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눈물로 끝난다” 비관론자의 AI 버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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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746_44432_5216.jpg)
프랑스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랄(Société Générale)의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 알버트 에드워즈는 스스로를 ‘영원한 곰(perma bear·상시 비관론자)’이라고 부를 정도로 직설적인 인물이다. 그는 지금 미국 증시가, 특히 고공행진 중인 테크와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위험한 거품”을 겪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공식 입장은 “미국 증시나 AI 관련 주식이 버블이라는 견해는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으며, 에드워즈는 사내에서 이런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는 역할로 고용돼 있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역사는 반복되는 경향이 있지만, 에드워즈는 이번 사이클이 “언젠가 맞을 붕괴”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경고한다. 그 결과가 과거보다 훨씬 깊고 고통스러운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즈는 최근 블룸버그의 메린 서머싯 웹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Merryn Talks Money’에 출연해 “지금도 거품이라고 보는데, 사실 나는 늘 거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사이클마다 “매우 그럴듯하고 매력적인 내러티브가 항상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결론은 분명했다. “결국 눈물로 끝난다. 그 점만큼은 확신한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과거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인 1999~2000년 초,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2007년에도 “거품이라는 설명은 매우 설득력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시장의 랠리는 “너무나 집요하게,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올랐다.”
그래서 그는 한동안 거품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를 멈췄다고 회상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다 틀리면, 고객들이 질려버린다. 나중에 거품이 터지고 나서야 태도가 바뀐다.” 그는 “사람들이 거품에 완전히 취해 있을 때는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드워즈는 자신이 “대형 폭락과 경기 침체를 자주 경고해온 극단적인 비관론자”라는 점도 숨기지 않는다. 그동안 닷컴 붕괴를 정확히 예측한 기록도 있지만, S&P500 지수가 고점 대비 75%나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현실화되지 않은 과격한 전망도 적지 않았다.
2010년 뉴욕타임스는 그를 프로필 기사에서 “샌들(버켄스톡)을 신고 다니는, 늘 웃음을 띤 애널리스트이지만, 1997년부터 줄곧 미국 증시가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말해 온 사람”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이번 포춘 인터뷰에서도 같은 ‘일본식 장기 침체’ 전망을 다시 꺼냈다.
그럼에도 에드워즈는 지금 상황이 1990년대 말 나스닥 버블과 매우 닮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장 스토리로 포장된 테크 기업들이 12개월 선행이익의 30배가 넘는 높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는 모습, TMT(기술·미디어·통신) 섹터에 막대한 투자가 쏟아지고 상당 부분이 비효율적으로 쓰였던 1990년대 말의 분위기가 현재 AI 열풍과 겹쳐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지금이 과거보다 훨씬 더 나쁜 결말로 이어질 수 있는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에드워즈에 따르면 과거 사이클에서 거품을 깨뜨린 직접적인 방아쇠는 대개 중앙은행의 긴축, 즉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이었다. 금리가 오르며 시장에 낀 거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있다. 과거와 같은 ‘붕괴 트리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리서치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이 오르는 국면에서 금리를 낮춘 사례가 1973년 이후 16%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BofA는 지난 8월 ‘2007년의 유령(Ghosts of 2007)’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비슷한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에드워즈는 이번에는 연준이 양적긴축(QT)을 중단하고, 미국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시장에서 다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계기로 머지않아 양적완화(QE)로 방향을 틀 것으로 보고 있다. 레포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취약성이 드러난 분야다.
연준은 2021년 직원 보고서에서 2007~2009년 레포 거래가 “미국 레포 시장의 중요한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적었다. 팬데믹 시기에도 비슷한 문제가 재발했다. 리치먼드 연준은 2019년부터 레포 금리가 “극적으로 급등했다”고 기록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연준의 매파적 정책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오히려 시장이 더 크게 치솟는 ‘멜트업(meltup·과열 급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렇게 거품이 더 부풀어 오를수록, 나중에 터졌을 때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드워즈는 스스로를 희화화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계속 비관론만 떠들다 보니 질려 버린 면도 있다. ‘이건 다 거품이다, 곧 무너진다’는 말을 끝없이 반복하는 유령처럼 살았다. 지금의 거품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 그게 바로 문제다. 그런 식으로 정상 같아 보이는 상태가 길게 이어질 때, 어딘가에서 갑자기 예상 못한 요인이 튀어나와 거품의 다리를 걷어차 버린다.”
