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하며 생계 잇던 평범한 대학생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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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우식 “이탕은 다크 히어로 아닌,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인물”

“원작에서 이탕은 우발적 살인 후 머리도 삭발하고 몸도 좋아지면서 인간병기가 돼요. 저도 몸을 키워보려고 했지만, 변한 후의 제 모습을 떠올렸을 때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더라고요. 그리고 자세히 보면 이탕은 1회부터 8회까지 똑같아요. (능력은 각성했지만)심리는 변화가 없죠.”

1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최우식의 말이다.

지난 9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극본 김다민·연출 이창희)은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이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깨달은 뒤 범죄자들의 단죄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드라마는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연재된 꼬마비 작가의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이탕은 우발적인 살인 이후 죽인 사람이 연쇄살인마로 밝혀지며 자신에게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이 있음을 깨닫는다. 최우식은 이탕을 통해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에서 내면이 딜레마에 빠지는 연기를 소화했다.

최우식의 작품 출연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2021년~2022년)과 영화 ‘경관의 피'(2022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오랜만에 연기로 인사드려 떨렸다”는 그는 “원작의 팬들이 많아서 걱정이 됐다”고 털어놨다.

자신도 “원작을 재밌게 봤다”고 고백한 최우식은 “이탕이라는 캐릭터가 나에게 왔을 때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 바뀌는 과정을 연기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 “이탕은 다크 히어로 아니야…벼랑 끝으로 몰리는 인물”

“이탕은 어디에도 있을 법한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에요. 그런 사람이 드라마틱한 사건사고에 얽히며 변해가죠. 이걸 보는 분들이 ‘나에게 저런 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오버하지 않고 현실성이 있도록, 담백하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이탕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이 악랄한 범죄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서서히 변모한다. 특히 자신의 “사이드킥”(조수)을 자처하는 노빈(김요한)을 만난 이탕은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에 대한 심판에 나선다.

범죄자를 감별해 죽이지만, 자신의 능력이 우연인지,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있는지 고민한다.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위압적인 인물 송촌(이희준)의 모습을 보고 도망가기도 하고, 눈앞에 범죄가 벌어져도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기도 한다. 여타 다크 히어로물의 주인공과 다른 모습이다.

“저는 이탕을 다크 히어로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사회 악을 처단하기 보다 ‘이게 맞나?’라고 생각하지만 (살인자에 대한)촉이 오고, 옆에서 노빈이 ‘맞다’고 얘기하죠. 그렇게 계속 벼랑 끝으로 몰려가지 않았나 싶어요.”

때문에 최우식은 처음부터 이탕은 “(살인에 대한)합리화를 못하는 친구라고 정의했다”고 말했다. 이탕이 자신의 살인을 정의 구현이라고 합리화했다면 “그런(피폐하고 고뇌하는) 얼굴이 안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합리화의 결론은 살인이지 않나. 누구라도 이탕과 같은 상황에서는 합리화하기가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에서는 어떤 계기로 이탕이 변해서 살인을 위한 몸과 얼굴이 되는데, 제가 원했던 건 이탕은 그냥 이탕이었어요. 평범한 대학생이 어쩔 수 없는 사건사고를 겪고 노빈과 거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하는 그런 모습 말이죠.”

원작의 이탕처럼 최우식도 외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그는 “이창희 감독님과 상의하에 몸도 만들고 살도 찌우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나에게 없는 모습인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사람은 안 변하더라고요.(웃음) 변명일 수도 있는데, 변화를 주려고 하다 보니까 얼굴에 살이 찌더라고요. 걱정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얼굴이어야 하는데 얼굴에 살이 붙어있으니까 역효과가 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일부러 살을 찌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어요.”

● “악인 감별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신고하지 않을까요”

이창희 감독은 ‘살인자ㅇ난감’에 대해 “이탕의 판타지, 장난감의 추리극, 그리고 송촌의 누아르가 부딪히면서 기묘하고 강렬한 시너지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한 바 있다.

‘이탕의 판타지’라는 정의처럼 최우식은 살인하는 장면을 할 때 이질적인 연기를 펼쳐야 했다. 개처럼 네 발로 달리다가 갑자기 망치를 들고 살인을 저지르고, 자신에게 죽임을 당한 피해자이면서 사회적 범죄의 가해자이기도 한 이들이 기괴한 모습으로 그의 꿈에 나타나 육탄전을 벌이기도 한다.

“죄책감 때문에 꿈을 꾸는 건 이해됐어요. 네 발로 개처럼 뛰는 건 독특하고 신선했지만,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제 포지션이 초반에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역할인데 보는 사람들이 ‘생뚱맞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웃긴 얘기…아, 저만 웃긴 얘기일 수 있는데요. (개처럼 달릴 장면을 찍을 때)전 와이어를 달거나 특수효과의 도움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냥 정말로 (네 발로)뛰었어요. 하하. 되게 재미있었어요.”

악인을 감별하는 능력이 있는 이탕으로 살았던 최우식은 작품을 촬영하면서 “이런 능력이 나에게도 생긴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계속해서 신고를 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봤어요. 1년 동안 몇천 번 이상의 신고를 해서 한 골목의 불법주차를 없앤 분이 있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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