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금보다 낫다더니…버킨백 리셀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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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1066_44831_508.jpg)
에르메스 버킨백을 차세대 ‘투자 자산’으로 여겨온 Z세대의 기대에 제동이 걸렸다. 한때 폭발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버킨백 리셀 시장이 식어가고 있다는 신호가 뚜렷해지면서다.
카디 비(Card B), 하이디 클룸(Heidi Klum) 등 유명 셀럽이 팔에 끼고 등장하며 상징성을 키운 이 명품 가방은 여전히 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중고 시장에서의 매력은 분명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버킨백은 신규 구매가 극도로 제한된 제품이다. 충성 고객이거나 매장 직원과 관계를 쌓아야만 구매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리셀 시장에서 특히 높은 프리미엄이 붙어왔다.
번스타인 리서치(Bernstein Research)의 ‘중고 명품 가격 추적 지표(Secondhand Pricing Tracker)’에 따르면, 버킨백과 켈리백의 평균 리셀 프리미엄(경매가 대비 정가 비율)은 2022년 2.2배에서 지난 11월 기준 1.4배로 크게 낮아졌다. 2022년엔 정가 1만 달러짜리 버킨백이 경매에서 2만 2200달러에 팔렸다면, 같은 가격의 가방을 지금 되팔 경우 약 1만 4000달러 수준에 그친다는 의미다.
버킨백은 희소성 자체가 가치로 평가되는 대표적인 명품이다. 에르메스가 매년 생산량을 엄격히 제한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부유층 소비가 크게 위축되지 않으면서 중고 시장에서 ‘팬데믹 수혜 명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베렌베르크(Berenberg) 애널리스트들은 2025년을 기점으로 이른바 ‘럭셔리 슈퍼사이클’이 끝났다고 진단한다. 인플레이션 부담이 커지고, 브랜드들이 ‘꿈의 소비자’였던 예비 명품 소비층을 더 이상 효과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베인앤컴퍼니(Bain & Co.)가 올여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초 글로벌 명품 시장은 3% 역성장했고, 약 5000만 명의 고객이 이탈했다.
버킨백 리셀 가격 하락은 Z세대가 꿈꿔온 ‘명품 투자’ 서사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젊은 소비자들이 명품을 사서 되팔며 수익을 내겠다는 트렌드 역시 한풀 꺾일 가능성이 커졌다.
명품 브랜드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명품 시장에 진입한 Z세대를 핵심 타깃으로 삼고 있다. 아직 취향이 완전히 굳지 않은 이 세대 일부는 투자와 부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고급 소비를 하나의 수익 모델로 확장해왔다.
2023년 한 틱톡 영상에서 한 이용자는 이렇게 말했다. “핸드백이 투자가 아니라는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제가 지금 들고 있는 이 에르메스 버킨백은 S&P500, 주식, 금보다 훨씬 나은 투자예요.”
명품 리셀 및 정품 인증 플랫폼 오픈럭셔리(OpenLuxury)의 설립자 제임스 파이어스타인(James Firestein) 역시 버킨백의 가치 상승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다. 그는 버킨백과 켈리백의 리셀 수익률이 지난 10년간 금보다 높았다고 주장했다.
“10년 전에 구매한 버킨백을 완벽한 상태로 지금 되팔아 원금을 두 배로 만든 사례를 여러 번 봤습니다.”
파이어스타인은 지난해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집에 걸어두고 감상하다가 몇 년 뒤 다른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피카소 그림을 사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전통적인 금융자산과의 비교에서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고 명품 플랫폼 리백(Rebag)이 지난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전 S&P500에 1만 달러를 투자했다면 현재 가치는 약 3만~4만 달러 수준이다. 반면 같은 시점에 1만 달러에 구매한 버킨백은 약 두 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에르메스 가방의 중고 시장 평균 가치 상승률이 92%였다고 분석했다.
버킨백처럼 수요가 급증할 때 명품 가격이 크게 뛸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명품은 유행 자체가 바뀌는 순간 취약해진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 기업 컨슈머 콜렉티브(The Consumer Collective)의 공동 설립자이자 매니징 디렉터인 제시카 라미레즈(Jessica Ramírez)는 포춘에 “경제 환경 외에도 트렌드 변화 자체가 버킨백 리셀 가치 하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리셀로 수익을 내려면 유행이 본격화되기 전에 구매하고, 영향력이 정점에 달했을 때 되팔아야 하는데, 그 고점이 이미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라미레즈는 이렇게 말했다.
“브랜드 관점에서는 트렌드를 초기 단계에서 키워 대중화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수집가나 차익을 노리는 사람에게는 그 구조가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그렇다고 버킨백이 ‘평범한 명품’으로 내려온 것은 아니다. 리백 보고서에 따르면 에르메스는 여전히 중고 명품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다. 올해 초 파리 소더비(Sotheby’s) 경매에서 배우 제인 버킨(Jane Birkin)의 오리지널 에르메스 버킨백이 1000만 달러를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기록을 세웠다. 소더비는 이를 “소더비 파리 역사상 가장 비싼 럭셔리 아이템”이라고 평가했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