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서울 재건축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압구정2구역 재건축 수주전이 지난 18일 입찰공고 발표를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시공권 확보를 위한 경쟁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뛰어들며, 강남 재건축의 상징성을 놓고 정면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비만 2조7천억 원에 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시공 수주를 넘어 서울 핵심지역 재건축 판도를 가늠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은 오는 9월 시공사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건설사 간 경쟁은 그전까지 설계, 자금 지원, 마케팅 등 전방위로 확산될 전망이다.
설계 전략, ‘노먼 포스터’ vs ‘정통 현대’
삼성물산은 이번 수주전에서 세계적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의 협업을 공개하며 단번에 주목을 받았다. 이에 현대건설도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인 토머스 헤더윅과의 설계를 발표하며 맞불을 놨다.
토머스 헤더윅은 대표적으로 뉴욕 허드슨야드의 전망대 ‘베슬’을 설계한 건축가다. 노먼 포스터는 뉴욕 애플파크, 홍콩 HSBC 본사 등 글로벌 랜드마크를 설계한 인물이다. 두 건축가 모두 도시의 제약된 공간에서도 예술성과 상징성을 살려 미래형 랜드마크 건축물을 설계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뉴욕, 도쿄 같은 고밀도 환경에서의 작업이 대표 사례다.
삼성물산은 압구정2구역에는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초고층 조망 중심 배치와 국제적인 외관 디자인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압구정은 곧 현대’라는 상징성과 과거 시공 경험을 설계 전략의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고 있다. ‘압구정 현대’라는 명칭의 상표권을 등록하고, 시공사를 넘어서 지역 상징 건설사로서의 정체성 계승을 강조하며 조합원 정서를 공략 중이다. 설계 방향도 현대건설이 50년 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통해 선보였던 녹지·조망 중심 평면 철학을 현대적 고급 주거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다수 조합원이 49층을 넘는 초고층 재건축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양사 모두 고층 설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며, “압구정 일대 스카이라인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무 전략 승부, ‘많이 빌려준다’ vs ‘싸게 빌려준다’
삼성물산은 과거 한남4구역에서 선보인 이주비 150%, 분담금 4년 유예, 공사비 증액 시 시공사 부담 등의 고강도 제안을 압구정에서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집값 12억 원 미만 세대도 최소 12억을 빌릴 수 있도록 했고, 조합원 부담금을 사실상 입주 후로 유예하는 ‘시간 가치 제안’으로 표심을 얻었다.
현대건설은 이에 맞서 13개 금융기관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초저금리 이주비 대출을 내세운다. 가산금리 0.1% 수준의 실질적 무이자 조건은 고자산 조합원이 많은 압구정 조합원들에게 금융비용 부담 최소화라는 측면에서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금액의 크기’로, 현대건설이 ‘조건의 유연성’으로 맞서는 형국이다. 여기에 양사는 미분양 물량 대물변제, 분양가 보장, 조합 사업비 금리 보전 등 다양한 보조조건을 덧붙여 ‘실익 계산기’를 누가 더 유리하게 맞추느냐를 두고 촘촘히 경쟁하고 있다.
조합원 표심 공략, 브랜드 파워 vs 지역 감성
삼성물산은 글로벌 건설 명가 이미지와 래미안 브랜드 신뢰도를 기반으로, 기술력과 미래가치 중심의 제안에 집중하고 있다. 압구정 조합원 전용 라운지를 운영하며 조망·스마트홈·보안 시스템 등 고급 사양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일부 고자산 조합원 대상 개별 상담을 강화하는 정밀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역 정체성을 중심으로 감성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압구정 현대아파트 50주년을 기념하는 <압구정 현대: 현대에서 시대로> 책자를 발간했다. 해당 책자는 압구정 현대 브랜드의 상징성을 조합원의 감정선에 연결하며 ’50년 전에도 현대건설이 지었고, 50년 뒤도 현대가 책임진다’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엔 초등학교·국제학교 설립 MOU 체결로 압구정 거주 가치와 자녀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포인트까지 확보하며 ‘생활권 가치 통합 전략’을 추진 중이다.
압구정2구역의 시공사 선정은 삼성물산의 글로벌 전략과 현대건설의 정통 계승이라는 두 가치의 대결인 동시에, 구체적인 조합원 실익에 대한 싸움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결국 승자는 이주비·분담금·분양가 보장이라는 수치로 체감 가능한 제안을 누가 더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라며 “오는 9월 총회 결과에 따라 압구정3구역은 물론 향후 개발을 앞두고 있는 여의도, 성수동, 잠실 등 초대형 재건축의 수주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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