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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안 속는다” 경제 낙관론에 등 돌린 고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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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미국에서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들이 빠르게 경기 전망에 등을 돌리고 있다. 그리고 이는 화이트칼라 고용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경제는 2026년 초를 앞두고 예상보다 조금 더 안정적인 배처럼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고용시장이 점점 불안해지면서, 지난 1년간 비교적 낙관적이었던 고소득층마저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미시간대(University of Michigan)가 최근 발표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 예비치에 따르면, 지수는 지난달 52.9에서 54로 소폭 상승했다. 미시간대는 “이번 개선이 관세(tariffs)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점진적으로 완화된 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1년 기대 인플레이션(inflation expectations)도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미시간대 조사 책임자인 경제학자 조앤 슈(Joanne Hsu)는 이 같은 ‘미세한 반등’은 고용시장에 대한 신뢰 약화로 상당 부분 상쇄됐다고 말했다. 지난 1년간 고용시장을 특징지었던 ‘채용도 해고도 잘 없는(no-hire, no-fire)’ 국면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미국 상위 소득층에도 비관론이 스며들고 있다는 것이다.

슈는 포춘(Fortune)과의 인터뷰에서 “저소득층 소비자들의 고용시장 기대는 대체로 유지되고 있지만, 고소득층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며 “고소득·고학력층이 노동시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슈는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약해졌고, 12월 결과는 예비치로서 이달 말 최종 발표에서 수정될 수 있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2025년 내내 고소득층의 심리 하락이 두드러졌다는 점은 확인된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미시간대 조사는 소득 수준에 따라 응답을 3개 구간(3분위, tercile)으로 나누는데,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저소득층과 중간 소득층의 소비자심리는 각각 29.8%, 27.6% 하락했다. 반면 고소득층(상위 3분위)은 32.1%로 더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 1년간 대부분의 미국인은 주거비·식료품·전기요금 등 생활물가 상승 압박을 체감했다. 반면 고소득층은 주식 보유 비중이 높아 자산시장 상승의 방어막을 일부 누릴 수 있었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상위 10% 가구는 지난해 “수조 달러” 규모의 신규 부를 거머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격차는 ‘K자형 경제(K-shaped economy)’라는 표현으로도 요약됐다. 자산 상승의 과실은 위로 쏠리고, 물가·관세 부담은 아래로 내려앉는 구조라는 의미다.

실제로 미시간대의 11월 소비자심리 보고서에서도, 주식 보유액이 가장 큰 상위 구간의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달 낙관론이 11% 상승하는 ‘예외적 흐름’이 관측됐다고 슈는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낙관론도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난다. 미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에 따르면, 12월 비농업 고용(nonfarm payrolls) 증가 폭은 5만 명에 그쳤다. 2025년 연간 신규 고용은 58만 4000명으로, 2024년(200만 명)에서 급감했다. 경기침체(recession)가 아닌 해 가운데 2000년대 초 이후 가장 약한 고용 증가세라는 평가다.

고용시장이 약해지면 화이트칼라가 특히 취약해질 수 있다. 이들 업종에서는 실업률이 급등하진 않았지만, 지난 1년간 채용 자체가 사실상 얼어붙은 상태가 이어졌다. 특히 신입·주니어급(entry-level) 채용이 크게 위축됐고, 기업들은 경기 불확실성과 AI(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업무 재편 우려를 동시에 계산하며 인력 운용에 보수적으로 변했다. 화이트칼라 직장인들 사이에 ‘언제든 잘릴 수 있다’는 불안이 퍼졌고, 그 심리가 이제 통계 지표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미시간대의 최신 보고서에서도 향후 5년간 직업 안정성(job stability)과 소득 증가 가능성(earning potential)에 대한 우려가 고소득·고학력층에서 “특히 높게” 나타났다고 슈는 말했다.

비슷한 결과는 다른 조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이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에서는, 향후 1년 안에 실업 상태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고소득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여론조사·리서치 업체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는 최근 연 소득 10만 달러 이상 소비자들의 심리가 10.5포인트 하락했다고 보고했다. 

모닝컨설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리어(John Leer)는 마켓워치(MarketWatch)와의 인터뷰에서 “12월 말에 고소득층이 더 약한 노동시장 상황을 체감하기 시작하면서, 특히 고소득 미국인들 사이에서 소비심리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글 Tristan Bov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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