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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이즈 AI의 새 강자, 앤트로픽이 오픈AI 앞지른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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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오픈AI가 AI 업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창업자이자 CEO인 샘 알트먼이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챗GPT가 곧 AI”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엔프라이즈 AI 경쟁에서는 얘기가 좀 다르다. 기업 IT 예산을 둘러싼 전쟁에서 대형 고객들이 선호하는 공급자로 조용히 부상한 회사가 있다. 바로 앤트로픽이다.

일부 리서치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엔터프라이즈 시장 점유율에서 이미 오픈AI를 앞질렀다. 멘로벤처스가 올여름 실시한 설문을 보면, 모델 사용 기준 시장 점유율은 앤트로픽이 32%, 오픈AI가 25%, 구글이 20%였다.

오픈AI는 이 숫자에 이견을 제기한다. 멘로벤처스가 앤트로픽 투자사라는 점과 표본 규모가 작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료 비즈니스 고객 수는 자사가 100만 곳, 앤트로픽은 33만 곳에 그친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HSBC가 지난주 공개한 오픈AI 분석 보고서에서도, AI 관련 지출 기준 점유율은 앤트로픽이 40%, 오픈AI가 29%, 구글이 22%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그렇다면 앤트로픽은 어떻게 엔터프라이즈 AI 도입 경쟁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게 됐을까. 이번 취재를 위해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다리오 아모데이, 그리고 회사의 일상 운영을 상당 부분 맡고 있는 사장 다니엘라 아모데이와 여러 임원들을 만났다. 또 왜 앤트로픽의 클로드를 선호하게 됐는지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클로드가 코딩에서 보여주는 성능, 그리고 앤트로픽이 초기부터 이 영역에 집중한 점이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아래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하지만 기업 IT 의사결정자들이 클로드를 선택한 이유에는 또 하나의 축이 있다.

바로 AI 안전에 대한 앤트로픽의 집착이다. 이 점이 자사 모델이 경쟁사보다 리스크가 적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이는 앤트로픽의 AI 안전 규제 옹호를 비판해온 이들, 특히 백악관의 AI·가상자산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데이비드 색스 같은 인사들의 주장과는 다른 그림이다. 그는 AI 안전 테스트 요건을 밀어붙이는 게 오히려 AI 도입을 늦출 잘못된 정책이라고 본다.

이제 앤트로픽이 맞닥뜨린 질문은 뚜렷하다. 지금의 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여전히 막대한 적자를 메울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폭발적인 성장 속에서 조직이 내부에서부터 흔들리지 않게 관리할 수 있을까.

이제 다시 클로드와 코딩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 3월, “연말까지 기업 내부 소프트웨어 코드의 90%는 AI가 작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큰 화제를 불렀다. 이 예측을 두고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고, 실제로 아모데이도 이후 이 발언을 일부 수정했다. 코드가 실제로 배포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사람이 루프 안에’ 존재할 것이라는 뜻이지, 인간이 완전히 빠진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설명한 것이다. 또 앤트로픽 내부만 놓고 보면 자신의 예측이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좀 더 느슨한 범위를 제시했다. 지난 10월 그는 “지금 우리 회사에서는 코드의 70%, 80%, 90% 정도가 AI의 손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앤트로픽에는 AI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팀이 있다. 이 팀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자사 엔지니어와 연구원 132명이 클로드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직원 인터뷰 같은 정성 조사와 함께 실제 클로드 사용 로그도 들여다봤다. 자세한 내용은 앤트로픽 블로그에서 볼 수 있지만, 핵심 결과를 포춘이 먼저 살펴봤다.

