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이 죄다 차지하더니 “완전히 끝장났어요”… 25년 만의 ‘역대급 위기’라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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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몰렸는데 ‘이를 어쩌나’
자격증 땄지만 문 닫는 중개사들
공인중개사 시장, 25년 만에 최저치
공인중개사
사진 = 연합뉴스

은퇴 후 야심차게 제2의 인생을 준비했으나, 적자 때문에 최근 폐업을 알아보고 있다는 공인중개사 A씨는 “자격증만 따면 될 줄 알았는데 지금은 사무실 임대료도 못 낼 정도”라고 토로했다.

수년간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며 각광받던 공인중개사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

올해 초 기준,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 수가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폐업자 수가 개업자 수를 매달 웃도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봄 이사철 특수마저 힘을 못 쓰는 현장은 공인중개사 시장의 몰락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중장년의 몰려드는 노량진, 하지만 현실은 ‘냉혹’

공인중개사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서울 노량진 학원가 풍경이 달라졌다. 한때 20·30대 공무원 수험생들이 주류를 이루던 이곳에, 이젠 중장년층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재취업이 가능한 자격증을 노리는 이들 5060세대는 은퇴 후 생계를 이어갈 돌파구로 주택관리사, 전기기사, 그리고 공인중개사를 선택한다.

이들 자격증은 정년 제한이 비교적 자유롭고, 일자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이 같은 움직임을 “고령화와 노후 소득 불안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본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수는 394만 명으로, 청년층(15~29세)의 380만 7000명을 앞질렀다. 고령층이 청년층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 자격증’의 몰락… 25년 만의 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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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르며, 자격증을 따는 것과 그 자격증으로 먹고사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특히 공인중개사 시장은 그 격차가 두드러진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총 1796명에 불과했다.

이는 2000년 이후 동기간 기준 가장 낮은 수치로, 최근 10년간 동기간 개업자 수가 3000~4000명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격한 하락이다.

반면 폐업자는 꾸준히 늘어나 개업자를 앞지르며, 위축된 공인중개사 시장의 단면을 보여줬다.

지난달 기준 폐업한 공인중개사는 978명, 개업자는 866명으로 폐업자가 112명 많았다. 서울 강서·양천·구로 등 남부권과 경기 수원·성남·평택 등에서 폐업이 집중됐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면서 전체 개업 중개사 수는 2023년 2월 11만 7923명에서 지난 2월 11만 1756명으로 줄었고, 지금도 감소세는 이어지고 있다.

“수요도 없고, 버틸 여력도 없다”

공인중개사
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공인중개사 시장이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핵심은 ‘수요 부족’이다.

전반적인 내수 침체와 부동산 시장 위축이 맞물리며, 거래 자체가 줄어들었다. 이사 수요가 집중되는 봄 시즌에도 시장에 활기가 없자, 업계는 “완전히 끝장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거래가 끊기다 보니 수입이 거의 없는 데다, 높은 임대료와 운영비에 허덕이는 공인중개사들이 많다”며 “폐업하고 싶어도 권리금 손해 때문에 억지로 사무소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개사무소 중 휴업 중인 곳도 많은데, 올해 들어 매달 100명 이상이 공식적으로 휴업을 신고했을 정도다.

김종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장은 “전국에 55만 명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개업 비율은 25%에 불과하다”며 “무분별한 자격증 배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급 조절 없이는 업계가 자생력을 회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허울뿐인 ‘제2의 인생’… 생존 위한 새로운 해결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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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수많은 중장년들이 ‘인생 2막’을 준비하며 공인중개사에 도전하고 있지만, 현실은 생계 유지도 버거운 벽에 부딪히고 있다.

노량진에서 책상에 앉아 있는 순간만큼은 희망이 있었지만, 자격증을 딴 이후에는 또 다른 생존 게임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을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닌 구조적 위기로 본다. 자격증만으로는 미래를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 은퇴 후 미래 설계는 이제 다른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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