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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한 성과에도 수십억 달러 챙긴다” 머스크 1조 달러 보상안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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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일론 머스크의 1조 달러 테슬라 보상안이 본격 가동됐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두 개의 ‘함’이 숨어 있다. 이 허점이 결국 주주에게는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안겨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월 6일, 테슬라(Tesla) 주주들은 일론 머스크(Elon Musk) CEO에게 최대 1조 달러 규모로 주식을 지급하는 보상안을 승인했다. 세계에서 처음 나온 규모다. 이 안을 만든 이사회는 “성과 연동 보상(pay for performance)의 모범 사례”라고 포장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구조는 그에 걸맞아 보인다. 머스크가 단 한 푼의 보상이라도 받으려면, 더구나 13자리 숫자에 이르는 최대치를 받으려면, 도달해야 할 목표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렵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회의적인 사람은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애초에 달성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목표가, 누군가를 얼마나 자극할 수 있겠나?”

반대로 테슬라에 충성도가 높은 투자자들과, 이 전기차 업체에 대해 ‘매수’ 또는 ‘보유’ 의견을 내고 있는 월가 애널리스트 4분의 3 정도는 이 구조를 반긴다. 2018년에 한 번 성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비슷한 구조의 보상안이 머스크를 강하게 자극했고, 최소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냈다고 평가한다. 이제 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일론은 이미 한 번 해냈다. 이번에도 자리에 남아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내기 좋은 동기부여를 받게 될 것이다. 그게 현실이 되면, 주주들도 또 한 번 엄청난 대가를 챙기게 된다.” 머스크 역시 이런 시각에 동의한다.

하지만 새 보상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조 자체에 ‘사이에서 비틀린(betwixt and between)’ 문제가 숨어 있다는 점이 드러난다. 쉬운 목표는 지나치게 쉽고, 테슬라 수익성에 진짜 의미 있는 도약을 만들 상위 목표는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이렇다. 머스크는 1조 달러에 근접한 보상은 받지 못한다. 그 대신 미국 기업 역사에서 손꼽힐 만큼 큰 보상을 챙기면서, 그 과정에서 주주들은 고통을 감수하게 된다.

이 거대한 보상안이 역풍을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안에는 머스크가 매우 잘하는 두 가지, 즉 대담한 약속으로 주가를 띄운 뒤, 실제 사업에서는 최소한의 성과만 맞춰도 두둑한 상여를 챙길 수 있게 만드는 두 개의 ‘허점’이 포함돼 있다.

머스크 새 보상안의 구조

이번 보상안은 12단계로 나뉜 제한주(grant of restricted stock) 묶음으로 구성된다. 각 단계의 ‘성과 이정표’를 열려면 기업가치와 실적 목표,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일종의 금고와 같다. 상자를 열려면 두 개의 열쇠가 동시에 필요하다.

먼저 기업가치(시가총액) 기준부터 보자. 가장 낮은 목표는 시가총액 2조 달러다. 그다음부터는 5000억 달러씩 올라가면서 최종 목표인 8조 5000억 달러까지 이어진다. 이 수치는 최근 5조 달러 시총을 넘어서 세계 1위 기업이 된 엔비디아(Nvidia)보다 70%가량 큰 규모다.

두 번째 열쇠는 ‘사업 실적 이정표(operational milestones)’다. 이 가운데 네 개는 핵심 제품의 판매 실적과 연결돼 있다. 차량, ‘봇(bot)’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상업 운행 중인 로보택시(robotaxis),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 구독 건수에 대해 각각 누적 기준을 따로 제시하는 식이다. 나머지 여덟 개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 목표다. 최소 500억 달러에서 시작해, 최종 목표는 4000억 달러까지 올라간다.

구조를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시가총액 목표 중 하나를 달성하고, 동시에 12개 실적 목표 가운데 아무 것이나 하나를 만족시키는 순간, 머스크는 테슬라 제한주 3531만 2000주를 받게 된다. 지금 그가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지분은 약 16%인데, 이 한 번의 지급만으로 지분이 약 1%포인트 늘어난다.

언론의 관심을 한 번에 끌어당긴 것은 역시 ‘1조달러’라는 숫자다. 머스크가 12개의 실적 목표를 모두 채우고, 시가총액을 8조 5000억 달러까지 끌어올릴 경우 받게 되는 최대치 보상이다. 주식 수로는 4억 2400만 주에 해당한다. 머스크에게는 이 조건을 채우기 위한 시간이 10년 주어진다.

이렇게 ‘획득(earned)’한 주식은 두 차례에 나눠서 완전히 머스크 소유가 된다. 프로그램 시작 후 5년 안에 달성한 부분은 2033년 초에, 6년차부터 10년차 사이에 채운 목표는 2035년 말, 즉 10년 프로그램 종료 시점에 걸쳐 베스팅(vesting)된다.

