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자금 믿고 맡겼는데 “아무도 모르게 9천억 꿀꺽”… 내 돈도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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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몰래 사라진 어마어마한 자금
은행 직원도 공모한 내부 사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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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안전한 저축을 지키겠다”던 은행이 정작 고객 몰래 천문학적인 금액을 날렸다는 것이 드러났다.

신뢰를 담보로 한 금융기관에서 2019년부터 현재까지 9천억 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사고는 외부 사기꾼만의 소행은 아니었는데, 은행 내부 직원의 일탈과 묵인, 허술한 통제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벌어진 일이었다.

무너진 신뢰, 반복된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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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액이 올해 들어서만 857억 원을 넘어섰다.

가장 큰 피해는 하나은행에서 단일 사건으로만 305억 원이 사라진 일인데, 해당 사건은 외부인이 허위 이체확인증을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기였다.

농협은행에서는 대출상담사가 주택 감정가를 부풀려 205억 원 규모의 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내부 직원이 허위 서류로 거래처에 75억 원을 대출해 주거나, 직원이 업체 신용등급을 임의로 조정한 사례도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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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에서는 직원이 3년간 업체 명의를 도용해 17억 원을 횡령한 정황도 드러났다.

은행 측은 “내부통제 강화를 통해 과거 사례들이 이제야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 해명하고 있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는 고객의 몫으로 남는다.

공시된 건 외에도 10억 원 이하의 미공시 사고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강화한다’ 외치지만 반복되는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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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수년 전부터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추진해왔으며, 각 은행들도 인공지능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을 도입하고, 감사 조직도 확대했다.

국민은행은 고위험 부문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AI로 직원 성향과 업무 리스크를 분석해 이상징후를 조기에 감지하려는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신한은행 역시 책무 구조도를 기반으로 내부통제 체계를 정비했고, 하나은행은 검사 시스템과 테마 점검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아예 전담 감사 인력을 배치하고, 은행 마감 이후의 이상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시나리오 기반 분석 체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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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럼에도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9년 이후 금융사고는 계속 증가 중이다.

2023년 사고 피해액은 역대 최대치인 3,595억 원을 기록했으며, 전체 금융사고 중 은행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4.6%에 달한다.

강 의원은 “직원들의 준법의식이 현저히 낮고, 통제 장치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하게 사고 0건… 우리은행의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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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눈에 띄는 사례도 있는데, 지난해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던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들어 5대 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사고 ‘0건’을 기록했다.

정진완 은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신뢰 회복이 핵심 과제”라며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으며, “제대로 된 내부통제가 있어야 고객의 믿음도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거래분석시스템과 함께, 시나리오 기반 부정거래 검사시스템(FDS)을 전격 도입했다.

기존엔 단순 입출금 이상 여부만 감지했지만, 지금은 허위 서류나 편법 대출 등까지 탐지 가능하도록 고도화됐다.

여기에 내부통제전문역을 전국 영업본부에 배치해 월별 감사를 실시하고, 관리자 연속휴가제를 도입해 조직 내 비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구조를 갖췄다.

기술로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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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은행들 역시 AI를 활용해 이상 거래를 잡는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기업여신 등 고위험 부문을 집중 감시하고, AI 모형을 개발해 새로운 유형의 이상거래를 사전에 감지할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검사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테마 점검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제도가 있어도 이를 무력화시키는 내부 일탈과 구조적 허점은 여전하다.

고객의 돈을 지키는 일이 결국 시스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지, 회의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다.

금융사고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단순한 대책 발표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사고를 줄이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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