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물려준대도 “싫어요” … 철석같이 믿었던 자식마저 고개 젓자 60대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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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고개를 젓고,
대표는 회사를 내놓았다.
M&A 시장에 몰린 중소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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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수십 년을 일군 회사를 자녀에게 넘기려던 중소기업 대표는 단호한 거절에 말문이 막혔다. 몇 십억 원짜리 기업도, 가족이라는 끈도 자녀 세대의 마음을 붙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들 기업은 ‘승계’ 대신 ‘매각’이라는 선택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녀는 승계를 거절하고, 대표는 해답을 못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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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대표와 임원, 승계 대상자 600명을 조사한 결과, 27.5%는 아직 자녀 승계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60세 이상 경영자의 경우 응답률은 20.9%로 은퇴 시기를 앞두고도 마땅한 후계자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자녀에게 경영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42.8%로 가장 많았고, 업종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28.9%)과 자녀 본인의 반대(24.7%)가 뒤를 이었다.

승계하지 않을 경우 매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은 21.1%, 폐업까지 염두에 둔 경우도 9.1%였다.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 승계하거나, 임직원 또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 역시 현실적인 제도적 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10배 급증한 M&A 매물, 정보는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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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중소기업들의 대안은 인수합병(M&A)이지만, 시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한 관계자는 “M&A 매물은 1년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었지만, 수요자와 공급자가 적절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IBK경제연구소가 업력 10년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M&A 중개 서비스에 신뢰를 보인 비율은 8.8%에 불과했다.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1.1%에 달해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중국은 여전히 ‘한국산’ 기술 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 자본도 M&A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며 “국내에서 방치된 기술력이 헐값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가업’에서 ‘기업’으로…정책 패러다임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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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중소기업의 87.7%는 기업승계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 자녀 승계를 넘어, 제3자 승계와 M&A를 포함한 종합적인 법적 지원체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소기업중앙회 토론회에서 발표에 나선 최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제조업 대표 중 60세 이상 비율이 지난 10년간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제도는 여전히 가족 내 승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사례를 언급하며 “종업원 승계나 M&A 승계까지 포함하는 기업승계지원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이에 발맞춰 ‘기업승계활성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2세대 중소기업 대표들과 법률, 회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 이 위원회는 기업승계의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짚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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