머스크는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의결권을 충분히 행사해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지분율이 최소 ‘20% 중반대’는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사회가 “그 지점에 도달할 기회를 줬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최대치에 가깝게 보상을 받을 경우, 머스크의 지분율은 약 28%까지 오르게 된다.

높은 단계 목표는 사실상 ‘너무 먼 산’

현실적으로 머스크가 상위 목표들을 달성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사업 실적 목표부터 보자. 12개 가운데 11개를 채우는 일은 거의 ‘문샷(moonshot·달 착륙급 도전)’에 가깝다.

예를 들어 로보택시 목표는 실제 운행 중인 차량을 100만 대까지 늘리는 것을 요구한다. 지금 테슬라가 운영하는 로보택시는 오스틴에서 아주 제한적인 파일럿 프로그램 형태로 존재할 뿐이다. 업계 최대 사업자인 웨이모(Waymo)조차 도로 위 로보택시가 2000대에 불과하다.

가장 낮은 단계의 EBITDA 목표 또한 500억달러라는 높은 문턱에서 시작한다. 이 목표를 맞추려면, 현재의 EBITDA 런레이트(run rate·현 추세 기준 예상치)를 약 다섯 배로 키워야 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테슬라는 지금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수익이 줄고 있을 뿐 아니라 절대 수준도 크지 않다. 이런 흐름을 뒤집고 최저 수준의 EBITDA 목표에 도달하려면, 아직 입증되지 않은 신사업들이 고도의 경쟁과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시장에서 ‘광적인 성공’을 거둬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가치 목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테슬라 주가는 이미 “과도하게 비싸 보이는(overpriced)” 수준에 올라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규제 크레딧 판매 같은 항목을 제외한 핵심 자동차·배터리 사업의 4개 분기 기준 ‘코어 이익’은 36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이익 대비 주가 비율(PER)은 375배에 이른다.

두 번째로 높은 기업가치 목표인 2조 5000억 달러를 찍으려면, 지금 주가에서만 85%를 더 올려야 한다. 주가에는 이미 “앞으로 이뤄질 엄청난 진전”이 상당 부분 선반영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한 번 대규모, 장기적 상승을 이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머스크 특유의 공격적 발언과 ‘테슬라 스토리’로 단기간에 주가를 끌어올리는 랠리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머스크가 노려볼 수 있는 현실적인 시나리오

정상까지 완주가 어렵다면, 초입의 낮은 봉우리까지라도 올라가는 그림이 된다. 머스크가 현실적으로 노려볼 수 있는 구간은 가장 낮은 단계의 시가총액 목표인 2조달러, 그리고 가장 쉬운 실적 목표인 ‘누적 2000만 대 차량 판매’다.

시가총액부터 보자. 이사회가 새 보상안을 공개한 9월 초 이후 테슬라 주가는 이미 334달러에서 408달러까지 뛰었다. 시가총액으로는 1조 1200억 달러에서 1조 3500억 달러로 늘어난 셈이다. 보상안은 이 상승분도 머스크의 성과로 인정한다. 여기에서 주가가 추가로 48%만 더 올라 2조달러 시총을 만들면, 머스크는 첫 번째 기업가치 목표를 채운다. 다만 조건이 있다. 시가총액이 2조달러 이상인 기간이 6개월 평균 기준으로 한 번, 그리고 별도로 마지막 30일 동안 한 번, 두 차례 확인돼야 한다.

이 시나리오가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은 적지 않다. 머스크는 지금까지도 로보택시, FSD, 로봇 등에서 ‘엄청난 미래’를 약속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현실에서는 이 사업들이 아직 본격 상용화 단계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더 많은 약속이 더 큰 기대를 부르고, 그 기대가 다시 공매도 청산과 투기적 매수세를 불러 주가를 밀어올리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적 목표 가운데 그나마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것은 ‘누적 2000만 대 차량 판매’다. 다만 이 조항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9월 5일자로 제출된 테슬라의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보면, 이 목표는 보상 프로그램 시행 시점부터의 판매분만 세는 게 아니다. 테슬라 전체 역사에서의 누적 판매를 기준으로 한다. 공시는 이렇게 적고 있다. “테슬라 차량 2000만 대 인도: 현재 800만 대 규모의 테슬라 차량 보유 대수를 2000만 대로 늘리면, 테슬라의 조정 EBITDA는 더욱 성장하게 되고, 테슬라는 새로 떠오르는 제품군에 재투자할 수 있다.”

