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K자형 미국경제…”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배신감 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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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https://www.fortunekorea.co.kr/news/photo/202511/50651_44329_5523.png)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취임을 며칠 앞두고, 미국인들이 주유소와 마트에서 체감하는 높은 물가를 언급하며 이를 낮추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는 1월 초 기자회견에서 “바이든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가격을 낮추는 게 늘 어렵다”며 “우리가 가격을 내려놓을 것이다. 꽤 급격한 인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11월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물가와 관련된 트럼프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대학 학위가 없는 유권자들과 연소득 10만 달러 이하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더 많이 표를 던졌고, 이는 지난 약 10년간 지속된 ‘노동계층의 공화당 지지 강화’ 흐름을 굳혔다.
그러나 최근 경제 데이터는 또 다른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팬데믹 동안 ‘U냐 V냐’라는 경기 회복 논쟁을 비꼬듯 등장했던 ‘K자형 경제’가 실제로 현실이 되고 있어서이다. 트럼프 2.0 취임 1년 만에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경제적 운명이 완전히 갈라졌고, 이는 경제에 대한 신뢰와 ‘물가 해결’을 약속했던 대통령 신뢰를 동시에 흔들었다.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으로 몰렸던 노동계층은 올해 11월 중간 선거 성격의 지역선거에서 정반대 메시지를 보냈다. 출마한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을 당선시킨 것이다. 뉴저지·버지니아의 온건파 의원 미키 쉐릴과 애비게일 스팬버거는 물론 뉴욕·버지니아에서는 민주사회주의 성향의 조르한 맘다니와 케이티 윌슨 같은 후보들이 승리했다. 이들의 공통 메시지는 ‘살기 어려움(affordability)’이었다.
경제학자들은 이 변화가 현실임을 확인하고 있다.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러스텐 슬록은 최저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이 10년 내 최저로 하락한 반면, 최고소득층의 임금 상승률은 모든 계층을 앞질렀다고 밝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2025년 2분기 기준 상위 10% 가계가 전체 소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NYU의 에드워드 울프 교수 계산에 따르면, 상위 20%가 미국 전체 주식의 약 93%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런 현실을 실적 발표에서 숨기지 않았다. 델타항공은 프리미엄석·비즈니스석 수요가 일반석을 앞지르는 현상이 예상보다 1년 빨리 나타난 것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맥도날드 CEO 역시 ‘양극화된 소비자층’을 언급하며 고소득층 소비는 강한 반면, 반대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었다. ‘록인(lock-in)’ 효과 때문이다. 6%가 넘는 신규 모기지 금리 탓에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집을 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2025년 첫 주택 구매자의 평균 나이는 40세에 도달했다. 즉 ‘오랫동안 부를 축적한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아머스트 그룹 CEO 션 돕슨은 “미국은 사실상 한 세대 전체를 주택 구매에서 밀어냈다”며, “젊은층은 교육 받고 열심히 일하라는 조언을 따랐지만 약속받은 것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일부 지표는 트럼프 본인의 정책에서 기인한다.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생활비 위기를 주요 메시지로 내세웠고, 이는 그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2025년 임금 상승 둔화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부담이 커지자 기업들이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임금 삭감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트럼프는 초고액 자산가들을 정부 요직에 앉혔다. 조지워싱턴대 로지 교수는 트럼프가 일론 머스크 등 억만장자 CEO들을 중용하며 ‘경제적 우선순위가 누구를 향하는지’ 드러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또한 약 4조 달러 규모의 세금 감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주로 기업·부유층에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였다. 부유층은 다시 그 돈을 주식시장에 투입하며 K자의 윗부분을 더욱 부풀렸다. 여기에 정부 셧다운 당시 SNAP(푸드스탬프) 예산 중단 결정, 저소득층에 대한 재신청 의무화 등도 겹치며 저소득층의 고통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트럼프 때문만은 아니다. 2025년의 ‘저고용·저해고(low-hire, low-fire)’ 시장 구조는 코로나 시기 노동력 부족과 그 이후의 과도한 ‘대이직 사태(Great Resignation)’ 후폭풍이라는 분석도 있다.
윌리엄 앤드 매리대의 피터 앳워터 교수는 소비자 심리마저 K자형으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시간대 소비자 조사에서 소득 하위층의 경제 심리가 소득 상위층과 극명하게 갈라졌음을 확인한 앳워터는 “상위층은 강한 확신과 권력을 누리고 있지만, 하위층은 절망의 바다에 빠져 있다”며 “이 지점이 논의에서 가장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로버트 암스트롱도 “밑바닥 계층이 ‘미래 소득 상승’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출 축소로 이어지고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불신과 분노는 트럼프 지지층에서도 나타난다. NBC News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30%는 “트럼프가 경제 기대에 못 미친다”고 답했다. ABC/WaPo 설문에서는 무소속 유권자의 3분의 2가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켰다”고 응답했다. CNN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의 직무 지지율은 2기 취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로지 교수는 이렇게 일침했다. “유권자들은 아플 때 병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지, 아이들이 나보다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원한다. 그게 안 된다고 느끼면 정치인을 해고하고 새 인물을 고용한다.”
트럼프는 여론 변화에 반응해 50년 모기지나 관세 수익으로 재원 마련하는 2000달러 리베이트 등 각종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폭스뉴스에서 “공화당은 ‘살기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UBS의 폴 도노반은 “살기 어려움은 앞으로 경제·정치에서 가장 오래가는 논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도 다르고, 생계비 위기와도 다르다”며, “‘나는 그걸 감당할 수 없다’는 감정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SNS가 지나치게 꾸며진 ‘이상적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며 박탈감을 악화한다고 지적했다.
로지 교수는 향후 선거 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민주·공화 양당의 기존 정치인들은 모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앳워터 교수는 “지금의 문제는 이념을 초월한다”며, “하층 유권자의 공통된 절망감이 계속해서 ‘기성 정치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격차가 더 벌어지는 한, 중하위층의 분노와 불만은 계속 끓어오를 것”이라며, 2010년 아랍의 봄 당시 식량 가격 상승이 사회 불안을 촉발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지금은 신뢰의 위기다”라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무관심해 보이고, 이는 밑바닥에서 절대 잊히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 글 Sasha Rogelberg & 편집 김타영 기자 young@fortun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