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지갑 ‘탈탈’? “커미션 3조, 말도 안 돼”…회계사가 창업 뛰어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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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서현동 렌트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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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커미션 30%, 이게 말이 되는 숫자야?”
한 대형 회계법인에서 가전 렌털업체 자료를 들여다 보던 8년차 회계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지막지한 판매 수당과 중개 수수료 때문에 제조원가의 2배 가까운 돈이 고객의 지갑에서 나가는 걸 목격했다.
그 회계사는 10조원 넘는 가전 렌털 시장에서 연간 판매 커미션만 3조원이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명확한 고객의 문제, 정확한 시장의 존재가 있다면 전체 시장을 가져오는 것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며 창업했다. 서현동
렌트리 대표의 이야기다.
렌트리는 정수기와 가전, 통신 상품의 렌털 조건을 한곳에서 비교하고 계약까지 끝내는 플랫폼이다. 서 대표는 “복잡한 렌털을 누구나 손해 없이 시작하게 돕는 회사”라며 “흩어진 조건을 시스템이 대신 계산해서 고객에게는 안심하고 고를 수 있는 답만 건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숫자 아는 나도 포기하는데”…30년 묵은 유통에 던진 첫 제품

창업을 결심한 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소비자가 되어보는 것이었다. 정수기 하나를 알아보는 데 꼬박 한 달이 걸렸다. 검색하면 광고글만 나오고, 전화를 걸면 판매자마다 조건이 달랐다. 200만원짜리 장기 계약을 조건도 끝까지 모르는 채 전화 한 통으로 결정해야 했다. 서 대표는 “숫자를 아는 나도 정확한 손익 계산을 포기하는데, 보통 소비자는 오죽할까 싶었다”고 말했다.
렌털은 사실상 금융상품에 가깝다. 월 요금과 지원금, 위약금, 제휴카드 혜택이 얽혀 있고 의무 사용 기간이 지나면 소유권이 넘어오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계산을 고객이 전화 상담이라는 닫힌 창구에서 혼자 해야 했다. 심지어 판매자마다 조건이 달라 그 비교까지 고객 몫이었다.
시행착오 끝에 내놓은 첫 서비스는 단순했다. 판매자들이 한 고객을 두고 견적을 경쟁하게 만들고, 전화 대신 채팅으로 상담받게 한 게 전부였다. 그런데 견적을 비교한 고객 둘 중 한 명이 실제 계약까지 갔다.
‘전화 상담’에 의존하지 않겠다 렌털 플랫폼

지금 렌트리가 붙들고 있는 건 전화 상담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상담에서 오가는 질문과 판단을 AI가 학습해 사람이 전화를 붙잡지 않아도 가장 유리한 조건에 닿게 하는 구조다. 다만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고객을 위해 완전히 전화 상담을 없애진 않는다.
전화상담을 줄이는 건 고객 편의에 더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서 대표는 “렌털 영업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경쟁이 결국 지원금을 더 주는 싸움으로 간다”며 “지속 가능하게 이기려면 경쟁사 대비 원가가 구조적으로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렌트리는 AI에이전트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콜센터 인력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 비해 계약 1건당 운영비를 대폭 낮췄다.
그 원가를 낮추는 건 데이터다. 130여개 브랜드의 4000개 넘는 상품 조건이 상시 정제되고, 전국에서 날고 긴다는 판매 조직 700여곳이 렌트리에 들어와 있다. 여기에 더해 누적 280만여건의 상담과 3만6000여건의 계약 데이터가 쌓였다. 매일 1만건 넘는 상담 데이터가 더해진다. 서 대표는 “이 문제를 상담 인력 확충이 아닌 ‘프로덕트’로 풀겠다고 처음부터 정한 것이 유일한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MAU 1만→41만 “OTT 구독만큼 쉬워지는 게 목표”

지난 1년 사이 렌트리의 지표가 비약적으로 뛰었다. 월간활성이용자(MAU)는 1만명에서 41만명으로, 월 거래액은 50억원에서 130억원으로, 월 매출은 3억원에서 12억원으로 늘었다. 누적 거래액은 2000억원을 넘겼고 올해 상반기에만 700억원이 오갔다. 누적 회원은 50만명을 돌파했다. 연내 월 단위 흑자 전환도 노린다.
품목도 늘고 있다. 정수기에서 시작해 가전과 통신으로, 최근에는 타이어 렌털과 상조 결합 상품까지 붙였다. 언뜻 일관성이 없어보이는 제품 라인업에 대해 서 대표는 “구매 전 반드시 상담이 필요한 재화”라며 “렌털 한번 하려고 여러 곳에 전화를 돌리고도 자신의 선택이 맞았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고객이 많은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휴대폰과 보험, 자동차 리스도 확장 후보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중간 유통 단계를 직접 걷어내는 직영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서 대표는 렌털을 넘어 ‘생활구독 플랫폼’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월 3만원, 5만원을 내고 건조기나 식기세척기를 들여 삶의 질을 높이는 건 바람직한 소비 방식인데 그게 퍼지지 못하는 이유가 유통 구조의 비효율”이라며 “생활에 필요한 가전 등의 제품 구독을 시작하는 일이 OTT 하나 구독하는 것만큼이나 쉽고 투명해지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2년 안에 압도적으로 고객이 만족할만한 서비스를 구축해 장기적으로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구독 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활 구독 플랫폼으로 성장하겠다”며 “자체 기획 렌털 상품을 플랫폼에 올려 유통 구조를 직접 수행하면서 원가를 낮추고, 고객이 가격을 비교하는 수고로움조차 덜 수 있도록 자동 매칭을 이어주거나 정찰제 상품을 제시하는 서비스 리뉴얼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