즉 이미 800만 대를 팔았으니, 앞으로 1200만 대만 더 팔면 머스크는 이 실적 목표를 채우게 된다. 이는 극도로 느슨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는 지난 4개 분기 동안 190만 대의 차량을 인도했다. 머스크는 더 저렴한 ‘보급형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연간 200만 대 정도 판매를 유지한다면, 앞으로 6년 안에 누적 1200만 대를 채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머스크는 그 정도의 ‘미미한 연간 판매 증가’만으로도 실적 목표 하나를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두 번째 함정: 한 번 채운 목표는 영원히 유효

두 번째 허점은 이사회가 설계한 기업가치 목표의 성격에서 나온다.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도달하고, 그 수준을 6개월 동안 유지하는 순간 머스크는 그 ‘열쇠’를 영원히 손에 넣는다. 그 뒤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되돌아가지 않는다. 주가가 이후 어떻게 변하든, 그 목표는 “이미 달성된(earned)” 것으로 남는다.

테슬라가 SEC에 제출한 상세 공시는 이렇게 적고 있다. “한 번 시장가치 이정표(Market Capitalization Milestone)나 특정 실적 이정표(Operational Milestone)가 달성되면, 이후로 해당 트랜치가 획득 주식(Earned Shares)이 될 수 있는 자격을 판단할 때는 영원히 달성된 것으로 간주된다.”

가령 머스크가 6년 안에 시가총액 2조 달러 목표를 충족했다고 해 보자. 그 뒤 10년 보상 기간이 끝나는 2035년 말까지 주가는 2조 달러 위와 아래를 오가며 널뛰기한다. 마지막 시점에는 시가총액이 1조 9500억 달러, 주당 585달러로 마감한다. 이 경우 머스크는 한때 2조 달러에 도달했다는 이유만으로, 2조 달러 목표를 이미 채운 것으로 인정받는다.

테슬라 주주 입장에서는, 머스크가 큰 약속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뒤 수년 동안 주가가 제자리이거나, 심지어 당시 목표를 달성했던 가격보다 낮아져도, 그는 여전히 보상을 챙기는 구조다.

다만 주주들에게 완전히 불리한 구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보상안에는 스톡옵션과 비슷한 장치가 들어 있어, 특히 이런 ‘실패한’ 시나리오에서는 머스크 보수가 어느 정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머스크는 보상안이 시작된 시점의 주가를 일종의 행사가격(strike price)으로 하고, 그 위의 상승분만 가져간다. 다시 말해 전체 주식이 아니라 ‘시세차익’만 취한다.

위에서 든 예처럼, 10년 뒤 주가가 585달러라고 가정해 보자. 프로그램이 처음 설계됐던 9월 시점에서 테슬라 주가는 334달러였다. 이 경우 1주당 순이익은 585달러에서 334달러를 뺀 251달러다. 그는 3531만 2000주를 받게 되니, 총 보상액은 1회에 88억 6000만 달러에 이른다.

이게 테슬라 CEO로서 10년 동안 받게 될 전부다. 물론 돈을 받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고, 머스크가 생각하는 1조 달러에 비할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엄청난 규모다. 연평균으로 나눠도 거의 9000만 달러에 가까운 수준이다. 비교를 위해 다른 CEO 보수를 보자. 같은 회계연도 기준으로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1070만 달러,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2720만 달러, 젠슨 황(Jensen Huang)은 3400만 달러,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은 3900만 달러, 앤디 재시(Andy Jassy)는 4000만 달러, 팀 쿡(Tim Cook)은 7500만 달러,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7900만 달러를 받았다.

주주들은 어떨까. 주가가 10년 동안 334달러에서 585달러가 됐다면 연평균 수익률은 5.9%에 그친다. 테슬라 주주 입장에선 초라한 수익이다. 주주가 이런 ‘부진한’ 성과를 견디는 동안, 머스크는 90억 달러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챙기게 되는 구조다.

더 비관적인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보상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테슬라 시가총액이 2조달러 목표에 한때 도달했다가 2000억 달러나 낮은 1조 8000억 달러에 머무르는 것이다. 이때도 머스크는 프로그램 진행 도중 한 번 2조 달러를 찍었다는 이유로, 7억 27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 물가를 약간 웃도는 수준의 수익률에 그친 주주들과 달리, 머스크는 여전히 수억 달러를 가져간다.

여기에 또 하나의 난점이 겹친다. 현실적으로 머스크가 다른, 더 어려운 트랜치들을 전혀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위 시나리오대로라면, 머스크 지분율은 1%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친다. 그가 목표로 삼고 있는 ‘10%포인트 이상 증가’와는 거리가 멀다. 머스크는 10년 동안 자리를 지키면 마지막에 한 번에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동기를 갖게 된다. 하지만 다른 목표들을 채우지 못했다는 실망감은 그를 덜 의욕적인 CEO로 만들 수 있다.

결국 이번 보상안은 머스크에게 막대한 성과급을 안기면서, 그를 떠받들기 위해 설계된 우상(偶像) 자체가 점차 퇴색해 가는 모습을 주주들 눈앞에서 지켜보게 만들 위험을 안고 있다.

/ 글 Shawn Tully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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