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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되살린 이 기업…장인의 감각 AI에 심고 제품 생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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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김정현 리빌더AI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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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리빌더AI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

AI(인공지능)에 몇 마디만 입력하면 세상에 없던 신발이나 주얼리 디자인이 순식간에 나온다. 하지만 화면 속에서 그럴듯해 보이는 디자인이 곧바로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생산하려면 부품을 나누고 정확한 치수와 소재, 두께, 구조를 반영해 3D 모델과 CAD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디자인 단계로 되돌아가 다시 디자인하고 3D 모델을 만들고, 시뮬레이션과 테스트를 반복한다.

디자인 이미지를 만드는 시간은 AI로 짧아졌지만, 결국 이를 ‘제조 가능한 데이터’로 바꾸는 과정은 여전히 숙련자의 손과 경험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AI 기반 디자인·제조·설계 자동화 스타트업
리빌더AI는 바로 이 간극을 사업 기회로 봤다.

김정현 리빌더AI 대표는 “예쁜 디자인 이미지를 만드는 AI 서비스는 이미 많다”며 “하지만 전문가가 보면 ‘보기에는 좋지만 실제로 만들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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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용 3D 스캔에서 제조 AI로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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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지영

리빌더AI는 디자인 이미지를 3D 모델과 제조용 CAD 데이터로 바꾸는 통합 AI 솔루션 ‘브링온(VRING:ON)’을 개발했다. 단순한 디자인 생성 AI를 넘어 제품의 기획과 디자인, 3D 설계, 제조 데이터 생성, 시뮬레이션과 생산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사업의 출발점은 스마트폰 기반 3D 스캔으로, 초기 제품은 사용자가 물건이나 공간을 촬영하면 3D 콘텐츠로 변환하는 솔루션이었다. 코로나19와 메타버스 열풍 속에서 브랜드 상품을 온라인에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가상에서 체험하도록 하는 용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메타버스 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리빌더AI도 새로운 사업 방향을 찾아야 했다. 김 대표는 이를 사업의 단절이 아닌 기술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바라본 것은 이미지에서 3D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완성된 제품의 사진을 3D로 바꿨다면 이제는 디자이너가 그린 스케치나 콘셉트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이를 실제 크기의 3D 모델로 변환하고, 부품을 분리한 뒤 공장에서 사용할 제조 데이터까지 생성한다.

김 대표는 “제품을 온라인에서 ‘잘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축적한 3D 기술과 데이터를 통해 제품을 더 ‘잘 만드는데’ 활용하기 시작했다”며 “기술의 뿌리는 그대로지만 적용 위치가 제품 개발의 앞단으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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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한 장에서 3D·CAD·시뮬레이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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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링온은 스케치나 이미지, 텍스트로 표현된 디자인 의도를 분석해 여러 디자인 시안을 만들고 세부 요소를 분리·편집한다. 이후 실제 제작에 필요한 3D 모델과 CAD, 패턴, BOM(자재명세서) 같은 데이터로 연결한다.

일반적인 이미지 생성 AI와 다른 점은 ‘제조 가능성’이다. 제품을 실제 크기로 만들 수 있는지, 금형 사출이나 조립 과정에서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지 등을 고려해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주요 타깃은 생산 형태가 비교적 고정된 ‘하드라인(단단한 재질)’ 제품이다. 신발과 주얼리, 시계, 안경, 피규어, 자동차 부품 등이 대표적이다. 의류처럼 소재가 유연하고 물성에 따라 패턴과 형태가 크게 달라지는 제품은 ‘소프트라인’으로 부른다.

김 대표는 “브링온 고객사들은 정해진 수치를 기반으로 정밀한 3D 설계도를 만들어야 하는 곳들”이라며 “신발 밑창만 해도 체중을 어떻게 분산하는지, 사람이 걸거나 뛸 때 어떤 착화감을 주는지 시뮬레이션하려면 정확한 3D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보는 시장은 제품 브랜드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시장이 결합된 영역”이라며 “소프트웨어 사용료만 받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실제 생산과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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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식스가 투자로 응답…홍콩 ODM과 100만달러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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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19일(현지시간) 프랑스 바리 '비바테크 2026'의 리빌더AI 부스에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춤을 추고 있다. /영상=최태범 기자리빌더AI의 기술은 실제 고객과 계약으로 검증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식스’와는 PoC(기술검증) 및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협업을 진행하고, 신발 디자인과 밑창 구조 설계에 필요한 정밀 파라메트릭 3D 데이터를 자동 생성하는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특히 기술을 검증한 아식스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아식스벤처스는 리빌더AI의 투자자로 합류했다. 양측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테크’에서 디자인 콘셉트가 정밀 3D 데이터와 제조용 CAD, 시뮬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신발 개발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 행사에서 리빌더AI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앙드레김 디자이너가 제작한 듯한 느낌의 의상을 입히고 샤이니 태민의 노래에 맞춰 로봇이 춤을 추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전세계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시연은 디자이너 개인의 미학과 아이덴티티까지 AI가 학습해 새롭게 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보여주기 위해 추진됐다. 김 대표는 “디자인부터 제작용 CAD 파일까지 무대 의상 제작의 전 과정에 AI 디자인 자동화 기술이 적용됐다”고 했다.

리빌더AI는 공격적으로 해외 매출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구 디자인·제조 공정에 AI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고, 홍콩 ODM 공장과는 약 100만달러(약 14억원) 규모의 소프트웨어 커스터마이징·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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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 데이터가 로봇의 동작으로…’AI 다크팩토리’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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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더AI의 다음 목표는 소프트웨어가 만든 제조 데이터를 실제 생산설비와 연결하는 것이다. 3D 데이터에서 제품 조립·가공에 필요한 순서와 경로를 추출해 로봇 팔이나 휴머노이드의 모션 데이터로 바꾼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장비나 휴머노이드가 제품을 만들려면 제품의 외형과 부품 구성을 이해하고 어떤 순서로 움직여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일반적인 로봇 모션이 아니라 ‘이 디자인의 제품은 이런 파트로 구성돼 있으니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제품별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현재 부산의 제조 공장 및 로봇·자동화 장비 기업들과 관련 기술을 실증하는 중이다. 김 대표는 “여러 자동화 장비와 호환되는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각 장비의 모션 데이터로 변환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리빌더AI는 제조 데이터와 자동화 설비를 연결하는 실증을 본격화하고, 내년에는 미국 LA에서 열리는 하드라인 특화 기술 전시회에서 AI가 생성한 제조 데이터가 장비와 로봇을 거쳐 실제 제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디자인과 제조, 로봇을 하나로 연결하는 ‘제조의 뇌’가 되는 것이 리빌더AI의 최종 목표”라며 “산업의 암묵지(머릿속에 잠재된 지식)와 제조 노하우가 후대에도 활용될 수 있는 영구적인 데이터를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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