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사제들’ ‘사바하’에도 있던 상징들, 알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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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돌풍] 무속인부터 뱀까지,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도 있는 상징들

“겁나 험한 것”을 향한 관객의 궁금증이 폭발했다.

장재현 감독이 연출한 영화 ‘파묘'(제작 쇼박스)가 2월22일 개봉해 25일까지 첫주 누적관객 229만9733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동원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누적 1300만명에 성공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 이후 가장 강력한 흥행 열기다. 이런 추세라면 3월1일부터 3일까지 이어지는 사흘간의 연휴 동안 폭발적인 2차 관객 동원이 예상된다.

‘파묘’는 한 부유한 가족의 장남들에게 내려오는 의문의 병을 고쳐달라는 의뢰를 받은 젊은 무당 화림(김소은)과 봉길(이도현)이 조상 묘를 그 원인으로 보고 이장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묘 이장을 주도하지만 그 땅이 ‘악지 중의 악지’라고 판단한 상덕은 의뢰를 거절한다. 이에 화림은 악한 기운을 속일 수 있는 ‘대살굿’을 제안하고 마침내 이들은 묘 이장을 시작한다.

토속 신앙과 풍수지리 등으로 시작하는 ‘파묘’는 중반 이후부터 뜻밖의 이야기로 확장한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방식이다. 시선을 압도하는 전반부를 지나 후반부에서는 일본의 침략으로 오랫동안 상처받은 우리 땅의 역사를 파고드는 역사적인 메시지로 꽉 채운다.

‘파묘’가 기묘하면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야기로 관객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하면서 장재현 감독이 앞서 내놓은 ‘검제 사제들’과 ‘사바하’를 향한 관심도 증폭하고 있다. 이들 세 편의 영화는 소재와 메시지는 조금씩 다르지만 감독이 주력한 오컬트 장르의 3부작이라는 사실에서 ‘연결된 세계’로 받아들여진다.

●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속 무속인들

‘파묘’에서는 김고은이 연기한 무당 화림의 존재가 단연 돋보인다. 할머니 신을 모시는 화림은 ‘그 세계’에서 제법 인정받는 톱클래스 무속인. 과학과 이성으론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오감으로 파악하는 그는 문제의 묘에 묻힌 ‘겁나 험한 것’의 존재를 간파하고 그 악한 기운을 막기 위해 나선다.

고급 SUV를 타고, 피트니스에서 땀흘려 운동하는 젊은 무당인 그는 험준한 산 속에서 벌이는 굿판에서 컨버스 운동화를 신는 인물. 관객이 생각하는 무속인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깨는 화림의 모습과 행동은 ‘파묘’를 향한 호기심을 증폭하는 결정적인 배경이다.

사실 장재현 감독의 영화에는 빠짐없이 무속인이 등장한다. 가톨릭 구마 사제들의 이야기인 ‘검은 사제들’에서도, 불교와 기독교는 물론 밀교까지 두루 언급한 ‘사바하’에서도 무속인은 결정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특히 ‘검은 사제들’에는 악령이 씐 소녀 영신(박소담)의 부모가 혼수상태인 딸을 위해 집에서 굿을 벌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한쪽에선 가톨릭의 구마 사제인 김신부(김윤석)와 최부제(강동원)의 구마 의식이 진행되지만, 다른 한편으론 무속인들의 굿판까지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이 긴장감을 높인다.

이 때 굿을 주도하는 인물은 제천 법사의 딸인 젊은 무당(정하담). 무당이 싫어 가출했지만 다시 돌아와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인물로, 굿을 할 때 컨버스 운동화를 신고 있다. ‘파묘’의 화림과 일면 겹치는 캐릭터로 해석할 수 있는 설정이다.

‘사바하’의 오프닝을 여는 주인공도 무속인들이다. 마을의 소들이 이유없이 떼죽음을 당하자, 원인을 찾기 위한 굿판이 벌어지는 장면에서다. 허름한 우사 주변에 주차된 하얀색 벤OO 차량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이 무속인의 ‘위치’를 가늠하게 한다.

‘사바하’에서 굿을 주도하는 무당과 그 옆의 젊은 파트너의 관계는 ‘파묘’의 구도와 흡사하다. ‘파묘’에서도 화림의 곁을 지키는 인물 봉길이 있다.

장재현 감독은 ‘사바하’ 촬영을 준비하면서 무속과 관련해 여러 조언과 도움을 준 실제 무속인을 모델로 ‘파묘’의 봉길 역할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야구를 하다가 무당이 된 젊은 남자’라는 봉길의 사연은 ‘사바하’에 제작에 참여한 무속인의 상황을 따와 극화했다.

● 위기의 순간마다 등장하는 뱀, ‘파묘’에도…

‘파묘’는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관객의 긴장감을 한껏 높이면서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묘를 파헤치면 과연 무엇이 나올지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기 때문. 정성들여 묘 이장 작업을 마치고, 모두가 한 숨 돌린 사이… 정체를 드러내는 존재는 바로 뱀이다.

‘파묘’에서 뱀은 여러 상징성을 지닌 존재로 해석할 수 있다. 뱀이 등장한 이후부터 미스터리한 일들이 시작되고, 그 뱀이 사라지고부터 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 실제로 ‘파묘’ 상영 도중 뱀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객석 곳곳에서 깜짝 놀란 관객들의 비명이 터지기도 했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에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뱀이 등장한다.

‘검은 사제들’에서는 구마 의식이 극에 달할 무렵, 5000살이라고 자신의 나이를 밝힌 악령이 소리치면서 소녀 영신의 입을 통해 두 마리의 뱀을 내뱉는다. 뱀은 성경에서 악의 상징이다.

‘사바하’에서도 어김없이 뱀은 이어진다. 예언 속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인 ‘그것'(이재인)을 지키는 일종의 수호신 역할이다. 영화에서 ‘그것’은 기이한 모습으로 태어나 출생 신고도 되지 않은 채 허름한 창고에 갇혀 지낸다. 미지의 인물들이 ‘그것’에 다가오는 순간,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가 다름 아닌 뱀이다.

● 돼지, 악령을 붙잡는 결정적인 존재

장재현 감독의 ‘돼지 사랑’은 이번 ‘파묘’에서도 계속된다.

화림은 묘 이장을 반대하는 상덕을 설득하기 위해 이장과 동시에 대살굿(동물을 신에게 받치는 굿의 일종)을 제안한다. 마침내 굿판이 벌어지고, 화림은 여러 마리의 돼지를 주변에 두고 악령을 속인다.

사실 돼지는 무속 신앙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존재다. 다산과 풍요를 의미하고 있어서다. 무속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파묘’에서도 돼지는 중요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검은 사제들’에서 돼지는 구마한 악령을 붙잡아 두는 존재로 나온다.

최부제 강동원이 애지중지 데리고 다니면서 ‘귀여움’을 과시하던 돼지가 어느 순간 검게 돌변해 눈에서 붉은 광기를 뿜어내는 모습으로 관객을 공포에 몰아 넣기도 했다.

악령을 붙잡아 둔 이 돼지를 수심 15m의 물에 빠트려야 비로소 그 악령은 사라지는 설정으로, 검은 돼지를 품에 안고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긴 최부제가 한강으로 뛰어가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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