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대박났는데.. 아내에게 “역겹다” 소리 들은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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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배우자(영화감독 니키리)가 저의 몸의 체취가 바뀌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역겹다고 말이죠. 하하. 아직 결과물은 보지 못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패스트 라이브즈’는 배우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죠.”

[인터뷰] ‘패스트 라이브즈’가 바꾼, 배우 유태오의 “삶”

“어떻게 하면 진솔하게 표현하고,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느꼈던 여운과 동양적인 철학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만 생각하면서 연기했어요. 전 세계에서 전해지는 여러 수상 소식은 감사하지만, 그에 따른 무게감이나 부담감은 없어요. 저는 과거에도, 미래에도 살지 않거든요.”

셀린 송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해성 역할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유태오를 2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현재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작품이다.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첫사랑이었던 나영(그레타 리)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을 연기했다.

해성은 12살에 나영과 헤어지고, 24살 SNS를 통해 다시 만난다. 그렇게 또다시 12년이 시간이 흐르고, 해성은 나영과 ‘있을 수 있었던 수많은 만약’의 순간을 떠올리며, 24년만에 다시 조우한다.

이 역할로 유태오는 한국배우로는 최초로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태오는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그는 “오디션도 미팅도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러브콜도 받고 있다”면서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고 미소 지었다.

● ‘패스트 라이브즈’가 바꿔놓은 배우의 삶

유태오는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고백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영화가 말하는 ‘인연’의 철학과 개념을 자신의 연기 인생에도 대입했다는 설명이다.

“인연이라는 말을 흔히 썼지만, 그 의미가 담은 철학을 제대로 소화시키고 믿어야지 연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이후에 연기를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이전에는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예를 들어 역할의 트라우마를 찾아보고, 감정을 세팅하는 방식으로요.”

유태오는 “인연이라는 요소를 캐릭터에 대입하니 이 캐릭터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패스트 라이브즈’ 이후 촬영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세상에서 가장 나쁜 소년’은 과거의 방식이 아닌 캐릭터와의 인연으로 접근해 “몸 바쳐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제 배우자(영화감독 니키리)가 저의 몸의 체취가 바뀌었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역겹다고 말이죠. 하하. 아직 결과물은 보지 못해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패스트 라이브즈’는 배우 인생을 바꿔준 작품이죠.”

● “해성과 유태오, ‘한’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유태오는 파독 광부인 아버지와 간호사인 아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이후 미국과 영국에서 연기를 공부한 그는 2003년 독일 단편영화 출연을 시작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지만, 15년의 무명 생활을 보냈다. 2018년 제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초청된 영화 ‘레토’에서 한국계 러시아 로커 빅토르 최를 연기하면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군대 생활을 한 한국남자인 해성을 이해하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배경을 지녔지만, 유태오는 무명 시절의 경험과 해성의 상황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역할에 몰입했다.

“저는 역할과 저의 공통점을 극대화해 파고드는 편이에요. 저와 해성의 공통점 중 하나는 ‘한’이라는 요소인데요. 저는 의지를 갖고 환경을 변화시키는 못하는 억울함을 너무나 잘 이해해요. 문화배경이 달라도 똑같이 느낄 수 있죠. 한은 분노, 아련한 미소 등 다양하게 나올 수 있고 그렇게 여러 해석과 선택의 결과로 지금의 해성이 나왔어요.”

하지만 해성과 유태오의 차이점도 분명했다. 그는 “저는 관계 안에서 후회 없이 사는 사람이라서 하고 싶은 건 답을 얻을 때까지 행동하는 편”이라고 웃었다.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CJENM
‘패스트 라이브즈’의 한 장면. 사진제공=CJENM

이날 유태오는 뉴욕에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느꼈던 특별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저도 뉴욕에서 살았고, 이스트 빌리지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다녔다”던 그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20년 만에 그곳에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뉴욕 경찰들이 촬영을 위해 거리를 막았는데,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유태오는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리크루트’ 시즌2에 합류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 5년 동안 한국과 외국에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이후 작품들을 개발하고 싶다”면서 “롤모델은 마동석과 톰 크루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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