파묘’의 1000만 영화 등극은 오컬트 장르 최초의 기록이자, 최고 흥행 성적이다. 이전 오컬트 장르 최고의 흥행은 687만명을 모은 나홍진 감독의 ‘곡성'(2016년)이었다.
이로써 장재현 감독은 데뷔작(장편)으로 소년의 몸에 깃든 악령을 퇴치하는 가톨릭 사제들의 이야기를 그린 ‘검은 사제들’(2015년)부터 신흥 종교의 비리를 추적하는 개신교 목사의 이야기를 그린 ‘사바하’(2019년) 그리고 ‘파묘’에 이르기까지 오컬트 한 우물을 판 끝에 9년 만에 1000만 영화 감독이 됐다.
‘파묘’의 흥행에 ‘검은 사제들’ ‘사바하’ 전작들도 덩달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밈’, 입소문과 함께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파묘’의 1000만 달성으로 인해 최근 영화의 성공을 이끄는 흥행 공식도 확실히 자리잡았다. 대대로 영화 흥행을 좌우한 ‘입소문’과 더불어 온라인 트렌드를 가리키는 ‘밈’이 흥행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요소로 떠올랐다.
‘서울의 봄’이 스마트 워치로 심장 박동을 확인하는 ‘심박수 챌린지’, 극중 관객의 분노를 자극한 주인공들이 관객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대국민 사과’로 밈을 형성하며 작품 외적으로 흥밋거리를 생성해낸 것과 마찬가지로 ‘파묘’도 밈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넓게는 영화 곳곳에 숨은 장치를 해석하는 밈부터 좁게는 ‘파묘’라는 제목 자체의 뜻을 이미지로 만든 밈까지 다양하게 이뤄졌다. 이는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놀이’의 일종으로 확산했다. 영화를 관람하는 데 머물지 않고 ‘갖고 노는’ 콘텐츠로 재생산하기도 했다.
‘파묘’는 원령과 정령 퇴치라는 오락적 장치 속에 숨겨놓은 항일 메시지로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는 개봉 초반부터 ‘해석 욕구’를 촉발하면서 ‘N차 관람’ 흐름을 주도했다.
특히 ‘김상덕(최민식)·고영근(유해진)·이화림(김고은)·윤봉길(이도현)’ 극중 인물의 이름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같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관련 상징과 ‘떡밥’들에 대한 해석이 하나씩 공개될 때마다 온라인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해석 놀이 못지않게 최민식의 ‘할꾸’(할아버지 꾸미기)도 밈이 됐다.
무대인사 중 60대 배우가 관객이 건넨 머리띠와 모자를 쓰고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것이 호감을 샀다.
이를 통해 ‘민식바오’ ‘감귤민식’ ‘키티민식’ ‘쿠로민식’ 등 별명을 얻으며 젊은 세대와 소통한 최민식은,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3월 브랜드 평판 조사에서 영화배우 1위를 차지했다. 주로 2030세대 배우가 차지했던 자리로, 60대 배우가 관련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는 례적이다.
● 재밌는 영화는 본다…이번엔 진짜 부활 신호탄?
‘파묘’는 ‘서울의 봄’에 이어 ‘볼만한 영화는 본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서울의 봄’이 개봉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는 일종의 ‘위기론’이 팽배해 있었다. 팬데믹 사태와, OTT의 성장, 관람료 인상 등 구조적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 작품의 질적 하락을 지적하며 한국영화에 등을 돌리는 관객의 외면이 큰 문제로 꼽혔다.
‘파묘’는 ‘서울의 봄’과 함께 영화가 새로운 이야기를 재미있게 다루고, 잘 만들어 완성도를 갖추면 비싼 관람료를 지불하고서라도 반드시 본다는 사실을 증명해내며 한국영화에 다시 한번 희망을 갖게 했다. ‘파묘’는 2월, ‘서울의 봄’은 11월에 개봉한 사실도 이 같은 흐름을 증명한다. 극장가 성수기로 통하는 시기가 아님에도 1000만 관객을 모으며 극장에 활력을 돌게 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19일 발표한 ‘2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을 통해 “2월 극장 관객 수가 ‘파묘’ 등의 흥행 덕분에 전년 동기 대비 78.4% 증가한 1146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파묘’는 또한 국내 흥행을 넘어 아시아 권에서 흥행을 이끌며 ‘부산행’ ‘기생충’을 잇는 K무비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지난 달 28일 개봉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가진 ‘기생충’의 70만명을 제치고 최근 190만명을 돌파했으며, 지난 15일 베트남에서도 개봉해 66만 달러(9억원)로 한국영화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세웠다.
‘파묘’는 3월20일 필리핀, 3월21일 태국 등 아시아와 북미, 영국 등으로 개봉을 이어간다. 1000만의 열기가 해외로도 옮겨 붙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