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금융위기 뇌관이었는데…” 변동금리 주담대 또 급증하는 까닭

FORTUNE Korea 조회수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데 일조했던 위험한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 변동형 주택담보대출(ARM)은 한때 서브프라임 붕괴 사태의 주범이었지만, 고금리 시대에 절약을 찾는 수요가 몰리며 다시 인기가 급증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올가을 ARM 비중은 전체 모기지 신청의 약 13%로 2008년 이후 최고치다.

구매자에게 ARM의 매력은 분명하다. 고정금리 대출보다 시작 금리가 약 1%포인트 낮다. 대표 상품인 5/1 ARM의 금리는 5% 중반대인 반면 30년 만기 고정은 6.3% 이상이다. 40만 달러 대출 기준으로 초기 월 상환액이 200달러 이상 줄어든다. 첫 주택을 사거나 더 큰 집을 노리는 이들에게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다만 ARM은 본질적으로 ‘베팅’이다. 초기 고정기간(보통 5·7·10년)이 끝나면 시장 금리에 맞춰 금리가 재조정된다. 지금 ARM을 택하는 고객은 대체로 연준이 대출 재계산 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2월 예상되는 인하가 현실이 되면 추후 조정 시 상환액이 더 줄어들거나 급등을 피할 수 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사정이 달랐다. 느슨한 심사, 티저 금리, 감독 부재로 수백만 명이 초기에만 낮은 상환액을 보고 대출을 받았다가 재조정 때 상환액 급등을 맞았다. 당시 ARM은 신규 모기지의 최대 35%를 차지했고 주택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키웠다. 2025년 현재 ARM 부활을 두고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에는 차입자만 위험을 떠안지 않는다. 은행과 규제 당국이 규칙을 바꿨다. 지금의 ARM은 엄격한 서류심사, 차입자 보호장치, 상한(cap)을 내장해 과거의 ‘쇼크 재조정’을 완화한다. 대출기관은 소득·부채·신용을 꼼꼼히 본다. 금리가 올라도 갑작스러운 급등을 막도록 설계한다. 예전에는 단기간에 금리가 튀는 ARM이 있었지만, 지금은 몇 년간 금리를 고정하고 법정 상한으로 인상을 제한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리스크는 남는다. 연준이 방향을 바꾸어 금리를 올리면 초기의 낮은 상환액은 불어날 수 있다. 가계는 경기 둔화의 충격과 동시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번 ARM 수요는 과거처럼 ‘집값 무한상승’에 건 도박이라기보다, 전략적 도구에 가깝다. 핵심은 ‘구매 여력’이다. 30년 고정이 여전히 높게 형성된 가운데 ARM은 초기 고정기간에 거의 1%포인트 낮은 금리를 제공해 월 수백 달러를 아낀다. 시장의 유행은 가까운 시기에 금리와 모기지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교육된 추정’—혹은 관점에 따라 ‘베팅’—을 반영한다.

A&D 모기지의 마이클 피어슨 부사장은 “향후 몇 년에 걸쳐 금리가 서서히 내려갈 것이라는 게 보편적 견해”라며 “ARM은 단기 고정이지만 향후 더 낮은 장기 금리로 갈아탈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차입자가 금리 인하, 이사, 직장이동 등을 기다리며 조정기가 오기 전 재융자·매각·상환을 계획한다.

고가 시장일수록 ARM 선택 압력은 더 크다. 연준의 잇단 인상 이후 고정 모기지 금리가 높게 굳어지면서 일부 구매자는 금리에 ‘주사위’를 던진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둔화에 따라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건다.

다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레드핀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주택 이동성은 최소 30년래 최저 수준이다. 1월부터 9월까지 주택 1000채당 약 28채만 손바뀜이 있었다. 레드핀의 다릴 페어웨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집에 묶여 있는 건 경제에 건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올 1~9월 ‘주택 매매 회전율’은 2012~2022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약 30% 낮다.

결국 ARM 급증은 빠듯한 시기와 위험 선호의 귀환을 동시에 보여준다. 더 강한 규제 울타리가 2008년 같은 붕괴를 막아줄지라도, 개별 차입자의 결과는 연준의 행보와 자신이 택한 ‘베팅’을 정확히 이해했는지에 달려 있다. 논란의 대출 상품은 다시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돌아왔고, 주택시장은 중앙은행의 다음 움직임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다.

/ 글 Nick Lichtenberg & 편집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이 기사에 대해 공감해주세요!
+1
0
+1
0
+1
0
+1
0
+1
0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