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은 낮고 수수료는 높다
기대와 현실 사이 벌어진 간극
퇴직연금, 구조 개편 필요성 커져

“30년 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정작 은퇴하고 보니 퇴직연금이 이렇게 작을 줄 몰랐습니다.” 서울의 한 직장인 이 모 씨(60)는 최근 퇴직연금 수령액을 확인하고 말을 잇지 못했다.
매달 꼬박꼬박 납입해온 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불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도대체 이 돈으로 어떻게 노후를 보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차라리 일시금으로 받아 직접 굴리는 게 나았겠다”는 후회를 내비쳤다.
쥐꼬리 수익률, 커지는 불신

퇴직연금 제도는 국민연금·기초연금과 함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3층 보장 시스템’의 한 축이다.
하지만 퇴직연금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수익률은 2.35%로,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7.63%와 큰 격차를 보이며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태일 교수는 “수익률이 이 정도면 연금으로 받는 것보다 일시금으로 찾아 운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월 400만 원의 급여자가 30년간 2% 수익률로 적립하면 약 1억 6천만 원이 쌓이지만, 7% 수익률이었다면 4억 원 이상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노후 보장 수준은 낮은데, 노후소득 대비 소득 비율은 평균 88%인데 반해 한국은 66%에 그친다.
연금소득 비중도 17%로 OECD 평균인 56.5%와 격차가 크게 나타나, 결국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이들이 많은 현실을 보여준다.
수수료 미로… 결국 손해는 가입자 몫

이렇듯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낮지만, 수수료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2024년 한 해에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약 1조 7천억 원에 달했으며, 신한은행, 국민은행, 삼성생명 등 대형 금융사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문제는 수수료 체계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것인데, 운용관리 수수료, 자산관리 수수료, 펀드 수수료 등 각종 명목이 뒤섞여 있어, 가입자가 실제 얼마를 내는지 파악하기도 어렵다.
수수료는 적립금 규모에 비례하기 때문에 금액이 커질수록 눈에 띄게 불어난다.
적립금이 1억 원에 달하면 수수료는 연간 60만 원 이상으로 올라가고, 가입자는 별다른 이득 없이 이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DC형, 개인형 IRP 가입자는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각종 보수와 수수료를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며, 판매보수, 수탁보수, 사무관리보수 등은 펀드 수익률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빠져나간다.
구조 전환 필요성… ‘기금형’ 도입 논의 본격화

전문가들은 현재의 계약형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별 금융사가 상품을 제공하고 가입자가 이를 선택하는 방식은 정보 비대칭과 무관심 속에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이 ‘기금형 퇴직연금’인데, 수탁기관이 전문적으로 자산을 운용해 가입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김태일 교수는 “국민연금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설정할 수 있고, 공공기관이 참여하면 시장 전체 수익률 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금형이 성공한 해외 사례로는 스웨덴, 호주, 네덜란드 등이 있으며, 이들은 가입자 이익 중심의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민간 금융사의 참여 여부, 국민연금공단의 역할 등 쟁점도 있어, 김 교수는 “민간 참여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지만, 철저한 감독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입자의 선택권 보장과 디폴트옵션 설계 개선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퇴직연금이 진정한 노후 자산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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