그는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AI 버블이 더 걱정되는 이유는, 경제 전체가 이 테마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설비투자와 성장을 이끄는 동력일 뿐 아니라, 소비 성장도 과거보다 훨씬 더 ‘상위 20%’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주식 보유 비중이 큰 고소득층·부유층이 이번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 버블보다 훨씬 크다는 의미다.
에드워즈는 “그만큼 경제가 1987년 블랙먼데이 때보다 더 취약해졌다”고 분석한다. 주가가 25%만 빠져도 소비가 분명히 타격을 받게 되고, 50% 급락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떨어질 때마다 사라(buy the dips)”는 구호에 끌려 대거 시장으로 들어온 상황도 우려했다. “주식시장은 결국 항상 오른다”는 믿음 자체가 위험하다는 얘기다. 에드워즈는 “30% 조정은 물론, 50% 하락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경고했다.
미국 사회의 불평등과 고소득층에 집중된 부의 구조도 그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그는 “상위 소득층의 부가 주식시장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하며, 만약 큰 폭의 조정이 온다면 “미국의 소비는 정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고, 그 충격은 곧바로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은 모건스탠리 웰스매니지먼트의 리사 샬렛 등, 에드워즈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점점 더 많은 월가 인사들이 공유하기 시작한 시각이기도 하다.
에드워즈는 포춘과의 대화에서 “여러 사이클과 버블을 다 겪어봤다”고 말했다. 그가 ‘퍼마 베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 건 1990년대 중반, 멀리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지진과도 같은 움직임을 감지하면서부터라고 회상했다. “한두 번 겪고 나면 사람은 냉소적으로(cynical) 변한다. 정확히 말하면 냉소가 아니라, 내러티브 전체를 극도로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1990년대 드레스너 클라인워트(Dresdner Kleinwort)에 있을 때 말레이시아 경제 붐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리포트를 썼고, 실제로는 먼저 태국이 터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때 우리가 쓴 리포트 때문에 말레이시아에서 은행업 인가를 죄다 잃었다”고 회상했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그가 X 계정 상단에 자랑스럽게 고정해둔 에피소드다.
“그땐 책상 밑에 숨다시피 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당시 회사 내부에서는 그의 ‘곰 본능’이 드러나는 걸 거부했다는 것이다. “기업금융·투자은행 부서 입장에선, 자기네 은행업 라이선스가 다 날아가는 걸 좋아할 리가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말레이시아가 터지기 직전의 마지막 1년 동안 대출을 더 늘리는 일을 피하게 됐다. 물론 나중에도 고마워하지는 않더라.”
에드워즈는 주식 밸류에이션 외에도 시스템 리스크를 키우는 두 가지 구조적 위험을 강조한다. 첫 번째는 서방의 만성 인플레이션 리스크다. 그는 이를 “재정 실조(fiscal incontinence·재정 기강 해이)”가 키우고 있다고 표현한다.
