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원이 한순간에 증발”… 5060 노후 자금이 위험하다, 위기의 ‘154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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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묶인 채 방치되는 노인들
기억 잃은 순간, 돈도 사라진다
154조 치매 머니, 범죄 표적
노후 자금
출처 = 연합뉴스

“은행에 확인해 보니 아버지가 직접 찾아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버지는 요양원에 계셔요.”

한 통장의 돈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 이유조차 가물가물하다. 드라마 속 이야기 같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치매를 앓는 고령자들에겐 현실이다.

최근 정부 조사 결과,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 이른바 ‘치매 머니’가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하는 15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막대한 돈이 제대로 쓰이지도, 보호받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치매 환자 자산 154조 원…경제 흐름도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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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치매 환자 자산 전수조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치매 환자는 124만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61.6%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들의 총자산은 약 154조 원에 달했다. 자산 보유자 1인당 평균 자산은 약 2억 원이다.

이 자산 대부분은 부동산과 금융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근로·사업·금융소득 등 다양한 수입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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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치매 진단을 받게 되면서 이들이 자산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자산이 사실상 ‘잠긴’ 상태가 됐다는 점이다.

이렇게 흐름이 끊긴 자산은 결국 소비와 투자에도 영향을 미치며,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에 제동을 걸게 된다. 2050년이 되면 치매 머니는 무려 488조 원, GDP의 15.6%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치매 환자 수가 39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산 규모도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 머니 노리는 범죄…방치된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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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이 많은 만큼 이를 노리는 범죄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요양보호사로 위장한 60대 남성이 치매 환자에게 접근해 6개월간 3천500만 원을 빼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은행 직원이 환자 몰래 예금을 해지해 현금을 인출한 사례도 있었다. 상속인이 없는 치매 환자도 적지 않다.

3만6천 명에 달하는 무상속자 중 9천500여 명은 총 1조2천억 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다. 상속자도, 관리 체계도 없이 방치된 자산은 그야말로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셈이다.

치매 중증 환자이면서 자산을 보유하고도 상속인이 없는 사람은 663명이었다. 이들이 가진 자산 총액은 371억 원, 1인당 평균 약 6천만 원 수준이다.

제도는 있으나,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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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머니’ 개념이 처음 등장한 일본에서는 이미 부동산 사기, 가족 간 분쟁 등으로 사회 문제가 심화되자, 정부가 ‘성년 후견인제’ 도입을 통해 자산 보호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치매 공공후견인’ 제도를 도입했지만, 제도적 미비와 낮은 이용률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시니어 복지 분야 전문가는 지난 1월 라디오 방송에서 “제도 자체가 아직 미비하고, 인센티브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민간과 정부가 함께 시스템을 보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정부는 매년 치매 머니 규모 변동을 모니터링하고, 민간신탁·공공신탁 제도 개선 등을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치매 머니 관리 대책을 오는 연말 제5차 기본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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