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인 먹는 ‘고단백 슈퍼푸드’…제주에서 4배 싸게 생산한다

97


[르포]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제주연구소,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 구축

KIOST 제주연구소 내 식·의약품 미세조류 생산·실증시설 내부 모습/사진=KIOST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우주인 식량으로 연구하고 있는 고단백 슈퍼푸드 ‘스피루리나'(Spirulina)를 바로 여기서 키우죠.”

지난 13일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위치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제주연구소. 약 330㎟ (약 100평) 남짓한 유리온실로 이뤄진 ‘식·의약품 미세조류 생산·실증시설’에 들어서자 4개의 타원형 수조가 나타났다. 해양미세조류를 키우는 개방형 광(光) 배양기다.

전체 7톤(t)급인 4개 수조 안엔 해류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물레방아처럼 생긴 기계가 같은 시간 간격으로 돌았고, 짙은 녹색을 띤 물이 한방향으로 계속 흐르고 있었다. 이곳에선 현재 청록색 해조류 스피루리나를 배양하고 있다.

허수진 KIOST 제주바이오연구센터장(책임연구원)이 해양미세조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KIOST

허수진 KIOST 제주바이오연구센터장(책임연구원)은 “순환을 제대로 안 시키면 안에 있는 미세조류가 모두 섞어 폐기 처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밀도 및 산성도(pH) 등 생육환경을 매일 점검해야 한다. 수조 바로 위에 설치된 구조물엔 각기 다른 색상의 LED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광합성에 관여하는 파장대인 청색광과 적색광을 보충해 주기 위해서다.

수조 위 구조물에 청색광, 적색광의 LED 빛이 비춰지고 있다/사진=KIOST

이처럼 민감하고 엄격한 환경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미세조류 대량생산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한다. 박흥식 KIOST 제주연구소장은 “수조 내 최적의 해류 속도를 맞추는데만 2년 걸렸다”며 “해양미세조류의 배양 효율을 높이려면 수조 크기, 배양액 농도 등 고려할 환경 요인이 한 두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해양미세조류는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매우 작은 단세포 식물이다. 미세조류가 광합성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지방산, 전분, 다당류 등을 분리 추출하면 바이오에탄올, 항산화제, 항암제 등 바이오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높아 대체 식량으로도 꼽힌다.

대표적인 미세조류인 스피루리나는 100g당 열량이 감자보다 4배 많은 290kcal 수준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가 지정한 미래식량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스피루리나 시장은 약 1조4000억원 규모로 2030년까지 연평균 9.4% 성장이 예상된다.

KIOST는 이곳에서 배양한 스피루리나에서 ‘SM70EE’라는 기억력 개선 소재를 추출하고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증받았다.

기억력 개선 소재로 식약처에서 인증받은 원료는 총 9개가 있는데, 해양생물에서 유래한 원료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도형 KIOST 원장은 “70대 이상 인지 기능 저하 환자 180명을 대상으로 SM70EE의 효능을 분석한 결과, 시각기억과 어휘력 등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KIOST는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생산업체인 네추럴웨이와 약 1억7000만원 규모의 ‘스피루리나 추출물 제조 기술’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식약처 인증으로 네추럴웨이는 캡슐, 환, 액상, 분말 등 다양한 제형기술을 활용해 기억력 개선 효능이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스피루리나는 우리나라에서 2000년초 클로렐라와 함께 건강대용식품 제조에 효능 높은 원료물질로 소개된 바 있다. 스피루리나는 면역력 강화, 피부 건강,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등 기능성이 뛰어나고, 대량 배양이 가능해 상용화가 용이하다는 이점을 지녔다.

하지만 여태껏 국내엔 대량 생산할 시설을 갖춘 기업이 없어 원료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다. 식약처가 발행한 ‘2022년 수입식품 등 검사연보’에 따르면 국내 스피루리나 수입량은 135톤(126억원)에 달한다.

KIOST 제주연구소 내 식·의약품 미세조류 생산·실증시설을 외부에서 본 모습/사진=KIOST

2006년부터 스피루리나 대량 배양 연구를 남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축주(Chuuk 州)에 위치한 태평양해양과학기지와 제주연구소에서 15년간 해온 KIOST는 내년부터 스피루리나와 같이 활용도 높은 해양미세조류의 기능성 인증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공공 파운드리를 구축하는 사업에 본격 나설 예정이다.

박 소장은 “국내 해양 바이오 기업은 영세기업이 많아 연구 인프라·생산시설·전문인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며 “파일럿 스케일 규모의 생산시설을 정부가 투자해 해양미세조류 분야의 R&D(연구개발)를 위한 원료 확보 및 기술개발 지원 용도로 활용한다면,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가속화하고 민간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추진 중인 ‘제주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 구축 사업안에 따르면 연간 5톤(t) 규모의 바이오매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총 투자예산은 467억원, 사업기간은 2024년부터 6년간이다. 내부는 미세조류 소형·대형 배양기, 수확·건조·분말화 공정이 모두 갖춰진 형태다.

강도형 KIOST 원장/사진=KIOST

강 원장은 “파운드리에서 원료 생산, 가공, 제품화로 이어지는 공정의 표준화를 이루면 투입단가 대비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게 된다”며 “향후 값 싸고 품질이 보증된 건기식, 화장품, 원료의약품 소재를 국내 기업에 제공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에서 스피루리나 생산 예상 단가는 1kg당 약 1만5300원이다. 현재 스피루리나 수입단가는 1kg당 7만원으로 4.5배 가량 저렴한 것이다.

제주시는 최근 KIOST측에 파운드리 부지로 쓸 2000평(6600㎡)을 무상 임대해주겠다고 제안했다. 박 소장은 “제주에서 난 용암해수를 활용하면 스피루리나 생산 능력을 10% 이상 높일 수 있는데다 중금속 등 유행성분 함량이 식약처 기준 이하로 안정성도 확보했다”면서 “미세조류 대량 생산기지로서 제주는 최상의 조건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제주시는 해양미세조류 파운드리를 확보하면 건기식·의약품 관련 벤처·스타트업 유치가 더 수월해져 신규 고용 등 일자리 창출의 파급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IOST도 미세조류를 활용한 헬스 및 푸드테크(식품기술) 분야 연구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KIOST홀딩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강 원장은 “KIOST 홀딩스 추진단을 만들어 전체 틀을 짜고 있다”면서 “출범 초기엔 대략 100억원 정도 펀드를 조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IOST 제주연구소 전경/사진=KIOST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1
0
+1
0
+1
0
+1
0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