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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최악의 실수: 신입부터 자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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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직장 내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공론장은 한 갈래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하나는 새로운 생산성 혁명을 약속하는 장밋빛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포춘 500 기업들의 잇따른 구조조정 사례로 증폭되는 대량 실업의 공포다.

이런 논쟁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만들기에는 좋지만, 지금 이 순간 모든 관리자 책상 위에 놓인 진짜 전략 과제를 가릴 수 있다. AI가 이미 바꾸기 시작한 ‘현재의 일’을 조직과 리더십은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이 변화 과정을 직접 들여다봤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AI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폈고, 다른 한편으로는 다국적 기업들의 AI 에이전트 도입을 자문해 왔다.

결과는 분명했다. AI가 주는 1차적인 기회는 사람을 갈아끼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집중력’을 재배치하는 데 있다. UC 어바인, 마이크로소프트, 깃허브, 리눅스 재단 연구자들과 함께 진행한 연구는 생성형 AI가 직원들을 지치게 만드는 각종 행정·잡무를 떠안는 데 특히 강점을 보이며, 그 덕분에 사람들은 진짜 성과를 내는 창의적이고 복잡한 일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효율성이 오히려 리더들에게 중요한 전략적 갈림길을 만든다. 필자는 많은 조직이 여기서 잘못된 선택을 한다고 본다. 확보된 여유 역량을 혁신과 성장에 재투자할 것인가, 아니면 눈앞의 비용 절감으로 현금화할 것인가. 이미 상당수 기업은 후자를 택하고 있다. 전형적인 방식이 바로 ‘단순·반복 업무를 맡던 입문급 직무부터 없애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논리가 그럴듯하다. 알고리즘이 푼돈으로 처리하는 일을 왜 연봉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 시키느냐는 식이다.

이건 전략적으로 심각한 오판이다. 주니어 직원들은 대개 기술 친화적이고, 새로운 세대의 고객 감각과 닿아 있으며, 무엇보다 내일의 관리자이자 리더가 될 사람들이다. 이들을 잘라내면 중요한 시각을 잃을 뿐 아니라, 기업 내부의 지식과 노하우가 세대 간 전승되며 쌓여가는 ‘기술의 사슬’ 자체를 끊게 된다.

게다가 이런 접근은 우리 연구 결과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 데이터는, AI 도구의 수혜를 가장 크게 보는 집단이 오히려 경력이 짧은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생성형 AI는 이들이 새로운 역량을 빠르게 쌓고, 더 복잡한 업무를 다루도록 돕는다. 다시 말해, 입문급에서 ‘진짜 기여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오히려 어느 때보다 짧아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현명한 장기 전략은 ‘스킬이 낮아 보이는 사람을 자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보완해 주는 것’이다. 관리자의 첫 번째 과제는 멘토십에 한층 더 무게를 싣는 일이다. 초년차 직원과 숙련된 베테랑을 더 일찍, 더 촘촘하게 짝지어 주는 것이다. 양쪽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간다. 주니어는 신선한 시각과 (많은 경우 더 높은 수준의 기술 친숙도를) 가져오고, 시니어는 조직의 문법, 직업 윤리, 베스트 프랙티스를 전수한다.

이 방식은 동시에 강력한 전략적 기회이기도 하다. 경쟁사들이 자신의 미래 인재에 투자를 줄이는 동안, 당신은 다음 세대를 이끌 최정예를 끌어와 키울 수 있다. 프로젝트 관리와 행정 부담을 줄여주는 AI 덕분에, 그들을 도울 고급 인력의 ‘멘토링 시간’ 역시 더 많이 확보된다.

하지만 경영 과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성형 AI는 직원들이 더 빨리 배우고, 아이디어를 시험하도록 도와주지만, 그 빠르기와 편리함은 조직의 결속을 잘게 쪼개는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예전 같으면 옆자리 동료에게 슬쩍 물었을 질문이, 이제는 바로 챗봇에게 향한다. 협업 과정에서 피할 수 없던 어려운 대화를 얼마든지 건너뛸 수 있게 되지만, 그만큼 직원들은 갈등을 해소해 가며 소통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기회를 잃는다. 방치하면 조직의 사일로는 더 두꺼워지고, 혁신은 서서히 말라간다.

이 현실은 경영에 새롭고고 시급한 명령을 던진다. AI 시대의 핵심 과제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이다. AI가 가져다주는 시간과 이익이라는 배당을 어디에 쓰느냐를 의식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특히 주니어와 시니어 인재 사이의 인간적 연결을 만들고 강화하는 데, 그리고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창의성을 보상하는 기업 문화를 다지는 데 재투자해야 한다.

앞으로 리더십의 진짜 평가는 “AI를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AI를 쓰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현명하게 투자했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 글 Frank Nagle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프랭크 네이글(Frank Nagle)은 MIT 디지털 경제 이니셔티브(MIT Initiative on the Digital Economy)의 리서치 사이언티스트이자 리눅스 재단(Linux Foundation)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다. 네이글 박사는 다수 스타트업의 자문을 맡고 있으며, OECD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산하 연구 그룹과 함께 일해 왔다. 또한 세계은행(World Bank), 미국 재무부(U.S. Treasury Department),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은 물론 기술·방위·에너지 분야의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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