중국에서 오는 단기 디플레이션 압력은 분명 존재한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기준으로 12분기 연속 전년 대비 하락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에드워즈는 빚이 많은 서방 정치인들이 택할 “저항이 가장 적은 길은 결국 돈 찍기(money printing)”라고 본다. 어느 시점이 되면 재정이 지속 가능하다는 수학이 “도저히 성립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수익률곡선통제(YCC)나 양적완화(QE)를 통해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눌러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에드워즈의 오랜 ‘일본 논문’이 다시 등장한다. 그는 이를 ‘얼음 시대(Ice Age)’라고 부른다. 1996년 무렵부터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시차를 두고 유럽과 미국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은 주식 버블 붕괴 뒤 실질금리가 폭락하고, 인플레이션이 0에 가까워졌으며, 채권 금리도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성장률이 과도하게 낮은 상태가 고착됐고, 일본은 지금까지도 그 늪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미국은 조금 다른 경로를 밟았다. 그는 “미국은 닷컴 버블이 터진 2000년부터 이미 일본화(Japanification)가 시작됐다”고 본다. 하지만 연준이 QE를 통해 “문제에다 돈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끊어졌다고 지적한다. 에드워즈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은 “지난 25년 동안 하나의 거대한 거품 상태에 있었고, 그 거품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 4반세기 동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로 버텨온 셈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포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언젠가 폭주하는 인플레이션을 맞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게 엔드게임 아닌가. 누구도 적자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 이 거품이 터질 때가 되면 우리는 QE를 다시 들고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인플레이션이 온다. 어쩌면 2022년보다 더 나쁜 인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
에드워즈는 또 미국 주택시장에도 ‘스모킹 건(smoking gun·명백한 단서)’이 있다고 본다. “미국 주택시장을 보면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연준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느슨한 건가?’ 다른 나라들은 주택 가격 대비 소득 비율이 떨어지며 거품이 어느 정도 빠졌는데, 왜 미국만 여전히 최고 밸류에이션 근처에 머물고 있는가?”
그는 이 지점을 설명하면서 블룸버그 오피니언에 실렸던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2018년 칼럼을 언급했다. 볼커는 인플레이션을 때려잡은 1980년대의 전설적인 중앙은행장이다. 에드워즈에 따르면, 볼커는 그 글에서 “현대의 느슨한 통화 정책은 중대한 오판, 그저 문제를 ‘미래로 걷어차는(kick the can down the road)’ 행위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에드워즈는 OECD 자료를 인용해,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 주택가격이 어떻게 세계 시장과 디커플링(탈동조화)돼 왔는지를 포춘에 보여줬다. 요지는 “연준이 지나치게 느슨했다”는 것이다.
그는 사모펀드에도 같은 회의적인 시각을 적용한다. 사모펀드는 수십 년간 하락하는 채권 금리와 레버리지 확대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본 자산군 가운데 하나다. 에드워즈는 사모펀드가 세제 혜택을 누릴 뿐 아니라 “시장 가격에 매일 반영(mark-to-market)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변동성이 낮아 보이는 장점”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 업계는 구조적으로 레버리지가 높다. 만약 글로벌 환경이 장기적인 채권 약세장으로 바뀐다면, 사모펀드는 “매우 큰 문제”를 맞게 될 것이라고 그는 본다. 최근 잇따른 대형 파산들이 채권시장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는 이를 두고 “신용 바퀴벌레(credit cockroaches)” 문제라고 표현한 바 있다.
에드워즈는 “바퀴벌레는 한 마리만 있는 법이 없다”는 비유를 빌린다. 잇따르는 파산은 레버리지가 높은 이 섹터에 훨씬 더 깊은 문제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며, 사모펀드가 “실물경제 깊숙이 촉수를 뻗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춘은 인터뷰에서, 이제는 주류에 속하는 인물들까지 비슷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고 짚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야후 파이낸스 투자 콘퍼런스에서 비슷한 경고를 했고,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도 사모펀드를 향해 비슷한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에드워즈는 “확실히 회의적인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이 점이 오히려 나를 더 걱정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게 진짜 거품이라면, 상당히 오랫동안 더 갈 수 있다. 우리는 캔을 여러 번 더 걷어찰 수 있다. 보통은 회의론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곤 한다.”
붕괴에 대한 두려움과, 멜트업을 놓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에 갇힌 투자자들에게 그는 자신을 “적당히 걸러서 들어라”고 조언한다. “나는 매년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사람이다. 내 말은 듣지 않아도 된다. 다만 이런 신호들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에드워즈는, 한때 씨티그룹 CEO였던 척 프린스가 버블 심리를 빗대며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에는 춤을 춰야 한다”고 말했던 유명한 비유를 살짝 바꿔 인용했다. “음악이 아직 흐르는 동안 어떻게 춤출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밴드 바로 앞에서 펄쩍펄쩍 뛰며 놀 건지, 아니면 비상구 가까이에 서서 누구보다 먼저 빠져나갈 준비를 할 건지 말이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