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세상 조상님도 통곡하실 노릇”, “도대체 누가 이런 짓을” … 한순간에 사라진 1500년 역사에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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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무덤’에 커다란 구멍, 도굴 흔적 발견
유물은 흩어지고, 원형은 훼손됐다
무덤의 비밀은 끝내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석유화학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무덤 위 깊게 파인 구멍과 남겨진 흔적들이 누군가의 손길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다. 천오백 년 전 신라 귀족의 흔적을 담고 있던 이 무덤은 이미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대구 북구 구암동에 위치한 고분군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제100호와 102호분. 최근 정밀 발굴을 진행하던 대동문화유산연구원이 이 두 무덤에서 도굴 흔적을 발견했다고 24일 현장 설명회에서 밝혔다.

도굴의 상처, 되돌릴 수 없는 흔적들

석유화학
출처 = 연합뉴스

공개된 무덤 사진 속에는 깊게 팬 커다란 구덩이들이 여러 개 포착됐다. 단순히 땅만 파헤친 수준이 아니라 주곽(시신이 담긴 곽)과 부곽(유물이 담긴 곽)을 둘러싼 돌무더기조차 도굴로 인해 주저앉은 상태였다.

현장에서 출토된 양초, 곡괭이 같은 도구는 범행 도중 사용된 것으로 추정됐다. 대동문화유산연구원 관계자는 “무덤 내부 유물들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흩어져 있어, 당시 매장 풍습을 파악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시신의 머리맡, 발아래 등 정해진 위치에 놓였을 유물들이 엉망이 되면서 무덤의 독자적 특징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무덤의 정체, 여전히 베일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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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이 고분군은 5세기 말에서 6세기 초 신라 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25미터, 높이 6~7미터로, 무덤에 묻힌 이의 높은 신분을 짐작게 한다.

‘111’ 형태로 배치된 주곽 1기와 부곽 2기에서는 토기, 철제 무기, 장신구 등 총 136점의 유물이 발굴됐으며 그중 금동 귀걸이 1점과 구슬 장식 일부는 도굴을 피해 살아남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곽이 이미 도굴된 상태였다. 무덤을 조사하던 연구진은 “도굴이 없었다면 무덤이 축조된 순서나 당시의 토목 기술까지도 복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민과 함께한 역사, 그리고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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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현장 설명회는 일반 시민에게도 공개됐다. 산 아래 넓은 평지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무덤은 뛰어난 조망권과 입지를 자랑하며 당시 지배층의 위세를 느끼게 한다.

도굴로 인해 무덤이 지닌 역사적 가치는 크게 훼손됐지만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고분군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신라시대 한 인물의 삶과 죽음을 품었던 무덤의 흔적조차 이제 모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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