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nterview]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 “한반도 다시 ‘변동의 시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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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지형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워싱턴, 도쿄, 서울에 새로운 지도자들이 등장했고, 각국의 전략과 정책도 다시 그려지고 있다.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동북아 전략의 축은 미묘한 움직임을 보인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와 일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총재를 상대하며 힘의 균형점을 찾는 일은 이재명 정부가 풀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런던 = 조용탁 기자 ytchogogo@gmail.com
![신기욱 교수가 한미일 3각 공조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사진=신기욱 교수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2/CP-2024-0163/image-4555b9bd-0bbf-4344-b8bc-3fa335067dce.jpeg)
최근 동북아 정책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신기욱 스탠퍼드대학교 사회학·국제학 석좌교수가 영국을 방문했다. 그는 런던 킹스칼리지, 캠브리지대, 옥스퍼드대학을 차례로 방문해 변화하는 동북아의 현황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0월 7일과 10일 신 교수를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신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한국 내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하고,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년 만에 시험대에 오른 캠프 데이비드 합의
2023년 8월 한미일 정상은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역사적인 합의를 맺는다. 지도자들은 회담에서 3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캠프 데이비드 원칙에 동의했고, 안보·경제 등 협력 범위 확대를 공식화했다.
3개월 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기시다 전 일본 총리가 다시 만난다. 양국 정상은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방문한 스탠퍼드 대학 좌담회에 참석했다. 한일 지도자들이 가진 또 한번의 만남에는 일본의 노력이 있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에 빚을 졌다는 마음이 있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신 교수에게 연락을 해왔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일본 총리와 한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원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한국 정부 관계자에게 전하자 “정말 일본이 회담을 원하는 거냐?”며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당시 일본 외교계에선 한일 관계의 정상화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자본을 상당히 사용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은 큰 외교적 성과였지만, 윤 대통령에겐 국내에서, 정치적 부담이 컸습니다. 일본은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미안함을 느꼈죠.”
![10월 10일,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한미일 3자 협력의 과거, 현재, 미래' 라운드테이블이 열렸다.[사진=케임브리지대 아시아중동학부 제공]](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2/CP-2024-0163/image-c72d77fe-a68d-43a4-864e-c3d94d2ca1c9.png)
2년이 지난 지금, 한일 관계에는 다시 격동의 파도가 몰려오고 있다.
“한일 관계를 보면, 문재인-아베 시대가 최저점을 찍었고, 윤석열-기시다 시대에 최고점에 도달했었습니다. 이제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재명-다카이치 시대, 우리는 어떤 한일 관계를 가지게 될까요?”
이재명-다카이치 시대의 한일 관계는?
양국은 모두 캠프 데이비드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월 방미에 앞서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총리를 만났다. 당시 두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 합의에 동의하며 앞으로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최근 일본의 신임 다카이치 총리는 “한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국제사회의 파트너”라며 “미래지향적이고 안정적인 한·일 관계를 희망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는 한일 관계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한국과 일본 어느 나라가 미국에 가까이 서있느냐는 한일 협상에서 중요한 요소였다. 이 점에 대해, 신 교수는 일본이 한발 앞서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와 국제 외교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
그는 “일본은 트럼프 정부와 긴밀하게 접촉 중인데, 한국은 아직 출발선 상에 있다”며 “한국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신 교수는 “일본은 한일 관계 개선 과정에서 한국에 일정한 빚을 느꼈지만, 이제 상황이 변하고 있기에 기존 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각국의 새로운 리더와 긍정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한국에게 왔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지만, 외교는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냉정한 현장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서 받을 수 있는 것과 줘야만 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며 협상에 나서야 한다. 한일 간 불행했던 과거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해결하기 힘든 역사 이슈가 불거지는 순간 양국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한미일은 ‘북한’ 향한 공동 전략 만들어야
‘북한’도 한미일에겐 중요한 주제다. 지금까지 3국이 벌여온 협력의 핵심 안건을 놓고 신 교수는 질문을 던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과연 한미일이 대북정책과 지역질서 재편에서 공동의 전략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한미일이 동의했던 캠프 데이비드의 ‘자유와 개방’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를 이끌던 정치적 주체들이 모두 사라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만날 가능성도 있다. 그때 미국과 북한의 새로운 주제는 무엇일까? 그리고 한국은 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진행했던 김정은과의 회담을 기억한다. 신 교수는 당시 스티븐 비건이 이끄는 대북특별대표팀과 함께 북한 협상 과정을 논의하며 협력했었다.
“하노이 회담 직전, 실무선에서 4~5개 항목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핵 문제만 지도자 결단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슈도 미국이 합의할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평양에 전달했습니다.”
기대에 찬 김정은은 ‘합의가 임박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트럼프의 반응은 냉담했다. 상호 합의가 안된 사안을 테이블에 올렸다고 생각해서다. 회담 후,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은 ‘북한이 전혀 준비가 안 됐다’고 불쾌해했다. 상황을 파악한 김정은은 분노했다. 신 교수는 “김정은의 분노는 트럼프보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있었다”고 회고했다.
김정은과 대화 생각하는 트럼프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또 한번의 만남을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준비할 북한 협상의 프레임이 ‘비핵화’에서 ‘군축(arms control)’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핵 동결·군축을 상징적 성과로 거래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일부 핵 동결을 제시한다면, 그는 그것을 ‘딜’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하노이 소피텔메트로폴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6/02/CP-2024-0163/image-145dd632-17e1-44d1-814e-b06ae811211e.png)
그는 이재명 정부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문제는 그 성과의 대가로 한국이 무엇을 받아내고, 또 내놓아야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과 북한을 컨트롤하기 어렵다면, 이들의 대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이를 꼭 챙겨야 한다며 신 교수는 “지금이 한국이 미국에게서 전략적 보장을 얻을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미 핵 기술을 완성 단계에 올려놨습니다.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현상황에서 한국에겐 어떤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한국이 원하는 보장을 얻을 수 있는 시점은 지금뿐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 할 수 있을까? 국제사회에서 이를 용인받는 일이 어렵다면, 한국이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신 교수는 “냉정하게 판단하며 카드를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제도화된 3자 협력’을 넘어 현실적 이익과 유연한 파트너십을 조율하는 ‘새 외교 설계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실용적이고 유연한 한미일의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불확실성의 시대를 헤쳐 나갈 차세대 3국 협력의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마친 다음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예컨대, 현 미국 대통령과 가장 비슷한 정책을 추진할 벤스 부통령이 리더가 된다고 가정을 해도, 역시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한국이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신 교수는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지금, 한국은 미국·일본과의 전략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적 외교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패러다임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서울의 리더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한 균형 감각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 외교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 대학교(University of Iowa), UCLA 교수를 거쳐 2001년부터 스탠퍼드 대학에서 사회학과 국제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스탠퍼드 대학교에 처음으로 한국학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2005년부터 20년간 스탠퍼드 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으로 제직했고, 스탠퍼드대학 현대 한국학 석좌교수(William J. Perry Professor of Contemporary Korea)로도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