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우정’이라더니… 러시아, 中 제재 품목에 90% 웃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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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AP/뉴시스]](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2/50835_44559_4643.jpg)
‘무제한의 우정’을 선언했던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3년이 지난 지금 점점 한쪽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특히 서방의 제재를 중국이 완충해 주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중국산 제재 품목에 ‘우정 가격’이 아닌 ‘웃돈’을 치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핀란드은행 신흥경제연구소(BOFIT)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제재 대상 품목의 중위 가격은 2021년부터 2024년 사이 87%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다른 나라들로부터 수입한 제재 품목 가격은 9% 오르는 데 그쳤다.
연구진은 대표 사례로 EU(유럽연합)가 ‘우선 통제 품목’으로 분류한 베어링(ball bearings)을 짚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중국의 대러 베어링 수출액은 76% 늘었지만, 수출 물량은 13% 줄었다. 개당 가격이 약 두 배로 뛰었다는 의미다.
원추형 롤러 베어링(tapered roller bearings)의 경우 단가가 거의 네 배까지 올랐다. 두 제품 모두 핵심 산업용 부품이면서 러시아 군수 산업에서도 필수적인 품목이다.
핀란드은행은 보고서에서 “이 두 가지 단순한 사례로도 무역 제재가 러시아의 핵심 물자 접근을 제한하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히 성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득을 본 나라가 중국만은 아니다. 보고서는 터키의 대러 제재 품목 수출 단가 역시 다른 품목 대비 25~55% 더 높게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제재 대상 품목 가격은 비(非)제재 품목보다 평균 40% 비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별도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와 중국의 양자 교역 규모는 2025년 1~9월 기준 전년 동기보다 9% 감소했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교역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불었던 흐름과는 다른 방향이다.
지금 중국은 러시아 수출의 30%, 수입의 50%를 차지한다. 반면 러시아는 중국 전체 상품 수출의 3%, 수입의 5%에 그친다. 비중이 크게 다르다.
서방의 2차 제재 리스크를 우려하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중국이 러시아를 향해 본격적인 공급망 이전을 추진하는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역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전체적으로 러시아·중국 관계는 지금도, 앞으로도 비대칭일 것”이라며 “경제적으로 중국이 러시아에 훨씬 더 중요하며, 러시아가 중국에서 기대하고 필요로 하는 것보다 중국이 제공할 의사가 있는 수준이 훨씬 낮다”고 진단했다.
이런 분석은, 크렘린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에 각종 비즈니스 딜을 제안했다는 징후가 잇따르는 가운데 나왔다.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시 경제는 점점 벽에 부딪히고 있다. 생산 병목, 인력 부족, 재정 지출 여력 약화, 서방 기술의 부재 등이 맞물리며 곳곳에서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 센터 연구원으로, 과거 러시아 중앙은행 자문을 지낸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지난달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기고문에서 이렇게 썼다. “러시아가 훨씬 더 많은 장비를 생산하거나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모집·훈련하려면, 2차 세계대전 당시처럼 이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군사 목적에 쏟아붓는 ‘총동원 체제’로 전환하거나, 민간 생산 라인을 군수 생산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 글 Jason Ma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