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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지분 팔면서 고려아연은 그대로…LG화학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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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주식 일부 매각을 결정하면서, LG화학이 쥐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2%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화학은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책 실행을 위해 재원 마련에 나섰는데, 고려아연 지분을 팔 경우 상당한 차익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LG화학이 고려아연과 협력 중인 점을 생각하면 실제 지분 매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한화그룹도 고려아연 지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현재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LG화학 경북 김천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양날의 칼, LG에너지솔루션 PRS 계약

LG화학은 지난 28일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보통주 653만5939주를 활용한 주가수익스와프(PRS) 계약을 맺을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번 계약에 따른 주식 처분 기간은 11월27일~12월24일이다. 처분 단가가 될 기준가격은 38만2500원이다. 전체 처분대금 2조5000억원 중 4000억원을 주주환원에 쓰고 나머지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방침이다. 

재무안정성과 주가 부양은 LG화학에 중요한 과제다. LG화학의 상반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129.6%로 작년 같은 기간 110.72%보다 18.8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21조6312억원에서 27조5741억원으로 27.5% 증가했다. LG화학 주가도 2025년 10월29일 41만7000원에서 올해 10월29일 23만4000원으로 43.9% 떨어졌다. 

이번에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주식을 활용한 PRS에 나선 이유도 재무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재원 마련이다. 앞으로 LG화학이 추가 PRS 계약을 계속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은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 보유 지분율을 당시 79.38%에서 2030년까지 70%선으로 줄여 재무구조 개선·미래 투자·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PRS는 기업이 보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삼고 처분 계약을 맺은 뒤, 계약 기간의 주식가치 변동에 따라 수익이나 손실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이번 계약의 경우 2년 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높으면 LG화학은 두 가격의 차이만큼 이익을 얻는다. 반대로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LG화학이 차이만큼 손실을 보전한다.

따라서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2년 뒤에 기준가격 38만2500원보다 낮을 경우 LG화학이 어느 정도 손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은 29일 35만6000원으로 정규장 거래를 마쳤는데, 2년 뒤에도 이 가격일 경우 LG화학은 약 1732억원의 손실을 보전해야하는 구조다. 또 2년 동안 LG화학은 PRS 계약 상대인 증권사 등에 수수료도 내야 한다.

한국전구체(KPC) 울산 울주군 회사 전경. /사진=고려아연

LG화학의 고려아연 주식 매각 여부는 미지수

이런 ‘양날의 칼’과 같은 PRS 특성을 생각하면,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 외의 비핵심자산 매각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이 보유한 비핵심자산의 대표 사례가 고려아연 주식이다. 

LG화학은 2022년 11월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고려아연 주식 39만1547주(1.87%)를 얻었다. 그때 고려아연 주식의 가치는 2576억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후 고려아연 주가가 지난 4년여 동안 꾸준히 오르면서, LG화학이 지닌 고려아연 주식 가치는 지난 29일 종가 기준 3438억원이 됐다. LG화학이 고려아연 주식을 팔 경우 862억원가량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PRS 계약으로 얻는 돈보다는 훨씬 적지만, 미래 손실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비즈워치와 통화에서 “고려아연 지분처럼 LG화학의 본업과 연관이 없는 무수익자산은 회사에서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LG화학이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해 차입금을 갚거나 주주환원정책 또는 미래 성장 투자에 쓰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올 초에도 논평을 통해 “LG화학 이사회는 먼저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소유해왔던 고려아연 지분 매각을 검토해야 한다”며 “3차 상법 개정에 들어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권익 침해를 차단하고자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시장의 기대에도 LG화학이 고려아연 지분을 실제로 팔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고려아연과 사업적으로 긴밀하게 협력 중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도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취득한 LG화학 지분 0.47%를 아직 보유 중이다.

LG화학은 2022년 8월 고려아연 계열사 켐코와 합작법인 한국전구체(KPC)를 세웠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구체는 배터리 양극재를 만들기 전 단계의 중간 소재인데, 양극재를 만드는 LG화학도 공급을 받고 있다. 양극재를 포함한 LG화학의 첨단소재 부문 상반기 매출은 1조4886억원으로, 같은 기간 별도기준 매출 9조7618억원의 15.2%에 이른다.또다른 고려아연 주주, 한화그룹은 어땠나

한화그룹 역시 자금이 필요한 고려아연 주주로 꼽힌다. 한화그룹은 2022년 자사주 맞교환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 7.7%를 확보했다. 그때 한화 지분 7.25%를 받았던 고려아연은 2024년 한화에너지에 주식 전량을 매도했지만,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을 지금도 들고 있다. 
 
한화그룹이 지닌 고려아연 주식을 실제 소유주인 기업별로 살펴보면 △㈜한화 23만8358주(1.1%) △한화임팩트 37만3820주(1.8%) △한화파워글로벌 99만3158주(4.8%)다. 취득 당시 기준으로 이 주식의 전체 가치는 약 7975억원이었다. 4년여가 지난 29일 종가 기준 계열사 3곳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160만5336주의 가치는 1조4095억원 규모다. 만약 계열사 3곳이 모두 고려아연 지분을 처분할 경우 얻는 차익은 6120억원에 이른다.

계열사 전부가 아닌 일부만 고려아연 지분을 팔아도 상당한 대금을 쥘 수 있다. 때마침 계열사 3곳과 연관성이 있는 한화솔루션이 재원 마련에 적극 나선 상황이기도 하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지분 35.6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임팩트는 한화솔루션을 2대 주주(47.93%)로 뒀고, 한화파워글로벌은 한화임팩트의 자회사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태양광 투자 및 차입금 상환을 위해 2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하지만 주식가치 희석을 걱정한 일반 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치면서 실제 유상증자 규모는 1조1713억원으로 줄었다. 올해 3분기 말 부채비율이 161%로 작년 말 196%보다는 많이 낮아졌지만, 차입금이 13조8272억원으로 여전히 적지 않다.

만약 한화임팩트나 한화파워글로벌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을 판다면, 이들 기업의 현금 여력이 커지고 한화솔루션도 배당 등 별도의 자금 이전을 통해 재원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

앞서 한화솔루션 일반주주들이 유상증자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 대표가 주주연대 플랫폼 ‘액트’에 글을 올려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매각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화임팩트가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을 팔면 특별배당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한화솔루션의 현금 유입을 늘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한화솔루션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올해 3월쯤 한화그룹의 고려아연 지분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다만 한화그룹은 그때 움직이지 않았고 지금까지 고려아연 주식을 계속 들고 있다. 게다가 한화그룹 역시 고려아연과 협력 중인 점을 생각하면, 고려아연 지분 매각에 당장 나설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한화에너지는 2023년 9월 신한금융그룹과 합작해 재생에너지 기업 한화신한테라와트아워를 설립했다. 고려아연은 작년 3월 한화신한테라와트아워 투자를 통해 이 기업의 지분 33.3%를 손에 쥐었다. 지난달에는 한화신한테라와트아워를 통해 앞으로 20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공급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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