앤트로픽 개발자들은 스스로, 업무의 약 60%에 클로드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엔지니어 절반 이상은 전체 업무 가운데 “최대 0~20% 정도”만 클로드에 ‘완전히 위임’할 수 있다고 봤다. 나머지는 여전히 클로드의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로드의 가장 흔한 활용 영역은 기존 코드 디버깅, 코드베이스 각 부분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인간 엔지니어가 이해하도록 돕는 일, 그리고 그다음으로는 새로운 기능 구현이었다. 반면 상위 수준의 소프트웨어 설계와 기획, 데이터 사이언스, 프런트엔드 개발에 클로드를 쓰는 경우는 훨씬 적었다.

내가 “이 연구 결과가 아모데이의 기존 발언과 상충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앤트로픽 측은 무엇보다 표본 규모가 작다고 강조했다. “회사 전체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실시한 설문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앤트로픽 엔지니어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또 보고서가 ‘코드 작성(writing code)’을 독립된 과업 범주로 나눠놓지 않았기 때문에, 아모데이의 발언과 1:1로 비교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엔지니어 개개인이 자동화나 과업 ‘완전 위임’을 정의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CEO 발언과 딱 떨어지는 비교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앤트로픽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은 아직 중요한 업무의 상당 부분을 클로드에 맡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뷰에서 이들은 클로드에게 주는 일의 조건을 이렇게 설명했다.

복잡하지 않다는 확신이 있는 작업,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 결과를 쉽게 검증할 수 있는 작업, 그리고 무엇보다 “코드 품질이 핵심적이지 않은 작업”이라는 것이다. 지금 단계의 클로드 역량에 대한 꽤 냉정한 평가라고 볼 수 있다.

한편으로 엔지니어들은 “클로드가 없었으면 아예 손대지 않았을 만한 일”이 지금 자신들이 하는 업무의 약 27%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인터랙티브 대시보드 구축처럼, 과거라면 시간 대비 효익이 적다고 보고 포기했을 작업이나, 자잘한 코드 수정에 쓸 도구를 일부러 만들진 않았을 영역이 이 카테고리에 들어간다. 사용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클로드 코드 작업의 8.6%가 앤트로픽이 ‘일상적 자잘한 수정(papercut fixes)’이라고 분류한 유형이었다.

이 보고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엔지니어들이 클로드 사용 이후 자신의 일을 어떻게 느끼게 됐는지에 관한 내용이다. 많은 이들이 클로드 덕분에 이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개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는 클로드를 쓰면서, 구현 세부에 매달리는 대신 제품 설계와 사용성 같은 상위 개념을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기 실력이 줄어들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엔지니어는 “지금은 새로운 툴을 배우는 방법을 AI에 묻다 보니, 내가 그만큼 전문성을 잃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엔 동료들과 대화할 때 필요한 내용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AI에게 물어봐야 하는 상황이 자주 온다”는 토로다.

한 시니어 개발자는 특히 주니어 개발자들의 성장을 우려했다. “모델이 뱉어준 결과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 역량을 계속 키우려면, 상당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이다. 일부 엔지니어는 이런 ‘기술 퇴화’를 막기 위해, 클로드 없이 일부 업무를 따로 연습한다고 답했다.

클로드가 일의 의미와 만족감을 갉아먹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나는 25년 동안 프로그래밍을 했고, 그 능력에 숙련돼 있다는 감각이 내 직업적 만족감의 핵심이었다. 그런 시대가 끝나는 것 같다”고 말한 이도 있다. “하루 종일 클로드에게 프롬프트만 치고 있는 건 재미도 없고 성취감도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반대로 생산성이 오른 만큼 만족감이 커졌다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나는 코딩 자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코딩을 통해 얻는 결과물을 좋아했던 것 같다”며, 손 코딩의 ‘몰입 상태’를 어느 정도 포기하더라도 효율이 좋다면 그게 낫다고 느낀다는 엔지니어도 있었다.

앤트로픽은 자사 제품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했고, 그 결과가 CEO 발언과 어긋나는 대목이 있더라도 그대로 보고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기술 저하 문제, AI가 일의 의미와 보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같은 질문은, 머지않아 더 많은 업종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마주하게 될 주제다.

/ 글 Jeremy Kahn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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