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1년 만에 긴축열차 내리나… 주담대 금리 하단 3%대 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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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금리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잠시 목을 축이고 있다./사진=임한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가운데 동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달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부도 사태 후 글로벌 금융안정을 위해 긴축 기조가 마무리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자장사’ 지적을 받은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잇달아 내렸고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3%대로 떨어졌다.

약 1년 반에 걸친 지속적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는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통화 긴축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60∼5.856% 수준이다. 같은 달 3일과 비교하면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0.750%포인트 내렸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525%포인트(4.478%→3.953%) 떨어진 영향이다.

예금·대출금리 3%, 한은 기준금리 동결 무게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도 하락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대표 예금상품 금리는 연 3.40∼3.80% 수준이다.

12개월 만기 우대금리를 적용할 경우 각 은행별 예금상품 금리는 ▲농협은행 NH고향사랑기부예금 3.80% ▲우리은행 원(WON)플러스 예금 3.54%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3.50% ▲KB국민은행 KB스타(star)정기예금 3.50% ▲신한은행 쏠편한정기예금 3.40% 순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진행한 채권시장 전문가 설문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83%는 4월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직전 설문에선 66%의 응답자가 동결할 것이라고 봤는데 동결 전망이 더 높아진 것이다. 응답자의 17%는 인상할 것이라고 답했다. 직전 설문의 34% 인상 전망보다 확연히 낮아졌다.

금투협 측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전망이 확산한 가운데 국내 물가 둔화세가 가시화해 동결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한은의 긴축정책에도 대출금리가 꾸준히 하락하는 ‘그린스펀의 수수께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지만 미국 국채 금리가 거의 반응하지 않아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대출금리의 급락은 정책금융상품 활용을 고려하는 금융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기존 보금자리론, 안심전환대출, 전격 대출 등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합한 고정금리 상품 ‘특례보금자리론’의 이달 금리는 일반형에 연 4.15∼4.45%, 우대형에 연 4.05∼4.35%가 적용된다.

정책 금융상품의 금리가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높은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내외 통화정책이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서고 있어 정책금리가 시장금리를 따라가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며 “중앙은행은 앞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이런 시장금리 동향을 고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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